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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교민 울린 '투자귀재' 사기극

'연이자 40% 보장' 유혹…돈세탁도 수준급, 교포 피해자 속출…"밴쿠버는 쑥대밭"

"4일까지 모든 원금과 이자를 돌려드리겠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7년 전부터 캐나다 밴쿠버에서 선물투자회사를 운영해 온 김모(39) 씨가 교민 투자자들에게 남긴 이메일 내용이다. 그러나 김씨는 `빚잔치'가 예정된 이달 4일 돈을 갚기는커녕 교민의 눈을 피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김 씨는 이미 밴쿠버 집까지 처분하고 가족을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보내는 등 도주 준비를 끝낸 터였다.

국내에서 숨어지내다 경찰에 붙잡혀 구속된 김씨는 200여명의 밴쿠버 교포들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330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는 캐나다 영사관에서 200여명의 영주권자들을 상대로 피해 금액을 조사한 결과일 뿐 시민권자 피해자까지 합하면 착복 금액은 700억 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캐나다 시민권자를 상대로 벌인 범죄에 대해서는 수사권이 없어 이 부분은 캐나다 경찰이 따로 수사해야 한다.

한국의 대학에서 회계학과를 졸업한 김씨가 캐나다로 건너간 것은 10년 전인 1999년. 그 때부터 밴쿠버에 정착해 투자 상담 자격증을 따고 선물 투자 회사를 운영해 왔다.

김씨는 주로 현지 한국 교회와 교회 관련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인맥을 넓히며 "금과 미국 채권 등에 선물 투자를 하면 연 30∼40%의 이자를 주겠다"며 투자를 유치해 왔다.

현지 치과의사, 자영업자 등 고소득층을 비롯해 가게를 운영하는 평범한 교포들도 김씨의 유혹에 넘어가 최소 수천만원부터 많게는 수십억원씩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한때 성공적인 펀드 운용으로 투자자들한테 약속한 고이율의 이자를 지급하며 교민 사회에서 유능한 투자 전문가로 명성을 쌓기도 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 위기의 여파로 작년 11월부터 회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치밀한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지난 5월부터는 투자자들에게 원금도 상환하지 못할 정도로 위기에 몰렸고, 회사가 무너지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에선지 이때부터 더욱 투자자 유치에 열을 올렸다.

피해자들은 투자금을 캐나다 정부가 보호해 준다는 내용으로 김씨가 위조한 공문서를 보고 안심한 게 화근이 됐다.

김 씨는 투자금 회수를 독촉하는 투자자들에게 수차례 "투자 원금을 돌려받으려면 내가 자유로워야 한다"며 경찰 등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회유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330억원 중 116억 원은 한국의 은행에 개설된 통장으로 받았지만, 현재 통장에 남은 돈은 800만 원밖에 없고 나머지 돈은 행방이 묘연하다.

김 씨는 캐나다 은행 계좌를 통해 받은 돈도 미국으로 빼돌려 자신의 고교 동창들 명의로 된 차명계좌에 숨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 씨는 경찰에서 투자금의 행방에 대해 "큰 곳에 돈을 투자해 놓았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어디에 돈이 있는지는 말할 수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으로 밴쿠버 교민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는 전언이다.

식료품 가게를 하는 김모(48) 씨는 3억 원을 투자했다 고스란히 날릴 위기에 처했다며 현지 분위기를 연합뉴스에 전해왔다.

김 씨는 "어떤 교포는 빚을 내서 투자금을 대기도 했고 어떤 이는 전재산을 다 날리고 자살 기도까지 했다"며 "현재 밴쿠버 한인 사회는 투자사기 사건으로 말그대로 쑥대밭이 됐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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