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청자께서 제 블로그의 방명록에 올리신 글과 제 답신 입니다.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글이라 정리해 다시 올립니다.)
<시청자님의 글>
전 SBS나이트라인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전임 고희경 앵커에 이어서 편상욱 앵커의 나이트라인도 즐겨보고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어제 9월7일 나이트라인 뉴스를 보고 꼭 한 말씀 드리고 싶어서 글 남깁니다. (이메일 보내려고 했더니 나이트라인 홈페이지에도 앵커의 연락처나 이메일주소가 없더군요. 제가 못찾는건지..)
어제 뉴스 끝부분 멘트에서 "휴일 새벽 갑자기 불어난 물로 소중한 목숨 여럿을 잃었습니다. 1차적인 책임은 아무런 통보도 없이 물을 흘려보낸 북한에 있습니다. 그러나 국토는
분단됐더라도 대화만 끊기지 않았더라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나이트라인 마칩니다. 편히 주무십쇼. " (나이트라인 홈페이지에서 복사)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전 그 발언을 듣고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이것이 편 기자님 개인의 의견인지 아니면 SBS보도국에서 회의를 거친 논평을 대독한 건지 알 수 없습니다만 제가 보기엔 편 기자님의 개인의견으로 보이는데 맞나요?
1차적인 책임은 북한에 있지만 대화가 끊긴 것 때문에 생긴 문제라니 대화가 끊겨서 이런 비극이 생겼다는 식으로 단순 국한시키기엔 사건의 중대성과 심각성에 비추어볼 때 좀 경솔한 발언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아직 사건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안난 상태에서는 더 더욱 말이죠.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주말 야심한 새벽에 벌인 북한의 이런 처사는 정상적인 행동은 아닙니다. 물론 북한의 이런 도발에 대한 우리의 안일한 대처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특별한 이유도 없이 ,뻔히 피해를 알면서도 아무런 통보도 없이 함부로 수문을 열어 대량으로 방류한건 도발행위입니다. 북한의 부실한 해명을 듣고보면 더욱 그렇죠.
말이 길어졌는데 제 의견이 옳으니 편 기자님보고 이렇게 생각을 바꾸라고 드리는 말씀은 아닙니다. 사람마다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는거고, 또 기자란 직업에 종사하시다보니 남보다 예리한 비판적 시각을 가졌을 편 기자님의 개인적인 생각과 견해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공중파 마감뉴스에서 앵커로서 시청자들을 향해 발언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는 확실히 적절치 못하다는 생각입니다. 설령 편 기자님 개인적인 생각이 그러하시더라도 편 기자님은 나이트라인의 앵커입니다. 앵커의 역할이 어디까지냐를 두고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발언의 영향력이 증대되는 만큼 책임도 더 무거운진다는건 자명한 이치라고 봅니다.
연예인이 몇년전 개인홈페이지에 한국비하한 발언 때문에 질타를 당하는 판국에 대형방송사 뉴스의 앵커라면 더 더욱 발언에 신중해야겠지요. 여과되지 않은 개인적인 의견을 앵커란 지위를 이용해 공중파를 통해서 발언하는건 적절치 못하다고 봅니다.
SBS란 대형방송사의 앵커 자리에서 마이크를 잡은 순간 편 기자님 개인보다는 공인으로서의 객관적인 보도와 책임있는 태도가 요구된다고 봅니다. 그동안 기자로서 취재하실 때와는 다르게 이를 모아 전달하는 앵커로서의 역할과 막중한 책임감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앵커란 말 뜻 그대로 객관적인 뉴스를 '전달'하는데 더 중점을 둬야지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는 자리는 아니니까요. 그렇지 않다면 앵커란 특별한 지위를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 말고 뭐가 되겠습니까? 그렇다고 전달만 하는앵커가 되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기자로서 날카로운 비판적인 시각은 유지하되 앵커역할에 대한 확실한 책임감도 같이 생각해달라는 겁니다.
