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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아동 성폭력 사건 매뉴얼 몰랐다"

19일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13세 미만 아동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대검찰청의 지침이 있는 것을 아느냐"는 말로 운을 뗐습니다.

김준규 검찰총장의 대답은 "직접 보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주영 의원의 '친절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2003년 6월 5일에 만든 것이다. 대검 강력부의 지침이라고 나와 있다. 법무부에서 조사 매뉴얼을 책자로 발간해 놓았다..."

매뉴얼의 내용도 자세히 소개됐습니다.

"아동 성폭행 피해자를 조사할 때는 전담 검사를 지정해서 운영하게 돼 있다. 경찰은 사건을 접수한 즉시 전담 검사에게 보고하도록 돼 있고, 검사는 경찰 조사 때부터 경찰을 지휘하게 돼 있다..."

이어 이 의원은 이른바 '조두순 사건' 때 이런 매뉴얼이 지켜졌는지 물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조두순 사건은 8세 여자 어린이를 잔혹하게 성폭행한 사건으로, 처음엔 '나영이 사건'으로 알려졌습니다.

대검 형사부장(검사장)이 대신 답변에 나섰습니다.

"그 사건에서는 지켜지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의원의 질문은 계속됐습니다.

"진술 녹화에 대한 지침도 상세히 나와 있다. 보호자 동의를 받아서 녹화하고...조사 과정에서 아동심리 전문가를 참여시켜 신빙성을 높이도록 돼 있다. 조두순 사건으로 피해 아동의 진술을 녹화할 때 전문가가 있었나?"

역시 대답은 "없었다" 였습니다.

이것 뿐 아니었습니다.

이 의원이 소개한 검·경 매뉴얼에는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때 주요 사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빨간 도장을 찍도록 돼 있고, 피해 아동을 조사할 땐 여러 차례 조사하지 않도록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도록 돼 있었습니다.

이 의원이 다시 김준규 검찰총장에게 질문했습니다.

"총장님, 이런 매뉴얼이 있는 것을 알았습니까?"

김준규 총장의 대답은 "몰랐습니다" 였습니다.

◆ "나영이 아버지, '검찰 너무하더라'"

앞서 이 의원은 조두순 사건 때 피해 아동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피해 아동 나영이(가명)의 아버지에 따르면, 나영이가 성폭력 당할 당시의 상황을 다섯 번씩이나 진술했다는 것입니다.

내용인 즉슨, 조사를 받으러 검찰에 갔더니 영상녹화 담당자가 없어 검사와 일반직원에게 조사를 받았는데, 녹화가 안 됐다, 녹음이 제대로 안 됐다, 녹음된 소리가 작다는 이유로 3시간에 걸쳐 같은 내용을 5차례 진술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용변을 받아내는 도구를 몸에 찬 채...

김준규 총장은 "범죄 피해 아동에 대해 특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면서도 "제가 보고받은 바로는, 1시간 정도 조사를 받았고, 다섯 번 조사를 한 게 아니라 처음에 검사가 대략적으로 한 번, 이어 여성 검사가 영상녹화를 했는데 목소리가 작아 다시 한번 했다고 한다"고 바로잡았습니다.

이 의원은 "피해자 아버지가 '검찰이 너무하더라'고 해서 제대로 전달하려 한 것"이라고 말을 맺었습니다.

이날 국감에서 김준규 총장은 조두순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들을 감찰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법리 적용을 잘못하고, 항소를 포기한 실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과연 이번 사건의 책임을 검사 한두명에게 몰아가는 게 옳은지 곱씹어 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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