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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취재기(7) 씁쓸한 마무리

8월 5일. 푹푹 찌는 한여름 아침. 순번을 돌아가며 평택 공장앞을 지켰던 취재기자들에겐 그야말로 '복불복'이었지만, 이날도 어김없이 제 순번이 돌아왔습니다.

아침 7시 40분쯤, 도장공장 쪽에 컨테이너 박스를 실은 30미터 높이의 크레인이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경찰의 도장2공장 진입이 시작된 것입니다.

처음에는 흡사 훈련을 하는 양,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던 크레인은 갑자기 공장 옥상으로 컨테이너 박스를 올렸습니다. 컨테이너 박스 안에는 테이저 건과 곤봉, 방패로 무장한 경찰 특공대병력이 타고 있었는데, 옥상에 안착하자마자 진격하며 기선제압에 들어갔습니다.

노조원들은 새총을 쏘고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히 저항했지만, 경찰의 갑작스러운 습격(?)에 별다른 응수를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노조원 한 명이 경찰의 진압을 피해 달아나다 옥상에서 떨어져 중상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도장2공장 옥상은 삽시간에 경찰 병력이 접수했습니다. 문제는 공장 내부 진입이었습니다.

여전히 공장 안에는 시너와 페인트 등 인화성 물질 수만톤이 쌓여 있는 상태에다, 출입구와 복도 곳곳을 노조원들이 용접해놓아 들어간다해도 작전 수행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용산 참사'에서 이미 쓴 맛을 봤던 경찰은 이번에는 작전 템포를 늦추고, 심리전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조현오 경기지방경찰청장 : 오늘 안에 나오는 노조원들에 대해서는 법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선처하겠습니다. 하지만 끝가지 버틴다면 엄하게 처벌하겠습니다.]

공장 밖에서도 충돌이 벌어졌습니다. 경찰의 본격 진입시도에 발을 동동 구르며 남편들의 안위를 걱정하던 부인들, 이른바 '가족대책위원회' 회원들이 공장 정문 밖에 있었는데요, 사측 직원 천여명이 헬멧과 마스크를 쓰고 갑자기 덤벼들었습니다.

"회사 망하게 하지 말고 빨리 사라져!"

노조원 가족들이 물러서지 않자, 각목과 빗자루를 마구 휘두르기 시작했습니다. 자칫하면 직장을 잃게 된다는 절박한 심정이, 사측 직원들을 일순간 폭도로 변하게 한 것입니다. 바로 옆에서 취재하던 SBS 김태훈 영상 기자도 마구 두드려맞았습니다. 저는 흥분한 노조원과 영상취재기자 사이를 가로 막으며, 노조원들의 흥분을 가라앉히기에 바빴습니다.

직장.  일단 어떤 직장이든 먹고 살기 위해 다니는 것은 마찬가지일 겁니다.  게다가 가족들 생계까지 생각하면 그야말로 '삶의 동아줄'이라는 표현이 틀리지는 않을텐데요, 이 직장이라는 동아줄이 끊어질지 모를 상황에서, 한 솥밥을 먹었던 동료들과 그 동료들의 가족들에게까지 폭력을 휘둘러야 했던 이들이 불쌍해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이들도 동료였던 자신들에게 철제 볼트를 마구 쏘아대고, 쇠파이프를 휘둘렀던 노조원들이 원망스러울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양측 모두의 처지를 함께 바라보는 기자의 입장에선 씁쓸하기 짝이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주변에는 경찰 병력 3,4백명이 있었지만, 상부 명령이 없다며 눈앞에서 벌어지는 민간인들의 도를 넘어선 폭력을 두고 볼 뿐이었습니다. 결국 바로 다음날, 경찰의 압박에 못이긴 노조는 사측과 협상테이블에 앉습니다. 그리고 정리해고자의 48%는 무급휴직이나 영업직 전직으로 회사에 남고, 나머지 52%는 희망퇴직이나 분사를 통해 회사를 나가는데 합의합니다.

76일간의 점거파업으로 정리해고 규모는 줄었다지만, 회사 동료들끼리 서로 마음 깊숙히 남은 상처는 치유하기 힘들 정도로 깊었고, 회사 이미지도 다시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추락했습니다.

얻은 것 보다 잃은 것이 더 많은 '쌍용차 사태' 고생스러운 취재에 종지부를 찍었다지만, 평택공장을 뒤로 현장을 떠나던 제 마음 한 구석은 통 개운치 않았습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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