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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 '대화신호' 간접 교환

남북관계 돌파구 마련될까


한.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정상이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연결고리로 서로를 향해 나름 관계개선의 신호음을 보냄에 따라 장기 교착상태에 빠졌던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원 총리와의 회담직후 회견에서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서로 이야기하고 싶다는 북한의 의사를 환영한다. 항상 열린 마음으로 있다"고 밝혔고 북한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5일 북.중회담에서 "미국과의 관계개선 뿐만 아니라 일본, 한국과도 관계개선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고 원 총리가 전했다.

물론 전언 형식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의 발언을 직접적인 관계개선의 제스처로 평가하기는 쉽지 않지만 두 정상의 이 같은 신호교환은 남북이 서로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상당한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 이 대통령 "항상 열린 마음으로 있다" = 이 대통령이 이날 원 총리의 회담에서 북한의 대화의사를 환영하고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 구상을 설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결국 북핵 문제를 남북대화와 연계해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재차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이 핵문제의 직접적 당사자이자 추후 대북 경제재건의 주도적 지위에 있는 만큼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기존 인식의 연장선에서 나왔다는 게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남북 대화를 북핵문제를 푸는 핵심 기제로 활용하겠다는 게 이 대통령의 구상인 셈이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이 대통령이 "기회가 닿으면 언제든지 북한에 대해 그랜드 바겐 구상을 설명하고 협력을 구하고자 한다"고 밝힌 대목이다.

여기에는 북핵 문제에 대한 이 대통령의 적극적 주도의지와 더불어 그랜드 바겐의 '효력'에 대해 상당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핵폐기와 국제적 대북지원 및 관계정상화를 교환하는 일괄타결 방식은 북한으로서도 거부하기 힘들고 나머지 5자에게도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최적의 안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런 가운데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일본, 한국과도 관계 개선을 하려고 한다"고 밝힌 것은 큰 흐름에서 지난 8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이후 가시화된 대남, 대일 유화제스처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는 현재의 제재국면에서 탈피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직접적으로는 북.미 양자대화를 앞둔 포석의 의미가 강해보인다. 6자회담 당사국인 한국, 일본과의 관계개선 움직임을 보여야 북.미 직접대화에 나서는 미국측의 부담을 줄여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6자회담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은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체면'을 살려주면서 미국이 대화에 나설 수 있도록 명분을 세워주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는 조건부 6자회담 복귀의사를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을 마련하자고 했다"고 말해 북.미 양자대화의 성과를 조건부로 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 남북대화 전망 = 그러나 이 같은 두 정상의 유화적 발언이 남북관계가 대화모드로 돌아서는데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당장 이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 구상에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그랜드 바겐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이 대통령이 북한의 대화의사를 환영하면서도 "만나는 것의 최종목표도 결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밝힌 대목은 결국 북한이 핵폐기 논의를 전제로 남북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발언의 배경과 의도를 놓고 관측이 분분하지만 남북대화의 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특히 우리측에서는 러시아, 중국 등의 대북 식량지원 흐름에 따라 인도적 지원의 재개를 주문하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어서 두 정상의 발언이 어느 정도 우호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남측이 대북 쌀 지원을 재개하는 방식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시도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고 대북 특사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때 남북관계의 걸림돌로 작용할 듯했던 황강댐 방류 사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큰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으로부터 어떤 반응도 없는 상황에서 향후 전망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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