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 전 경제부총리가 오늘 아침 SBS 라디오 '이승열.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했습니다. 조순 전 경제부총리는 잘 아시다시피 정운찬 총리 후보자가 '아버지 같은 선생님'이라고 표현한 스승입니다.
아버지 같은 선생님인 조순 전 경제부총리는 SBS 라디오에서 정운찬 후보자의 자질 논란과 관련해, "이런저런 별로 허물도 아닌 것을 가지고 자꾸 물고 늘어지는 경향이 없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새로운 총리에게 지나친, 쓸데없는 고통을 주지 말았으면 하고 정치인 혹은 국민에게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조 전 경제부총리가 사실관계에 입각해 이런 주장을 펼친 것은 아닙니다. 단지 제자에 대한 자신의 생각, 의견을 표현한 것이라고 봅니다. 언론을 통해 비쳐지는 제자에 대한 여러 의혹에 대한 당신의 감정을 표현한 것이지요. 조 전 경제부총리의 이런 얘기를 전해들으면서 저는 '내집단' 위주의 사고방식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정 후보자는 이제 서울대 교수나 애제자가 아니라,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로 일컫는 국무총리 자리에 오를 인물입니다. 그가 최고 공직자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자격을 갖췄는지 검증하는 일은 법에서도 보장하고 있습니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그 최소한의 과정이자 절차라고 볼 수 있지요. 언론에서도 저널리즘의 기본을 지키기 위해 이런 저런 의혹을 검증하는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과연 언론과 정치권에서 제기하고 있는 의혹이 별로 허물도 아닌 일일까요? 또 그런 일이 후보자에게 쓸데없는 고통을 주는 것일까요?
허물은 말 그대로 '잘못 저지른 실수' 말합니다. 3년 전에 쓴 논문을 다른 학회지의 발표논문집에 인용이나 출처 표시 없이 게재하거나 발표하는 일이 별로 허물도 아닌 일인가요? 그것도 전체 18페이지 가운데 절반인 9페이지를 그대로 옮겨 써놓고 출처를 표시하지 않은 일을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일이 쓸데 없는 고통을 주는 일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최근 학술단체총연합회에서 만든 연구윤리지침에서는 자신이 쓴 글을 다른 학술지에 출처 표시 없이 게재하는 것을 중복게재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 후보자도 서울대 총장 시절 논문 이중게재를 연구 부적절 행위로 규정했습니다.
이밖에 정 후보자의 부인이 경기도 포천으로 두 달간 주소지를 옮겨 위장전입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토지 등기부등본은 2002년 이후 자료만 전산화돼 있어 1988년 내역을 알기 힘든 상황이라 후보자측에 해명을 요구했는데, 정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자세히 밝히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국정을 총괄하는 자리에 오를 인물의 도덕성을 검증하기 위해 이런 부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해명을 듣는 것은 당연히 거쳐야 하는 절차가 아닐까요?
그동안 SBS는 정 후보자와 관련해 병역기피 관련 의혹은 아예 다루지 않았습니다.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취재결과, 정 후보자는 2회에 걸쳐 징병신체검사를 받아 보충역을 받았고, 31세가 되는 1977년 1월 고령사유로 적법하게 소집면제 처분을 받았습니다. 물론 1971년 보충역 병역처분 이후 후보자가 소집순위에 포함되지 않아 소집되지 않은 구체적인 사항은 관련 자료 보존기간 경과로 폐기돼 확인이 불가한 상황이라 일부 언론에서는 여전히 의혹을 제기했지만, SBS는 관련 기사를 아예 다루지 않았습니다.
이외에도 교수시절 외부 고문을 겸직해 제기된 국가공무원법 위반 의혹과 인세 수입에 따른 세금 탈루, 아파트 구매 과정의 다운계약서 의혹 등 적지 않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물론 진실이 뭔지 아직 여러 절차과 확인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세상에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말이 있듯이 어쩌면 이 세상에서 완벽한 인물은 찾기 힘들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래도 보통 사람들보다 능력과 도덕 면에서 뛰어난 사람이 재상의 자리에 올라야 하지 않을까요? 적임자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후보자를 검증하는 노력은 어쩌면 우리 국민과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기본일 겁니다.
조 전 경제부총리께서 라디오에 말미에 "좀 더 대승적인 견지에서 이 사람을 잘 활용함으로써 우리나라에 기여하게 하는 이런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하셨습니다. 그러나 내집단에 속해 있는 애제자를 보호하기 위해 쓸데 없는 고통을 주지 말라고 당부하시기보다는 오히려 대승적인 견지에서 후보자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 과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날짜는 지난 9일입니다. 인사청문회는 다음주 월요일인 21일과 22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국무총리 후보자를 검증하는 기간은 불과 10여일밖에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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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6년차의 경력에도 왕성한 취재력을 과시하는 유희준 기자는 현재 정치부 소속으로 총리실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굵직한 특종과 호소력 짙은 시사다큐로 2002년 한국방송대상과 2003, 2005년 한국기자상을 두번이나 수상하며 SBS 탐사보도의 위상을 높인 베테랑 방송기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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