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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피해 트라우마는 질병 아닌 혼동"

최남희 교수 "자력극복 도와줘야"

범죄피해나 재난으로 생긴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치료를 요하는 정신장애나 질병이 아닌 혼동의 상태로,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최남희 서울여자간호대학 교수는 법무부 등이 2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하는 범죄피해자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트라우마 혼란 해소와 내러티브 재구성'이란 논문에서 2003년 2월 21일 대구지하철 참사의 생존자인 20대 여성 A 씨의 사례 등을 소개하며 이런 견해를 내놨다.

트라우마는 대형 태풍과 비행기 사고 및 교통사고, 전쟁과 납치 및 테러 등 개인이 자율적 의지로 그에 대응하거나 대처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정서적 반응을 말한다.

논문에 따르면 퇴원 후 안정된 생활을 하던 A 씨는 같은 해 8월 대구 유니버시아드 개막식을 관람하고 출구를 향하다가 사람들에게 밀려 가족과 떨어지자 갑자기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온몸이 마비되는 듯한 증상을 겪었다.

다른 부상자들도 영화관에서 즐겁게 영화를 보고 나오다가 갑자기 현기증을 일으켜 쓰러지거나, 집 안 어디선가 타르 타는 냄새가 난다며 뛰쳐나가고, 자기 집 주방의 스테인리스 주방용품을 보고 비명을 지르는 등의 경험을 했다.

생존자들은 '지하철을 다시 못 타겠다'고 호소했고, 집 밖으로 나오는 것을 싫어하거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을 불편해하는 증상을 보였다.

최 교수는 "생존자들은 오감을 통해 전달되는 자극에서 사고와 관련된 인상을 덧씌워서 지각하고 있었다"며 "절대적인 고립과 위기순간의 외상체험은 사람을 무감각하고 무기력하게 만들어 삶의 의욕을 잃게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라우마를 체험한 사람은 연상되는 모든 단서를 피하려 하는데 그 같은 체험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면적으로 처리되지 않고 고정된다"며 "체험을 처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감정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상투적인 위로나 공감의 차원을 넘어서 피해자 스스로 트라우마로 인해 일어나는 정서, 행동, 인지, 감정의 변화를 파악하도록 하고 이러한 과정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정당하다는 것을 이해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아무도 내 고통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고정된 생각이라 범죄 피해자를 지원할 때는 방문활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재난과 범죄 피해자들이 보이는 다양한 증상적 행동은 질병이 아니라 어려움에 대한 자연스러운 저항의 일부이고, 사람은 이를 극복할 내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며 "수동적 치료가 아니라 스스로 내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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