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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김정일 발언 논평 유보 속내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조건부 6자회담 복귀' 발언에 대해 미국 정부는 공식 논평을 유보하며 극도로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일본, 러시아 등 일부 6자회담 참가국들이 환영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고 나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국이 논평을 유보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중국정부의 방북 대표단으로부터 김 위원장의 발언 내용과 진의를 보다 구체적으로 들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현 시점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언론보도를 통해 본 것"이라며 "중국측으로부터 보다 상세한 내용을 들을 때까지 성격규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김 위원장 발언을 계기로 북미양자대화 시기가 앞당겨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데 대해 "조만간 양자대화를 발표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며 예단을 차단했다.

이 처럼 차분하고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는 국무부의 속내는 김 위원장의 발언만으로 상황이 북미대화 국면으로 규정되는 것을 원치 않고, 북미대화를 철저히 6자회담 틀내의 대화로 성격규정하려는 목적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북한에 대한 불신감과 북미 대화에 임하는 내부 입장 정리가 필요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미국은 일관되게 '6자회담내 북미대화'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유도하는 북미대화' 입장을 견지해왔다. 북미대화를 '6자회담외 별개의 협상틀'로 가져 가려는 북한의 의도에 쐐기를 박으려는 의지가 강하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은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역할을 지렛대로 삼으려 한다는 해석도 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을 이끌어낸 중국측으로부터 방북 결과 디브리핑을 받은 후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중재' 모양새를 띠면서 북미대화에 임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 양자대화 일변도로 무게중심이 쏠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인 셈이다.

워싱턴 소식통은 "미국이 논평 발표를 자제하며 중국의 디브리핑 이후로 입장표명을 미룬 것은 내용적으로 김 위원장의 진의를 정확히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미대화로 향하는 형식, 명분의 면에서도 중요하다"고 해석했다.

이와 함께 북한이 북미대화가 열릴 경우 6자회담으로 곧바로 복귀할 것인지 '보증'할 수 있느냐는 문제도 미국의 신중한 자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전문가는 "북한의 과거 경력으로 볼 때 믿을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김 위원장이 "북미 양자회담의 상황을 지켜본 뒤"라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을 진행할 것"이라며 6자회담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사실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미국 언론도 "'6자회담은 죽었다'던 북한의 과거 스탠스를 뒤집은 것"(뉴욕타임스), "북한의 태도변화"(CNN)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북미대화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촉진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보다 명백한 6자회담 복귀 약속이 절실할 수 있다.

국무부 고위 당국자가 북한의 '조건부 6자회담 복귀' 발언이 북미 양자대화 이후 6자회담 복귀를 '보증'하는 것인지에 대해 중국측에 확인해보겠다고 언급한 것도 이같은 우려가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미대화가 준비되고, 논의되는 과정에서도 북·미간에 6자회담과 북미대화의 성격규정, 6자회담 복귀 약속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줄다리기가 전개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한 미국 정부의 극도로 신중하고 차분한 자세는 이러한 북미간 샅바싸움의 연장이라는 해석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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