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으로 인공호흡기를 통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공식적으로 중단한 김모(77) 할머니가 최근 산소마스크를 통해 고비를 넘긴 사실이 확인됐다.
21일 환자 가족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4시에 김 할머니의 호흡이 2분 여간 멈춰 산소포화도가 위급 상황 기준인 90% 아래로 급격히 떨어지자 의료진이 산소마스크를 씌워 할머니의 호흡을 도왔다.
김 할머니가 인공호흡기 제거 초기에 5~6초간 무호흡 증상을 몇 차례 보인 적은 있으나 이처럼 길게 무호흡이 계속된 것은 이 때가 처음이다.
이에 따라 가족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병원으로 모였으나 산소 공급으로 김 할머니의 호흡과 맥박 등 건강수치는 이내 정상범위로 돌아왔다.
산소 공급은 "임종(臨終)을 할 수 있도록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적절한 조치를 취해 달라"는 가족들의 요구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이후에도 한동안 산소 공급 호스를 김 할머니의 코 근처에 놓아 할머니가 자발 호흡을 원활히 할 수 있게 조치했다.
병원 관계자는 "할머니의 생일이던 이달 14일까지 호스를 통해 할머니의 호흡을 도왔다. 지금은 호스를 떼어 산소 공급없이 자발 호흡을 하고 있고 건강 수치도 정상이다"라고 설명했다.
법원 판결에 따른 인공호흡기 제거로 산소 공급이 중단된 김 할머니가 다시 산소 공급을 통해 위기에서 벗어나자 '존엄하게 죽음을 맞게 해 달라'는 할머니의 의사에 반한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맏사위 심치성 씨는 "호흡기를 다시 삽관한 것이 아니라 간접적인 산소 공급을 통해 장모님의 호흡을 도와준 조치였고 자발적인 호흡이 사라지면 자연스레 임종을 맞으실 것"이라며 "위기가 찾아올 때 인공호흡기를 삽관하거나 심폐소생술은 안하기로 병원 측과 합의를 봤다"고 말했다.
호흡기 제거 판결을 한 법원 역시 산소 공급이 판결 내용을 거스르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서울서부지법 관계자는 "당시 할머니의 의사에 따라 달고 있던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것이 판결 내용이었고 이후 조치 상황은 판결과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김 할머니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라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올해 6월 23일 인공호흡기가 제거된 후에도 4개월 가까이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연명치료 중단 김할머니 한때 산소마스크
12일 무호흡 2분 넘자 산소 공급…법원 "판결과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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