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준비를 하느라 그녀가 지금까지 발표한 1-6집의 앨범을 쭉 들어봤는데 나윤선의 음악세계는 이거다라고 집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각각의 앨범에 실린 음악의 색깔이 다양하더군요. 그 정도면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확립해놓고 그것을 더욱 심화시킬 것도 같은데 왜 그러지 않는지 궁금했습니다.)
▶ 데뷔 이후 본인이 추구하는 음악세계가 어떻게 변해 오셨나요?
나윤선: 저는 미리 계획하고 '다음엔 뭘 해야지 이번엔 이거 해봐야지.'하기보다는 그때그때 제가 만나게 되는 뮤지션, 그때그때 처한 상황에 따라서 음반 작업을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제가 1집에서는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고 싶어서 했고. 2집 같은 경우는 프랑스에서 음반이 나왔는데요. 그 때는 내걸 조금 더 넣어봐야겠다 해서 하게 됐고. 3집은 제가 좋아하는 팝송을 비롯해서 록, 월드뮤직. 제가 좋아하는 것들만 모아서. 그러니까 그때그때 조금씩 달라져요. 이번 앨범 같은 경우는 스웨덴의 기타리스트 울프 바케니우스를 만나면서 제가 그 분한테 자극을 받고 여러 가지 같이 작업하면서 느낀 것들을 담았거든요. 그래서 제 개인적으론 그렇게 해가면서 발전했으면 좋겠지만 어쨌든 하면서 조금씩 다른 것을 해보려고 시도를 한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그걸 미리 계획하는 건 아니고요. 그때그때 그렇게 만들게 되는 그런 계기가 항상 생기더라고요.
▶ 자기만의 세계만 파고 들어가는 스타일은 아닌 건가요?
나윤선: 네. 그런 건 아니고요. 왜냐하면 제가 너무 늦게 시작해서 아직은 모든 것이 새롭고, 모든 것이 배울 것이에요. 제가 지금 이렇게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하고 있지만 분명히 제가 모르는 게 있을 거고요. 그래서 그걸 발견하게 되면 그걸 하고 싶어 져요. 한 가지 색깔, 자기 스타일을 찾아서 하는 게 참 중요하죠. 그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 유럽, 미국, 이스라엘 등 내년 5월까지 콘서트 일정이 잡혀있을 정도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데 각 나라마다 관객들 반응이 다르다든지 하는 특징이 있나요?
나윤선: 참 재미있는 게 관객들 반응은 어느 나라나 똑같아요. 그게 참 재미있어요. 제가 한국 노래를 한국에서 부르건, 중국에서 부르건, 노르웨이에서 부르건, 미국에서 부르건 똑같아요. 그 분들이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음악은 이심전심이구나라는 걸 느끼게 되요. 그리고 그 분들이 나중에 공연이 끝나고 나서 저한테 하시는 말씀도 비슷하고. 그래서 참 저도 놀라요. 이게 설마 내 노래를 알아듣고 어떤 반응을…… 제가 '초우'라는 노래를 부르면 한국 분들은 알죠. 우리는 이게 무슨 뜻인지 알고 정말 슬프고 가슴 절절하게 그런 슬픈 아름다운 곡인데. 그걸 프랑스 지방 도시에 있는 분들도 똑같이 느낀다는 거죠. 그래서 음악은 그냥 목소리면 목소리 하나가 아니라 정신적인 교감 이런 게 있는 것 같아요. 굳이 말로하지 않아도. 그런 점에서 참 재밌습니다. 어디나 다 반응이 비슷하다는 게. 제가 말레이시아에서 공연을 했는데요. 말레이시아 곡 중에 굉장히 아름다운 곡이 하나 있어요. 그래서 그 곡을 말레이시아 어로 한국에서 부르면 똑같이 그렇게 느끼시고요. 그 곡을 중국이나 어디서 불러도 마찬가지고. 그 곡을 연주하는 분이 프랑스 분이건 스웨덴 분이건 연주하는 사람도 똑같이 느낀다는 게 참 신기해요.
▶ 무대에 서면 관객들한테 기를 받나요?