물론 편 기자님께서 본의 아니게 아무런 의도없이 발언 했을 수도 있고, 또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앵커의 역할모델이 있어서 일부러 발언하신 걸수도 있겠지만 그렇다하더라도 발언의 파급효과를 생각해서 앵커로서의 발언은 좀 더 사려깊고 신중해야한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없는 보다 냉정하고 책임감 있는 보도 부탁드릴께요.
끝으로, 제 글이 불편하실 수도 있겠지만 기자님을 비난하고자 쓴 글이 아니라 건전한 비판이라고 생각하고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시청자의 비판의견도 수용하면서 소통하고 발전하는 편 기자님, SBS가 되길 기대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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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상욱의 답글>
편상욱입니다.
우선 애정어린 비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클로징은 물론 제가 쓰는 것입니다만, 방송전에 여러번 생각하고 주변에 묻고 고치고 다듬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럼에도 30초 남짓 비교적 짧은 시간때문에 원래 제 생각과 다르게 해석될 여지는 있다고 봅니다.
그 클로징 멘트를 쓰면서도 많이 고민했습니다. 사안의 중대성과 심각성에 비춰보아 신중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건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나려면 아직도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요.
다음날 북한의 부실한 해명을 듣고 저도 놀랐습니다. 어떻게 같은 동포를 그것도 여섯씩이나 희생시켜놓고 그 흔한 사과 한마디 안할 수 있나. 북녘 사람들이 정말 우리 동포 맞나? 하는생각도 했습니다.
해명이 있기 전날 밤.. 그러니까 그 클로징이 있던 날은 우선 북한의 1차적인 책임을 언급했습니다. 북한을 더 강하게 비판할까도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우선 제 시청자가 아니고, 제가 이야기 하지 않아도 우리 국민들이 모두 그 때문에 분노해 있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더 큰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겠다 싶어 자제했습니다.
제가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은 형식적인 대화채널의 복원은 아니었습니다. '대화'라는것은 서로 전화선이 통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쉬웠던 것은 당국이 북한을 대하는 태도 입니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헌법에 명시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은 국체와 운영시스템이 판이한 엄연히 '다른 나라'입니다. 그렇다면 이 좁은 땅덩어리를 나누어 살고있는 입장에서 이웃(혹은 '적'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에 대한 최소한의 의사소통은 하고 있어야 하지 않나요?
그런데 이 정부는 그게 없습니다. 민족의 통일이라는 대명제가 당장 실현되기 어렵다면, 실재하는 이웃, 혹은 '위협'으로서 효과적으로 북한을 '관리'할 수단이 있어야 합니다. '대화'와 '압박'의 적절한 조화가 그 답이 될 수 있겠죠.
그런데 저같은 비전문가의 입장에서도, 이 정부가 그걸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냐는 질문을 받는 다면 'NO' 라고 대답하겠습니다.
대북정책에서 박정희 정부는 '반공'을, 김대중 정부는 '햇볕' 을 기치로 내세우고 실천했습니다. 완벽한 정책과 전략은 원래부터 불가능한 것이어서, 두가지 다 나름의 성과를 거두기도 하고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정부가 내세우는 대북정책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그냥 '무관심' 혹은 '되는대로'인가요? 그날 언급한 '대화의 단절'은 이런 뜻이었습니다.
실존하는 위협에 대해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책임을 다하고 있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민족의 통일은 말할 것도 없이 더욱 머나먼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제가 밤마다 말하는 30초남짓한 클로징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상의 수많은 목소리 가운데 하나로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면 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장문의 글을 성의껏, 또 예의있게 써 주신 시청자님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뉴스앵커로 다시한번 책임감을 느끼게 한 계기가 됐습니다. 그리고 정말 반가웠습니다.(제 이메일은 뉴스 다시보기에서 나이트라인 전체보기란의 하단에 표시하도록 조치했습니다. 제 이메일은 pete@sbs.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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