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사색의 계절을 맞아 여러분께 읽을만한 책 한 권을 추천해드리고자 합니다. 개미를 연구한 생물학자가 고찰한 인간 본성에 대한 저서로 제목은 <인간 본성에 대하여>입니다. 이 책은 미국에서 30년 전인 1978년에 출간됐습니다. 윌슨은 이 책과 <개미>라는 책으로 미국에서 퓰리처 상을 두 차례나 수상했습니다.
뇌는 1백억개의 신경세포로 이뤄져 있고, 정신활동이 화학 및 전기반응의 총체적 활동이라는 말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인간의 정신활동은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정신활동을 통해 나타나는 인간의 생활방식과 태도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이런 의문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없이 단순히 문화, 인류학적인 접근방식으로 인간에 대해 서술해왔던 역사에 대해 에드워드 윌슨은 근본적인 의문을 던집니다.
"정신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그리고 그런 물음을 떠나서 정신은 왜 다른 방식이 아닌 그런 방식으로만 작용하는가? 그리고 그 두 가지를 놓고 생각했을 때, 인간의 궁극적인 본성은 무엇일까?"
에드워드 윌슨은 가장 진화한 동물로 군체 형성 무척추 동물과 사회성 곤충, 그리고 포유동물을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이 동물들은 사회생물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의 주요 연구대상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윌슨은 이 동물들의 사회적인, 유전적인 특성을 주목했습니다.
"개미가 인간의 동료?"
개미 연구자인 윌슨은 연령 구분이나 공동체 조직, 협동 등 인간의 특징들이 고도의 사회성이나 높은 지능을 필요로 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개미들이 우리와 같은 수준까지 자신을 합리화할 수 있는 뇌를 갖고 있다면, 개미가 인간의 동료가 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주장까지 펼칩니다.
그렇다면 윌슨이 연구한 개미들의 특징은 뭘까요? 연령 구분, 더듬이 의식, 식육 관습, 계급 결정, 날씨 예측... 이외에 말로는 묘사하기 힘든 기이한 행동들이 있지만 이런 특징은 인간 세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특징에 속한다고 윌슨은 주장합니다. 한낱 미물에 불과한 개미들이 군집을 이루며 나름대로 사회성을 갖고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은 사회생물학이 인간 본성을 탐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반증이라는 것이지요.
더 나아가 윌슨은 "인간이 태어나자 마자 문화적 영향이 거의 전무한 환경에서 키워진다면, 인간 사회생활의 기본 요소들을 새롭게 구성해낼 수 있을까 추정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며, 단기간 내에 언어의 새 요소들이 발명되고, 문화가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본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인간 본성의 일반적인 형질들은 일반 진화론에서 예측한대로 포유동물의 것이며, 더 구체적으로는 영장류의 특징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윌슨은 특히 인간의 유전적 진화와 관련해 "수많은 세대를 거쳐 내려온 인류는 바로 그 거대한 흐름을 통해 성별과 가족과 전체 집단 간에 단일한 인간 본성을 공유하는 것이며, 그 인간 본성 안에서는 비교적 작은 유전적 영향들이 끊임없이 변화하며 재순환되고 있다"고 봤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윌슨은 현대인의 사회적 행동은 인간 본성의 단순한 특징들이 이상 발달한 과잉 성장물들이 한데 모여 불규칙한 모자이크를 형성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멕시코 고원지대에서 이뤄지는 카니발 관습이나 인도에서 동물 살해를 금지하는 관습을 만든 것은 인간 본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오랜 시간을 통해 인간은 자신의 유전자 혹은 생물학적 하부구조를 아주 견고하게 강화해왔다고 주장합니다.
"성(性)은 사회결속용"
특히 인간 본성 가운데 뚜렷한 특징인 성 문제에 있어서 윌슨은 성이 단순한 종족번식의 성행위를 초월한다고 주장합니다. 육체적 쾌락을 통해 이뤄지는 성의 궁극적인 기능인 유전적 다양화가 생식과정 자체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쾌락을 통해 이뤄지는 성적 결합도 다른 역할들을 충족시키지만, 그 중 일부는 번식과의 연관성이 극히 적다는 것이지요.
윌슨은 인간의 성행위가 번식외에 인간사회의 결속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윌슨은 사랑과 성이 함께 공존하기 위한 것이며, 동성애는 초기 인류 사회조직의 중요한 요소로서 진화한 독특한 자선행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타주의는 목적을 갖고 있다"
다른 사람을 위해 목숨을 내던지는 행위나 조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이타주의는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요? 어쩌면 가장 근본적인 인간본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 윌슨은 이타주의 역시 진화론적으로 인간 유전자의 발전을 위해 진화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역설적이지만 자비심은 선택적이며 궁극적으로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라는 것입니다.
목적을 갖고 있는 이타주의는 인간을 통해 매우 정교해졌는데, 먼 친척이나 무관한 개인 사이에 이뤄지는 보답은 인간 사회 구성의 열쇠라고 윌슨은 봤습니다. 인간은 더 큰 조화를 이룰 수 있을만큼 계산적이며, 이기주의는 거의 완벽한 사회계약을 이룰 열쇠라는 것이지요.
이타주의는 본질적으로 목적적이며, 그래서 개인의 마음은 양가감정, 기만, 죄 의식으로 뒤범벅 돼 언제나 근심에 차게 된다고 윌슨은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인간은 합리적 계산과 이성으로 사회계약을 맺으며, 이를 주관하는 뇌는 진화를 통해 유전물질을 고스란히 보존해가는 우회적 방법을 쓴다고 윌슨은 지적했습니다.
종교는 칼이자 방패
인류학과 역사학은 초보적인 종교일수록 순수한 세속적 보상(긴 수명, 풍부한 식량, 재앙 회피, 정복)을 위해 자연적인 존재를 추구한다는 막스 베버의 결론을 지지하고 있다고 윌슨은 말합니다. 그리고 종교끼리 적대감은 사회가 붕괴될 때 강화되며, 종교는 전쟁과 착취라는 목적에 종사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정복자의 종교는 칼이 되고, 피정복자의 종교는 방패가 된다는 비유는 의미심장합니다.
윌슨은 종교가 부인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주요 행동 범주에 속하며, 무엇보다 인간은 죽음이나 미래와 같은 복잡한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단순한 규칙을 요구하며, 이런 무의식적인 명령과 일상 생활에서 이뤄지는 결정을 해부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저항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윌슨은 더 이상 종교가 형이상학적 개념이나 신학적 차원의 연구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이제는 종교가 자연과학의 설명 대상이 되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강조합니다. 사회생물학은 유전적으로 진화하는 인간의 뇌 속의 물질 구조에 작용하는 자연선택 원리를 통해, 사회의 근원 자체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1929년 미국에서 태어나 27살부터 하버드 대학 교수로 재직한 에드워드 윌슨은 개미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이며, 생물다양성과 사회생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저명한 과학저술가입니다. 생물학뿐만 아니락 학문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준 에드워드 윌슨의 명저를 통해 깊어가는 가을 인간 본성에 대해 사색하는 기회를 가지시길 바랍니다.
성(性)과 사회결속
인간 본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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