나윤선: 그럼요. 그게 저는 무대 서기 전에는 책을 통해서나 영화를 통해서 그런 얘길 들었어요. 프랑스의 굉장히 유명한 샹송 가수 중에 바르바라는 분이 계신데. 그 분은 항상 공연 전에 불 꺼있는 무대 객석을 막 돌아다니신다고 그래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무섭게도 느껴지는데. 그래서 항상 호텔은 공연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 그게 좋은 호텔이든 나쁜 호텔이든, 가장 가까운 곳에서 언제든지 가서 그 기를 느낄 수 있게. 저는 책에서만 읽고 대단하다. 이런 것도 있구나. 난 언제쯤 느껴볼까. 그런데 공연을 많이 하면 할수록 그런 게 느껴져요. 그래서 사실은 무대 위의 저희 뮤지션들도 마찬가지거든요. 뮤지션 중에 한명이 아프면 저희가 다 아파요. 그리고 한명이 화가 나 있으면 저희도 다 화가 나있고요. 그런데 그건 객석에서 오는 기도 마찬가지에요. 아직은 그렇게 제가 이거다고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그날 딱 무대에 서면 그 기가 느껴져요. 오늘 공연은 어떻게 진행이 될 것이다 하는 게 대강 느껴져요.
▶ 오는 11월에 한국 공연 일정이 있는데 고국 무대는 보다 각별하실 텐데, 밖에서 볼 때 느끼는 우리나라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나윤선: 우리는 굉장히 뜨거워요. 모든 일에 굉장히 뜨겁고요. 제 공연만 하더라도 한국 관객이 가장 뜨겁거든요. 그런데 그것은 비단 저 뿐만이 아니라 한국에 공연을 하러 온 외국 뮤지션들은 다 그래요. 작년에 프랑스 뮤지션들이랑 같이 한국에서 공연을 했는데 그분들이 저한테 그러시는 거예요. '너는 천국에 살고 있구나. 뮤지션으로서 넌 천국에 살고 있구나.라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굉장히 열정적이고 많이 뜨거운 민족인 것 같아요. 제가 만나 본 서양 사람들, 한국을 알고 있는 서양 사람들이 저한테 한 얘기가 있어요. '한국은 아시아 나라 가운데 가장 라틴한 민족이다.'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우리가 뜨겁다고 하는 것이 굉장히 기분이 좋습니다.
▶ 재즈라는 장르에 대해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나윤선: 재즈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백여 년 전에 태어난 음악이에요. 그렇다고 사실은 재즈가 어느 날 갑자기 땅에서 솟았냐. 그건 아니고요. 미국의 뉴올리언스라는 데서 처음 생겨났다고. 그것도 설이에요 정확한 건 아니고요. 제가 여기 저기 다니면서 많은 분들이 다른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문헌에 나와 있는 건 그렇고요. 사실 많은 부분에서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유럽 사람들, 특히 프랑스 사람들이 굉장히 자부심을 가져요. 그런 이유가 뭐냐면…… 사실은 흑인 노예에 의해서 불렸던 노동요 더하기, 서양의 클래식 더하기, 유럽의 민속음악 더하기. 그래서 어떻게 보면 다양한 장르가 섞인 음악이거든요. 그런데 뉴올리언스는 프랑스말로는 누벨로흐레옹이라고 하는데요. 거기에 특별히 프랑스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살고 있었대요. 거기서는 흑인 노예에 대한 대우가 뉴욕의 다른 곳에 비해서는 훨씬 더 나았다고 해요. 그래서 흑인들이 악기를 마음 놓고 연주할 수 있었던 그런 여건이 됐기 때문에 그분들에 의해서 재즈가 시작이 됐다고 하고요. 그 다음에는 다양한 장르로 발전, 아니죠. 발전이라기보다는 변화해왔죠. 스윙, 비밥, 나중에는 프리재즈나 아방가르드 재즈. 다양한 종류로. 지금은 어떻게 보면 사실은 재즈가 무엇이냐라고 할 때 어떤 한 가지, 재즈는 스윙이다라거나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은 거의 없어요. 재즈는 그냥 재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섞여서 나온, 그래서 그건 한국 사람도 할 수 있고 미국 사람, 유럽사람, 아프리카 사람 모두의 음악이 됐거든요.
