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회삿돈을 무려 1천900억원이나 빼돌린 혐의로 구속된 동아건설 박모(48) 자금부장의 그간 생활은 그 어떤 재벌도 부럽지 않을 정도로 화려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천문학적인 거액을 손에 넣다 보니 고급별장, 외제차 구입은 물론 주식투자, 경마, 해외 원정도박 등을 통해 그야말로 돈을 물 쓰듯이 썼다는 게 경찰의 전언이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150억원은 주식투자, 200억원은 경마, 350억원은 마카오 카지노와 사설 카지노, 190억원은 강원랜드 카지노, 50억원은 포커도박에 쓰고 나머지는 이전의 횡령액을 돌려막는 데 사용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카지노에서는 '큰손'으로 통했다. 박씨는 주말에 강원랜드에서 도박할 때면 하루에만 20억∼30억원을 쓰는 VIP 고객이었다. 이런 그를 당시 강원랜드에선 '강남 박회장'으로 불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호화별장이나 동거녀를 위한 빌라 등 부동산 구입에도 회삿돈을 마음대로 썼다.
박씨는 지난 3월 경기 하남시 감북동에 16억원 상당의 고급 단독주택을 샀고, 4월에는 전 동아건설 자금부 경리직원인 권모(32.여)씨를 위해 서울 강동구 상일동의 빌라를 3억3천만원에 빌려 선물하기도 했다. 2007년에는 경기 양평군에 6억원대 고급별장을 샀다.
벤츠나 BMW 등 고급 외제차는 수시로 바꿔 타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박씨가 이런 과정에서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일단 다른 사람의 돈을 빌려 부동산을 구입한 뒤 카지노에서 한 차례 환전한 돈으로 갚는 수법을 썼다고 말했다.
국세청과 함께 강원랜드에서 유통된 고액권 수표 6천여장 관련 자료를 확보해 조사 중인 경찰은 현재 강원랜드 도박과 부동산 구입에 박씨가 빼돌린 돈 일부가 쓰인 사실을 확인한 상태다.
하지만 박씨는 횡령액과 부동산·차량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어쨌든 박씨의 이러한 간 큰 범죄는 회사 내부에서 의혹이 커지고 경찰 수사가 시작되며 파국을 맞게 됐다.
박씨는 회사 내부에서 조사가 진행되자 7월8일 휴가를 내고 도피를 시작했다. 두달여간 권씨의 빌라에 숨어 산 박씨는 9월 중순에는 타인 명의로 빌린 송파구 방이동의 빌라에서 머물렀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경찰 추적을 피하려고 속칭 '대포폰' 20여대로 지인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방이동 빌라 장롱에 현금 7억원을 도피자금으로 준비해뒀다.
3개월간 박씨를 추적한 경찰은 박씨가 추석을 앞두고 부인 송모(46)씨를 만날 것을 예상, 송씨를 미행한 끝에 추석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하남시 미사리 인근 한 식당에서 검거에 성공했다.
검거 당시 박씨는 싸이클복 차림에 선글라스를 끼고 콧수염을 길러 위장한 채 타인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하며 상황을 모면하려 했고, 경찰이 지문조회를 시도하자 격렬히 저항한 끝에 결국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박씨가 카지노 등에서 사용한 수표를 추적·확인하려면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해외 원정도박의 경우 상대적으로 자료 확보와 확인이 쉽지 않다는 점도 수사의 걸림돌이다.
경찰은 "시일이 오래 걸리고 해외 도박의 경우 완벽한 추적이 쉽지 않겠지만 박씨가 쓴 돈의 마지막 1원까지 조사하겠다"며 강한 수사의지를 내비쳤다.
(서울=연합뉴스)
동아건설 자금부장의 화려했던 '횡령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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