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승용차 기능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중 손꼽히는 하나가 바로 블랙박스입니다. 블랙박스는 사고원인 파악을 넘어서 이제 범행 현장 포착에도 이용됩니다.
한승구 기자가 집중취재 했습니다.
<기자>
지난 7월 17일 밤.
경기도 부천의 한 사거리.
신호가 바뀌고 몇 초 뒤 차량이 천천히 출발합니다.
교차로에 막 들어설 무렵 맞은편에서 좌회전하던 승용차가 차 앞부분을 들이받습니다.
상대편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기 시작합니다.
이 운전자는 사고 당시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가 다음 날 말을 바꿨습니다.
[피해 택시기사 : (그날) 신호위반이라고 시인을 한 거예요, 자기가. 그런데 그 다음날 와서 시인을 하지 않는 거예요. 자기가 파란 불(좌회전 신호)에 들어왔다는 거예요.]
피해 택시기사는 차 안에 장착해 둔 블랙박스에 녹화된 화면을 경찰과 보험회사에 제출하고 100% 보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차량용 블랙박스는 주행속도는 물론 현재 위치와 노면 상태도 기록으로 남깁니다.
차량이 충격을 받으면 내부 센서를 통해 충격의 방향과 강도 등도 모두 담게 됩니다.
[이완호/블랙박스 판매업자 : 적색은 전후, 그러니까 전후에서 일어나는 상황, 후방을 누가 박았느냐 전방에서 박았느냐 아니면 급브레이크를 밟았느냐 급출발을 했느냐 하는 것을 나타내고요.]
인천시는 지난 해 5월 지역 내 모든 택시들이 블랙박스를 달도록 했습니다.
서울시와 경기도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보급을 추진 중입니다.
블랙박스는 차량 전방을 계속 촬영하기 때문에 다른 사고의 목격자 역할도 톡톡히 해냅니다.
지난 4월 충북 진천군.
이 사고로 승용차에 타고 있던 일가족 3명이 숨졌습니다.
트럭 운전사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맞은편 다른 차량에 있던 블랙박스를 통해 거짓임이 드러났습니다.
트럭이 신호를 위반하는 장면이 이 블랙박스에 그대로 녹화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운전자는 녹화 화면을 경찰에 제보했고 사건은 사흘만에 해결됐습니다.
[김연항.진천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 : 사고순간을 CCTV에 담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저희 사무실로 전화를 해서 익명성을 조건으로 CCTV를 제공하겠다….]
블랙박스의 기능도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아예 작은 모니터를 달아 차에서 직접 화면을 볼 수 있고 네비게이션에 연결해 사용하기도 합니다.
사고 처리에 도움이 된다는 게 입증되면서 보험사들은 블랙박스를 달면 보험료를 깎아주기로 했고 운전자들의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주광제/블랙박스 판매업자 : 요즘은 설치에서부터 어떤 기능이 있는지 그리고 제품이 다른 제품에 비해서 어떤 점이 좋은지 이런 거에서 구체적으로 많이 물어보시죠.]
과거 전방만 촬영하던 것에서 더 나아가 전후좌우 모두 카메라를 달아 사각지대를 없애고 차량용 배터리에 연결해 주차 중에도 감시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모델도 있습니다.
얼마 전 서울 종로에서 있었던 현금수송차량 탈취 미수사건.
[최종혁/서울 종로경찰서 형사과장 : 현금 수송차량의 CCTV 차량에 촬영된 용의자 모습을 언론에 공개하자 심리적 압박 느낀 용의자가 31일 새벽 4:50경 종로경찰서에 찾아와서 자수를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블랙박스가 각종 장치와 결합돼 차량 안팎으로 전방위 감시가 가능한 CCTV단계까지 진화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하지만 자칫 남용하다보면 운전자를 감시하는 용도로 악용될 수 있고 승객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도 있습니다.
이에따라 설치와 운영의 법제화 등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방안도 검토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교통사고 오리발 안 통해!" 사고잡는 블랙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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