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국정원의 공조로 검거된 '대학강사 간첩' 이모(37)씨는 청년시절 해외에서 포섭돼 공작금을 학비로 사용하고 제도권에서 활동하며 정계 진출까지 노렸다는 점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9일 수원지검에 따르면 이씨는 1992년 인도 델리대학 재학 중 북한 '35호실' 공작원에게 포섭된 뒤 93년과 95년 2차례 밀입북해 조선노동당에 가입했으며 97년 7월부터 지난 2월까지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군 작전교범과 군사시설 위치 등 군사기밀을 북 공작원에게 전달하고 공작금 5만600달러를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학시절 포섭, 오피리언 리더로 성장 = 이씨는 국내 고교 졸업 후 인도 대학으로 유학 가 유학생활을 하던 중 인간적으로 접근한 북 공작원에게 포섭돼 17년간 호형호제 관계를 유지하며 지령과 기밀수집 및 제공, 공작금 수령 등 간첩활동을 해왔다.
이씨는 북 공작원으로부터 공작금을 받아 인도 델리대학 정치학과와 국내 대 대학 석.박사과정 등 학업과 간첩활동, 생계 자금으로 활용했다.
이씨는 또 '정치학박사 명함'으로 민주평통 자문위원,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모정당 지역당협 운영위원 등을 맡았고 이 과정에서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
그는 상부선 공작원으로부터 "정계에 진출하라", "국회의원 또는 시장이 되라"는 권유를 받는 등 제도권에서 활동하며 '오피니언 리더'로 성장 중이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씨는 "외로운 유학생활 중 북 공작원이 접근해 따뜻하게 대해주자 쉽게 포섭돼 그 정체를 알면서도 요구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며 "이번 기회에 모든 걸 털어버리고 싶다"며 후회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남침가상 작전계획 누설 = 이씨가 북에 전달한 군사기밀 중에는 북의 남침을 가상한 각종 군사작전 계획과 상황별 조치내용, 부대병력 이동 등 중요한 군사기밀이 담겨 있다.
이 중 육군 최상위 야전교범 '지상작전'과 미육군 최상위 전투수행교범 '美교리100-5', '육군대학 교육자료' 등은 전쟁발발시 지상전에서의 제대별 작전계획과 상황별 조치, 후방 대침투 작전교리 등이 망라돼 있다.
일종의 '군사작전 시나리오'가 누설되면서 우리 군의 전쟁수행 능력과 의도가 노출돼 유사시 작전수행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등 국가안보에 위협을 초래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아울러 남북교류가 빈번했던 2003년에 거액의 공작금을 주며 군사정보 수집을 반복적으로 지령했다는 점에 공안당국은 주목하고 있다.
또 국내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이 어려운 외국 서버 이메일을 이용하고 GPS, USB 등 디지털 장비를 활용한 것도 특징이다.
공안당국은 이씨가 수집한 공군비행장 위치 등 군사시설은 인터넷 포털에서 일반인이 확보할 수 없는 자료라고 보고 있다.
◇북 '35호실' = 공안당국은 이번 수사가 지난 7월 적발된 김모씨 사건에 이어 2번째 북 '35호실'의 내국인 포섭공작 사건이라고 밝혔다.
35호실은 해외공작원을 통해 적대국가 정보 수집, 해외 공작거점 확보 및 한국인 납치.테러 등 공작활동 임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라고 공안당국은 분석했다.
83년 노동당 중앙위 직속 조사부에서 대외정보조사부로 확대 개편된 뒤 93년께 35호실로 개칭됐다. 35호실 명칭은 조직개편 지시를 받은 날 3월5일을 지칭한다.
이씨를 포섭한 35호실 공작원 리진우는 92년 방콕에서 이모(48)씨, 93년 태국에서 내국인 공작원 송모(65)씨를 포섭.밀입국시켜 간첩교육을 받게 한 동남아 거점 북 공작요원이고 공안당국은 설명했다.
검찰 수사결과 이씨는 93년과 94년 밀입북 당시 북한 공무여권을 사용했으며 북 체류 중 양복, 구두, 오메가 시계를 선물로 받았으며 조선노동당 입당원서와 충성맹세문을 작성하고 암호해독 등 간첩통신교육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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