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부터 전국 지역농협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쌀수매가 시작됐다. 올해 작황 결과는 다음달 11일쯤이면 다시한번 정확한 발표가 있겠지만, 현재까지 예상되기는 지난해보다는 10만 톤정도 줄고, 평년작(457만 톤)보다는 11만7천 톤이 증가한 468만2천 톤 정도다. 각종 개발바람을 타고 논면적이 지난해에 비해 92만 4천ha, 1.2%가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대풍이다.
그런데, 쌀수매현장은 분위기가 영~ 썰렁하다. 지역마다 편차가 있긴 하지만 신곡가격은 80킬로그램 기준으로 14만5천 원 안팎으로 지난해보다 2만 원정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정부의 쌀재고량이 양곡년도(10월31일)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인 82만 톤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국민들의 1인당 밥쌀소비량도 1995년 106.5㎏에서 75. 8㎏까지 추락한 게 쌀값하락을 부추겼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쌀 대신 밀가루 음식이나 고기 를 먹는 식습관이 번지면서 국민들의 쌀소비는 계속 줄어들 것이고, 정부의 쌀재고량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그렇다면 내년에도 쌀값하락에 항의하며, 애써 키운 논을 갈아엎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정부는 또 임시방편으로 긴급안정대책이라며 돈으로만 막을 것인가? 이런 이유들 때문에 곳곳에서 쌀시장 조기개방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는 쌀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조건으로 2014년까지 외국산쌀을 매년 2만 톤씩 의무수입하기로 돼 있다. 올해 수입량은 32만 톤이고, 2014년이면 40만 톤까지 늘어나게 돼 있다. 32만 톤을 수입하는데만 3,600억 원의 돈이 들어가고, 이를 창고에 보관해 두는데만 매년 900억 원 정도 비용이 든다. 수입비용은 국제곡물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국제곡물가가 급등할 경우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실제 국제 곡물가는 2005년 재계약 당시 톤당 600달러 안팎이던 것이 지난해는 1,100달러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2014년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고 시장을 개방해 불필요한 외국산쌀 수입을 막고, 수입에 드는 수천억 원의 비용을 차라리 농촌의 체질을 개선하는데 써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외국산 쌀 재고가 없으면 국내산 쌀에 대한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어 농가에도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들로 해서 이웃나라 일본은 99년에, 대만은 2002년에 시장 개방으로 돌아선 것이다.
하지만 농민단체들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쌀농사는 식량안보차원에서 일정량의 재배량은 유지시켜야 하고, 저가의 외국산쌀이 몰려들 경우 국내 쌀농사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쌀시장 개방을 2014년까지 유예받았던 것은 비록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국이지만 농업에 있어서만은 개발도상국 지위를 인정받기 때문인데, 관세화로 돌아선다면 국내 농업 전반에 대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국산쌀의 경쟁력이 이미 세계적인 수준인데다, 최소 200-300%의 관세율이 부과될 경우 외국산쌀이 국산쌀보다 평균 20-30%이상 비싸지는 꼴이 돼, 국민들이 품질이 떨어지는 외국산쌀을 애써 사 먹을 이유가 많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2014년 이후면 어차피 시장을 개방해야 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금이 오히려 불필요한 예산낭비를 막고 국산쌀 소비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보고 있다.
일부 농민단체도 쌀시장 개방쪽으로 많이 돌아서 있다. 농민단체라고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해서는 안되고, 다만 관세화, 지원책 등 정부 대비책이 있으면 그쪽으로 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연말까지 결론을 내겠다며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던 정부가 요즘은 잠잠하다. 정말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는 쌀시장 조기개방이 필요하다며 기자들에게 하소연까지 하던 정부가 요즘 말이 없다. 혹시 각종 선거를 앞두고 농민표를 의식한 국회 눈치보기는 아닌지 모르겠다.
쌀시장, 조기 관세화 논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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