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운동을 참 좋아합니다.
운동과는 상관이 없을법한 외모를 지녔는지 '그래 보인다'는 반응을 자주 듣지는 않습니다만 어쨌든요.
하지만 법조팀으로 옮긴 후부터는 운동을 많이 걸렀습니다.
주말마다 하던 축구도 얼마 전 당한 부상 때문에 쉰지가 꽤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체형도 아저씨처럼 변하고, 몸도 많이 무거워졌습니다.
급기야 얼마 전에는 정말 이대로 살면 안되겠다는 위기감 마저 느꼈습니다.
감사하게도 저희 회사 지하에는 헬스장이 있습니다.
지금은 잠시 쉬고 있습니다만, 저도 한 동안 퇴근 후에 운동을 하곤 했는데요.
얼마 전 대법원에서 나온 판결을 보니 그 때 생각이 나더군요.
업무 시간 이외에 회사 헬스장에서 운동하다 다치면 산재로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없을까 하는 문제였는데요.
어떻게 생각하면 될 것도 같고, 또 어떻게 보면 안 될 것도 같더군요.
사건 내용을 좀 자세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지난 해 1월 31일, 모 금속공업 주식회사에 다니는 주 모씨가 아침 9시 쯤 회사 헬스장에서 역기대에 누워 목이 눌린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주씨는 평소 7시 50분쯤 회사에 출근해서 한시간씩 운동을 했다고 합니다.
주씨가 아침 조회 때 나오지 않자, 동료들이 무슨 일이 있나 싶어 헬스장엘 왔다가 사고를 당한 채 누워있던 주씨를 발견한 거죠.
주씨는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결국 2월 10일 사망했습니다.
이 회사는 2007년에 회사 일부 직원들의 요구로 헬스장을 만들어줬습니다.
헬스실 열쇠는 주씨와 주씨의 동료, 이렇게 2명이 관리를 하고 있었고요.
근무시간을 제외하고는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 회사는 희유금속의 분석, 정련가공, 독극물 제조업, 용접봉 등을 만드는 회사였는데<작업지시-재료수급, 운반 - 계량 - 도가니 장입 - 도가니 용해 - 금형틀에 부어 생산 - 재계량 - 이동> 이 게 주씨가 하는 작업의 내용이었습니다. 몹시 힘든 일이었던 거죠.
주씨가 사망하자 주씨 가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출근 시간 전에 운동하다 당한 사고까지 업무상 재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이유였죠.
그래서 소송을 냈고요, 1심 법원인 인천지법은 '업무의 원만한 수행을 위한 준비에 해당한다"면서 주씨 가족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항소심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은 정 반대의 판결을 했지요.
사업주나 회사가 헬스실 이용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상시 근로자 70명 중에 헬스실 이용 직원이 그다지 많지 않았던 점, 체력단련 행위가 업무의 준비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가족들 입장에서는 참 억울했겠지요.
그래서 가족들은 대법원에 상고를 했고, 대법원은 이 판결을 또 한 번 뒤집었습니다.
주씨의 일이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기 때문에 근골격계 질병을 예방하고, 업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근육 힘을 강화할 수 있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보인다는 겁니다.
주씨의 사망이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이상 업무상 재해로 봐야한다는 거죠.
대법원은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고(이런 경우를 파기환송이라고 하죠) 조만간 판결이 다시 내려지겠죠. 대법원 판결이 다시 뒤집힐 가능성은 적다고 봐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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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업무시간이 아닐 때 당한 사고라 하더라도, 업무와 관계만 명확히 입증할 수 있다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건데요.
비단 출근시간 전후의 운동 뿐만 아니라, 다른 경우라 하더라도 일단 내가 하는 업무와 어떤 특정 활동 사이의 인관관계를 증명해 낼 수만 있다면 충분히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다고 하겠습니다.
취재하고 기사쓰는 게 근골격계 질환이 우려되는 일은 아니니까, 적어도 제 경우에는 업무시간 외에 운동하다 다치면 국물도 없겠지만요.
사무직 업무를 하고 계신 분들은.. 그냥 조심조심 운동하십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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