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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시설은 '창살 없는 감옥'…영영 '생이별'

<8뉴스>

<앵커>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족과 사회로부터 격리되서 평생을 살아가는 장애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연중 기획 가족이 희망이다. 오늘(17일)은 가족과도 생이별하게 만드는 장애인들의 주거문제를 함께 고민해보겠습니다.

이병희 기자입니다.



<기자>

지체장애 1급인 47살 김동림 씨는 동네슈퍼에 쌓인 물건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야~ 이거 새로 나왔나보다.]

스스로 슈퍼에서 물건을 사 본 것이 20년 만입니다.

[김동림/지체 1급 장애인 :  (이렇게 직접 물건 사보신게 얼마만이세요?) 이거… 20년 만이에요.]

김 씨는 20대 중반의 나이에 가족의 손에 이끌려 장애인 시설에 들어갔습니다.

그때부터 가족이나 세상과는 단절돼 살았습니다.

[저는 어머니 임종도 못봤어요. 강가에 (유골을) 뿌렸다는데요. 어떻게 뿌렸는지조차 몰라요. (장애인 시설은) 창살없는 감옥같아요.]

견디다 못한 김 씨는 동료 장애인들과 노숙 투쟁을 벌인 끝에 지난 6월 장애인 시설에서 벗어났습니다.

지금은 한 독지가가 마련해준 집에 살며 잃어버린 20년을 조금씩 되찾고 있습니다.

국내 300여 곳의 장애인 시설에 있는 장애인 22,000명 가운데 자발적으로 입소한 경우는 3%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임소연/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 흔히 말해서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 있으니까 사람들이 제대로 생활을 하고 있느냐? 제대로 생활하고 있지 않다는 거죠.]

장애인들은 시설을 벗어나려 하지만 가족의 94%는 계속 남아주길 바라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당장 거주할 주택과 취업 등 생존에 필요한 문제를 사실상 가족이 모두 해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박문희/장애인 학부모 : 아이를 데리고 와서는 나만 죽는 게 아니라 우리가족 모두가 죽게 되어 있으면 살 수가 없는 상황이면 데려올 수 없죠. 정말 같이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구조들이 많이 있잖아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은 이미 20~30년 전부터, 장애인의 독립을 지원하며 '탈 시설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에는 이런 업무가 아예 없는 실정입니다.

시설에서 나와 가정과 사회의 품에 안기고 싶어하는 장애인들의 목소리가 더이상 국가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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