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경제 회복을 돕는 재정의 역할을 이어나가되 그 추동력을 줄여 재정 건전성도 감안한 게 특징이다.
내년이 위기에서 벗어나 정상화를 모색하는 과도기라는 점을 고려해 '경제 활력'과 '재정 건전성'이라는 상충되는 두 과제의 조화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위기에 따른 한시적 비상조치들을 거둬들이거나 축소조정하면서 올해 본예산보다는 많고 추가경정예산보다는 적은 모습이 됐다.
국가채무는 처음으로 400조 원을 넘어서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대상수지는 2.1%포인트 개선된다.
◇ 총지출 292조…올 본예산보다 2.5%↑
내년 총지출은 291조 8천억 원으로 올 본예산(284조 5천억 원)보다 2.5% 늘었다.
이 증가율은 기금과 예산을 합한 총지출 기준으로 예산을 짠 2005년 이후 가장 낮았다.
추경예산(301조 8천억 원)보다는 3.3% 줄었고 애초 부처가 요구한 총지출 298조 5천억 원보다도 적었다.
나라살림을 줄인 것처럼 비칠 수 있지만 정부는 경기 회복을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에 무게를 실었다.
총지출이 총수입(287조 8천억 원)보다 4조 원 많은데다 30조 원이 넘는 빚을 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이런 기조에는 내년 세계경제가 2.5%, 우리 경제도 4% 안팎 성장할 것으로 예상 되지만,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데다 이번 위기로 어려워진 민생과 일자리 사정을 돌보고 위기 후의 미래에 대비한 국책사업 투자도 서둘러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하지만 재정 건전성 회복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성과 가 미흡한 사업은 10% 이상 깎고 위기극복용 한시사업들은 종료하거나 줄인 것이다.
예컨대 수정.추경 예산에서 1천억 원 이상을 증액한 35개 사업 중에 15개(8조 9천억 원)는 끝내고 희망근로사업 등 20개는 11조원을 감액했다.
27조 6천억 원이던 이들 사업은 내년에는 그 28% 수준인 7조 7천억 원으로 줄었다.
이런 한시사업의 폐지나 축 소는 재정부문 출구전략의 부분 가동이라는 해석도 낳고 있다.
또 공무원 보수가 2년 연속으로 동결됐고 기관경비는 올해보다 1.2% 줄였으며 업무추진비는 올해(-3.0%)에 이어 내년(-5.2%)에도 감액했다.
◇ 외교통일 14.7%↑…산업·중소기업·에너지 10.9%↓
분야별 재원배분 증가율을 보면 그동안 빛을 못 보던 외교·통일 쪽이 3조 4천억 원으로 14.7% 늘어났고 연구개발(R&D) 분야가 13조 6천억 원으로 10.5% 증가한 반면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쪽은 14조 4천억 원에 그치면서 10.9% 줄었다.
외교·통일 분야의 급증은 남북협력기금이 비료 등 인도적 지원사업을 포함해 1조 1천억 원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높아진 국격(國格)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공적개발 원조(ODA) 규모를 국민총소득(GNI) 대비 0.11%에서 내년에 0.13%로 높이면서 2천 443억 원(22.3%), 국제기구분담금도 3천 655억 원으로 1천 151억 원(46%)이 각각 증액됐다.
반면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는 비상시 국책금융기관에 대한 증자나 출연이 이번에는 수출보험기금 1천억 원 출연 등 수출분야를 빼고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신용보증기관 출연이 1조 1천 600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줄어 감소폭이 컸다.
사회간접자본(SOC) 분야는 24조 8천억 원으로 0.3% 늘었다.
이 중 4대강 사업(3조 5천억 원)을 빼면 21조 3천억 원으로 작년 10월 제출한 올해 예산안(20조 6천억 원)보다 많지만 경제위기로 SOC지출을 크게 늘린 본예산(24조 2천억 원)보다는 적다.
위기 변수를 제거한다면 예년의 증가율보다 적지 않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보건복지 분야는 81조 원으로 올 본예산보다 8.6% 늘었다.
이는 내년 총 지출의 27.8%를 차지해 역대 최고 비중으로 민생 안정을 위한 재정의 역할이 고려됐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 대한 탈수급 방안과 중증장애인 연금제도가 도입되고 다자녀 맞벌이 가구의 보육료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이 눈에 띈다.
국방 예산은 29조 6천억 원으로 3.8% 늘었다.
일반회계 증가율(2%)의 곱절 가깝게 늘렸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 재정적자 32조로…
국가채무 400조 넘어 이번 예산에 따른 관리대상수지 적자는 51조 원에서 32조 원으로 줄어든다.
GDP 대비 -5%에서 -2.9%로 2.1%포인트 개선되는 것이다.
적자국채 발행규모도 35조 5천억 원에서 30조 9천억 원으로 줄어든다.
경기 회복에 보탬을 주면서도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해 노력한 덕분이다.
하지만 적자재정이 지속되면서 국가채무는 불어날 수밖에 없다.
올해에 GDP 대비 35.6%인 366조 원에서 내년에는 36.9%인 407조 1천억 원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국채 발행 증가로 국채 이자도 20조 원 수준으로 불어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균형재정 목표 시점을 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에서 2013~2014년으로 미뤘다.
세입기반을 넓혀 국세수입을 내년 168조 6천억 원에서 2011~2012 년 182조 원과 200조 원으로 늘려나가고 세출 쪽에서도 강력한 구조조정을 벌여 적자를 최대한 줄여나가겠다는 입장이지만 국가채무는 당분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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