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핫 100' 진입은 1980년 이후 동양 가수로는 약 30년 만에 처음입니다. 동양인의 벽을 깬 것입니다. 다음 활동도 한국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입니다."
여성 5인조 그룹 원더걸스와 프로듀서 박진영이 23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바디(Nobody)'가 10월 셋째주 빌보드 '핫 100'의 76위에 진입한 쾌거를 직접 전했다.
이번 성적은 한국 작곡가의 곡을 부른 한국 가수가 한국 음반기획사의 이름을 달고 빌보드 메인차트 100위권에 처음 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원더걸스와 박진영은 미국으로 떠난 지 7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의 의미와 미국 시장을 뚫은 과정, 향후 계획을 공개했다.
오랜만에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에 "돌아왔다는 걸 느낀다"는 멤버들은 그간의 고생담을 털어놓았고 선미는 그 과정에서 눈물을 쏟기도 했다.
박진영은 "원더걸스가 자랑스럽고 고맙다"며 "이 친구들이 세상에서 가장, 노래를 잘하지도, 예쁘지도, 춤을 잘 추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고 속깊고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기에 얻은 결과"라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박진영, 원더걸스와의 일문일답.
--빌보드 진입은 어떤 의미를 가지나.
▲1980년 이후 동양 가수가 '빌보드 200'에 오른 적은 8번이나 있지만 '핫 100'에는 1980년 이후 동양 가수가 단 한명도 없었다. 일본의 우타다 히카루, 대만의 코코리도 대형 음반사와 진출했지만 '핫 100'에 오르지 못했다. 우리가 통상 지칭하는 빌보드 차트는 '핫 100'을 의미한다. 음반 판매량을 집계하는 '빌보드 200'과 달리 음원과 음반 판매량과 더불어 라디오 방송횟수가 55%나 차지한다. 라디오 방송 횟수는 조작이 불가능하다. 미국에서는 몇천개 중 주요 167개 라디오 스테이션을 '톱 40'라고 하는데 '노바디'는 이중 18개 스테이션의 선곡 로테이션에 진입했다. 지금 미국에는 복고 콘셉트를 가진 그룹이 없는데 이렇게 라디오에서 노래를 튼 이유는 비슷한 노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박진영, 이하 박)
--미국 시장을 뚫기 위한 원더걸스의 전략은 무엇이었나.
▲미국에 처음 갈 때 계획은 '10대 초등학생을 공략하자'였다. 인터넷 덕택에 세상이 바뀌어선지 이들은 백인, 황인을 구분하며 인종 차별을 안한다. 원더걸스는 7개월간 10대를 공략했다. 이를 위해 음반도 레코드점에서만 팔지 않고 미국 전역에 약 1천개의 매장이 있는 10대 의류 브랜드를 뚫어 이곳에서 2주 전부터 음반을 판매했는데 3만여 장이 나갔다. 디지털 음원과 가격을 맞췄더니 손에 쥐는 것을 좋아하는 10대의 특성 상 잘 팔리더라.(박)
--미국에서의 홍보 방식은 달랐을 것 같은데.
▲미국에서는 한국처럼 TV에서 시작하는 하달식 프로모션이 통하지 않는다. 원더걸스는 조나스 브라더스 50여회 투어에 참여할 당시, 매일 10시간씩 흔들리는 버스에서 잠을 자며 다음 도시로 이동했고 도착하면 바로 공연장으로 가 관객들을 직접 만났다. 공연장 밖에서 스피커와 마이크 하나 놓고 노래와 춤을 가르쳐주고 사진도 찍고 무대에서는 노래로 감동시켰다. 1단계는 이처럼 팬들과 일대 일로 만나 우리를 알리는 것이었다. 2단계는 이때 만난 팬들을 온라인상에서 집결시키고 이 팬들이 라디오를 공략해 자연스레 3단계인 라디오 홍보로 이어졌다. 우리는 지금 이 단계에 와 있다. 4단계는 TV 출연과 신문, 잡지 등의 유력 매체 인터뷰다. 11월 미국 시청률 '톱 5'에 드는 프로그램에서 노래할 예정이며 매체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그 다음은 정식 음반을 내는 것이다. 올 겨울까지 '노바디'로 활동한 후, 내년 초 영어로 된 미국 정규 음반을 낼 예정이다.(박)
--멤버들은 힘든 순간도 많았을텐데.
▲미국에 갔을 때 매일 밤마다 눈물을 흘리며 잔 기억이 난다. 모든 게 낯설고 적응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너무 어려서 외로웠나보다. 또 언어가 부족했고, 우리를 모르는 분들을 상대로 노래하고 춤추며 음악을 알리는게 무섭기도 했다. 멤버들이 힘이 됐다. 또 내가 춤추고 노래하는 걸 무척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선미)
두달 간 조나스 브라더스와 투어를 했는데 처음에는 관객이 우리 노래를 전혀 몰랐다. 최근 다시 조나스 브라더스의 콘서트에 참여했는데 이때는 '노바디'를 부른다고 하자 관객들이 박수치며 환호해줘 놀랐다. 한국에서는 하루 10-40번씩 같은 노래를 불렀지만 조나스 브라더스 투어 때는 하루 단 한번이었기에 망치면 안된다는 생각에 그 한순간이 너무 소중했다.(예은)
--미국 활동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첫째는 영어다. 오전 영어 학원에 다니고 오후에 발음 교정을 받는 등 하루 6시간씩 공부했다.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최선을 다해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예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멤버는 누구인가.
