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누구나 어렵다던 경제 위기의 그림자가 조금씩 걷혀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2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하기도 했던 대기업들은 3분기에도 실적이 더 좋아질 것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증권 시장에선 지난 2분기 영업이익 2조 5천억원을 기록한 삼성전자가 3분기에도 3조 8천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반도체 가격 반등이 가장 큰 효자 노릇을 했습니다.
반도체 D램 1Gb 의 고정가격만 봐도 지난 1월 81센트였던게 6월달에 1.16달러대로 올라서더니 9월 11일엔 1.53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무려 89%나 가격이 급등한 겁니다.
치킨 게임이 끝난 터라, 반도체 세계 1위인 삼성전자의 이익은 더 커지게 됐습니다.
게다가 판매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던 PC 판매량이 느는 추세여서 반도체는 물론 LCD 패널까지도 판매고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현대차 역시 3분기 실적 예상치가 대단합니다.
매출 6조 7,970억원에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보다 228% 늘어난 3,43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국내에선 각종 세제 혜택이 호재로 작용했고, 글로벌 시장에선 품질 좋은 소형차 선호 현상 덕을 본다고 하네요.
철강업과 조선업 역시 흑자세로 반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중소기업들은 어떨까요?
물론 대기업들의 판매가 늘면 주문이 늘죠. 실제로 주문량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게 많은 중소기업들의 답입니다.
하지만 이익, 수익성도 그만큼 좋아졌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부분 'No'라고 답한다는 겁니다.
지난 주, 그래도 잘 견딘다는 중소 제조업체 사장님 3분을 만났습니다.
얘기를 하다보니 참...그들의 하소연을 정리해 볼까요.
◎ 대기업들만 이익이 날 뿐 중소기업에겐 떡고물도 없다!
주문은 물론 늘었지만 그만큼 이익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매달 대기업으로부터 '네고'를 하자는 요청이 들어옵니다.
납품단가를 내리자는 '네고'를 하자는 건데, 사실상 갑을의 관계에서 갑의 일방적인 요구입니다. 안 들어줄 수 없는 구조입니다.
어떻게 아는지 기가 막힐 정도로 남는 것 없을 정도까지 뜯어갑니다.
◎ 중국·타이완 업체와 경쟁하라?
대기업들은 항상 말합니다. "그래도 국내업체니까 조금 값을 더 쳐준다. 중국이나 타이완 업체에선 더 싸게 물량을 공급받는다. 중소기업이 그 회사 제품을 선택할 수 밖에 없도록 제품의 질을 높이는 등 경쟁력을 키워라"
누가 모릅니까? 하지만 중소기업이 아무리 연구개발을 하려해도 '돈'이 없습니다. 여유 자금이 생길만하면 대기업이 귀신같이 알고 단가를 낮춰서 여유 자금을 만들지도 못하게 합니다. 결국 주문받으면 남는 것 없이 만들어 그냥 올려주는 방식이 되풀이 되는 거죠.
독자역량을 개척할 여유를 주지 않으니 납품 돌리는데 급급할 뿐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준비할 여유요? 전혀 없습니다.
◎ 대기업 '사원'의 말까지도 무섭다!
삼성에서 실시하는 PS 제도라는 게 있죠. 당장 그런 것 부터 없애야 합니다.
부서별로 또는 사업부문 별로 영업 성과에 따라 보너스를 주는 거잖아요.
오버된 이익으로 인센티브를 준다는 거...결국 우리 중소 납품업체들에겐 죽으라는 소리로 들립니다. 해당 부서 사원이 '이런이런 식으로 하면 영업 성과를 더 낼 수 있습니다.' 이런 말을 하면 우리는 바짝 긴장할 수 밖에 없어요. 대기업 직원의 '목표 달성이란 말'이 중소기업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거죠.
얼마 전에도 모 대기업 한 부서에서 영업 비용 줄이라는 지시가 내려오면서 관련 납품업체 2곳이 부도 났다고 하더라고요.
대기업 사장님들이 흔히 하는 '비용 절감, 원가 절감' 이런 소리만 들으면 우린 '또 몇개 중소업체가 넘어가겠구나...'이런 생각이 듭니다.
◎ 어음 결제 기간도 편법으로 늘린다?
정부에서 어음결제 하지 말고 현금결제 하라고 하죠. 많이 좋아지긴 했어요.
하지만 지난 1년간 어음결제 비율이 늘고 현금결제 비율은 조금 줄었다고 하는데요.
그만큼 알게 모르게 중소기업들이 당하고 있는 겁니다. 말도 못하고...
얼마전 우리랑 거래하는 대기업이 어음결제일을 60일에서 90일로 늘리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습니다. 그런데 법망을 피하기 위해 해외 법인간 거래에서 늘리는 겁니다. 우리 나라 공권력으론 커버가 안 되나 봐요.
우리 중소기업은 한달동안 이 돈을 때우기 위한 부담을 그대로 져야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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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답답했습니다. 그럼 방법이 없을까요?
물론 정부나 일부 대기업, 금융권이 나서서 '상생펀드'를 조성하거나 인력 교육을 대기업에서 담당해 주는 일 등 상생의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중소기업들이 그야말로 '새발의 피'라는 식으로 반응합니다.
중소기업은 전체 고용의 9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은 우리 중소기업이 아니더라도 당장은 외국에서 싸게 물품을 공급받을 수 있겠지만 나중에 우리 기업들이 다 망하고 나면 어떻게 될까요?
일종의 '사회 안전망' 또는 '경제 안전망' 식으로 중소기업을 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실업문제 해결이나 기초 기술 축적 문제, 그리고 안정적인 공급선 확보 등, 중소기업은 우리 경제의 실핏줄입니다.
노력하지 않고 대기업이 흘려주는 떡고물만 받아 챙기려는 중소기업은 과감히 퇴출시켜야 마땅하겠지만, 살려고 발버둥치는 중소기업에 대해선 정부가 각종 규제를 완화시켜주고 대기업도 '동생'처럼 대하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꾸준히 간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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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경제부 산업팀에서 활약 중인 홍순준 기자는 삼성.LG등 전자업계와 공정위, 소비자원을 출입하고 있는 고참 기자입니다. 1995년 입사 후에는 사회부, 정치부 기자로 잔뼈가 굵었고 사건팀의 리더인 '시경 캡'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특유의 돌파력과 폭넓은 취재로 보내오는 기업 내면의 깊은 이야기들이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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