재즈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여러분들 아시다시피 즉흥연주고요. 재즈는 처음과 끝은 있지만 그 중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물론 가는 길은 정해져 있지만 그 안에서 다양하게 즉흥들이 이루어지는 음악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많은 분들께서 재즈는 어렵다, 재즈는 듣다 보면 머리에 쥐가 난다 이러시는데요. 사실은 음악은 제가 생각하기엔 습관인 것 같아요. 그걸 많이 듣고 많이 접하면 접할수록 많이 가까워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항상 드리는 말씀인데 재즈는 어려운 음악, 어렵다고 생각하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음악 가운데 하나고요. 음식도 편식하면 좋지 않듯이, 음악도 한 가지 음악만 듣지 말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어보시면 그 중에서 정말 좋은 음악들이 있거든요. 저는 그 중에서 재즈를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재즈는 정말 다양하기 때문에, 쉬운 재즈부터 우리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으니까. 엘리베이터에서나 카페에서나 많이 들을 수 있는 게 재즈기 때문에 정말 재미있고 흥겹고 나를 위로도 하며…… 늘 가까이 할 수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 재즈는 듣고 즐기기에 좀 어렵다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나윤선: 음악은 습관이거든요. 제가 프랑스에서 굉장히 놀란 건 뭐냐면 프랑스 친구들이 인도음악을 틀어놓고 설거지를 해요. 그리고 아르메니아 음악을 틀어놓고 다림질을 한다던가. 그게 참 신기하더라고요. 맨날 우리가 듣는 음악을 듣지 않고 왜 그럴까. 저 음악이 좋아? 했더니 좋다는 거예요. 그래서 뭐가 좋으냐고 했더니 만날 들으니까. 습관적으로 그냥 틀어놓는 거죠. 물론 그런 음악을 들을 방송도 많이 있긴 하지만. 그래서 재즈도 관심이 있으시다면 그냥 틀어놓으시면 되요. 굳이 재즈는 와인과 스테이크와 어울리는 음악은 아니거든요. 제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김치찌개를 먹으면서도 얼마든지 들을 수 있는 음악이에요. 음악이 내가 막 공부해야 되는 게 아니라 일상의 배경음악이라고 생각하신다면 훨씬 편하게 접근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냥 틀어 놓으세요. 틀어놓으시고 듣다 보면 좋아지고 알게 되고 알려고 하는 그런 관심이 생기게 되거든요. 하지만 절대로 억지로 하시면 안돼요. 음악은 굉장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재즈도 마찬가지로 내가 좋아야 들을 수 있는 거거든요. 하지만 듣기를 원하신다면 늘 가까이 두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어떤 뮤지션으로 남고 싶나요?
나윤선: 저는 굉장히 우연히 음악을 시작했기 때문에요 우연히 이게 끝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거든요. 음악을 듣다 보면요. 백년이 됐는데도 늘 새로운 음악이 있어요. 50년이 됐는데도, 50살이 됐는데도 마치 두 살 밖에 안 된 것 같은 그런 음악들이 있거든요. 만약 제가 음악을 오래 할 수 있다면, 저는 몸은 늙어도 제 하는 음악은 늙지 않는 그런 음악인이 되고 싶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촬영을 위해 세 곡 정도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본의 아니게 저희 취재팀만이 듣는 귀한 미니 콘서트였는데 맑은 목소리의 노래를 직접 들어보니 음반보다는 콘서트가 훨씬 어울리는 재즈가수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보충 촬영을 하는 동안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다가 화제가 와인이 되었습니다. 나 씨는 가끔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와인을 좋아하는 분들이 자신에게 여러 질문을 하는데 곤혹스럽다고 합니다. 프랑스에서 공부할 때나 음악 활동을 하는 요즘이나 친구들과 어울려 가게에서 주머니 사정에 맞게 가격표 대충 보고 사서 마시기 때문에 와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와인 애호가들이 와인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은 '로마네 꽁티'라는 브랜드를 한국에 와서 처음 들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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