▲아무래도 피부색 때문인지, 유빈 언니가 인기가 많다. 언니는 영어 발음도 좋고 섹시한 매력이 있다.(선예)
솔직히 미국 팬들은 다섯명 이름과 얼굴을 구분 못한다. 우리가 뭉쳐 서로 얘기하고 장난치고 노래하는 모습을 좋아해주는 것 같다.(유빈)
--동양인이기에 인종차별을 받지는 않았나.
▲조나스 브라더스 멤버들, 스태프 모두 우리를 챙겨줬다. 인종차별을 받은 기억은 없다. 단지 안타까운 건 우리가 한국에서 왔으니 영어를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 속상했다.(예은)
5년 전에 진출했으면 그랬을 것이다. 그 사이 일본, 중국 등지 아시아의 경제 성장으로 미국의 인식이 바뀌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 것도 인종간의 벽을 허무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색깔에 대한 근본적인 개념이 흔들리고 있어 원더걸스는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고 생각한다.(박)
--원더걸스의 팬이 주로 교포는 아닌가.
▲'톱 40 라디오 스테이션'에서 18개 스테이션의 라디오 선곡 로테이션에 진입했는데 이중 한인이 많이 사는 지역은 샌프란시스코 밖에 없다. 원더걸스의 성장 원동력이 교포로부터 시작되는 파워라고 볼 수 없다.(박)
--당초 임정희와 지-솔이 먼저 미국 데뷔를 준비했지만 늦춰졌고, 원더걸스가 먼저 성과를 이룬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지난해 가을 미국에 금융위기가 불어닥치며 신인 가수의 음반 제작이 모두 취소됐다. 게다가 동양인에게는 더욱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당시 음반 준비를 했던 임정희와 지-솔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그때는 내 힘으로 음반을 낼 수 없는 상황이어서 내가 힘을 길러 음반을 내주겠다고 약속했다. 원더걸스에게 기회가 온 것은, 미국도 지금 음악 자체로 수입이 줄어 신인과 계약을 할 때 음반, 책, 영화, 행사, 광고 등 전체 분야를 아우르는 360도 계약을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이 매력있어야 하는데 다행히 미국 파트너들이 다섯 멤버들을 귀엽고 매력있다며 좋아했고 라이브를 본 후 춤과 노래에 감탄했다.(박)
--빌보드 입성까지 얼마나 오래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목표와 실제 진도는 어느정도 차이가 나나.
▲보통 신인이 싱글을 내고 빌보드에 오르는 시간은 빨라야 1년이다. 그런데 원더걸스는 6월 싱글 발매 후 4개월 만에 이뤄냈다. 특히 조나스 브라더스 투어 때 멤버들 발이 퉁퉁 부어 하이힐을 못 벗을 정도였다. 전용비행기 없이 두달 간 미국, 멕시코, 캐나다를 돌며 50여회 공연한 건 말도 안된다. 우리 예상보다 반도 안 걸렸다.(박)
--'핫 100' 76위에 올랐는데, 다음 주 예상 순위는.
▲라디오 방송횟수는 상승세지만 음반 판매량이 떨어질 것 같아 순위 하락세가 예상된다. 본격적으로 상승하는 건 예정된 TV 출연과 신문 잡지 인터뷰 이후인 11월 말이 될 것 같다.(박)
--내년 초 발매할 1집은 어떻게 구성되나.
▲'노바디'에서 업그레이드 되겠지만 신곡도 같은 궤에 있다. 국내에서 발표한 히트곡의 영어 버전 6곡, 신곡 6곡 등 총 12곡이 될 것이다.(박)
--향후 미국과 국내 활동 계획은.
▲당분간 한국에서는 활동 계획이 없다. 미국에서 음반을 낸 뒤 전세계 프로모션을 돌 때 한국에 오래 머무는 정도가 될 것이다. 미국과 더불어 유럽도 진출할 것이다. 우리는 망하더라도 후회없이 망하자고 얘기했다. 아직은 망하지 않고 잘 되고 있다.(박)
--한국에 돌아오면 뭐가 가장 먹고, 하고 싶었나.
▲간장게장을 먹고 싶었다. 오늘 아침에 먹었는데 무척 맛있더라. 우리가 당초 계획보다 빨리 입국했는데 엄마가 케이크를 사두고 집에서 깜짝 파티를 준비해주셨더라. 엄마와 붙잡고 울었다.(예은)
김치찌개가 먹고 싶었다. 오늘은 아버지와 동생을 만나는 날이어서 기쁘다.(선미)
--어떤 일정을 소화하고 언제 미국으로 돌아가나.
▲밀린 광고 촬영을 하고 다음 주 중국 시상식에 참석해 공연한다. 11월 초 돌아갈 예정이다. 팬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 계속 응원해달라.(선예)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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