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만의 정권교체'를 가져 온 일본 중의원 선거 결과에 대한 언론의 해석이 혼선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특히 민주당이 압승한 배경에 대한 해석이 큰 편차를 보입니다. 심지어 같은 뉴스 속에서도 기자에 따라 뉘앙스의 차이가 있습니다. 오늘(4일) 뉴스비평은 SBS 뉴스가 일본의 총선 결과를 어떻게 분석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일본 총선의 결과가 나온 지난 8월 30일 SBS 뉴스는 이번 총선을 민주당에 대한 지지의 표현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민주당의 압승이 자민당 정치의 종식과 정권교체에 대한 기대감의 발로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같은 날 나온 또 다른 기사의 설명은 달랐습니다. 하토야마 대표가 관료주의 타파, 생활정치 복원 같은 새로운 구호로 일본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한 것이 민주당의 압승 배경이라는 분석입니다. 정권교체를 유권자들의 자민당에 대한 거부냐, 민주당에 대한 지지냐 하는 이분법적인 관점에서 보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혁명적인 변화는 자민당을 떠난 민심을 민주당이 붙잡을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하루 뒤인 31일 뉴스가 적절한 균형을 잡은 셈입니다. 소통부재와 고단한 삶에 지친 유권자들이 국민과 함께 하는 새 일본을 만들겠다는 민주당의 호소에 열광했다는 분석입니다.
8월 30일 SBS 뉴스는 민주당 집권이 자민당 시대를 이끌어 온 관료 세력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관료주의 타파'라는 하토야마 대표의 구호에서 자연스럽게 유추할 수 있는 전망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관료주의가 가진 끈질긴 생명력을 과소평가한 것입니다. 지난 2일 SBS 뉴스가 이를 말해줍니다. 이날 뉴스는 민주당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미 '관료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면서 이 전쟁이 앞으로 정권의 성패를 좌우 할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관료주의에 대한 하토야마의 입장은 지금은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 시 상황을 연상시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른바 '관료와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끌지 못했습니다. 여기에는 대통령 쪽의 허점을 들춰내는데 열을 올린 언론의 작용도 있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관료조직을 장악하지 못해 결국 '뜻은 좋았지만 이룬 것이 없는' 정권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따라서 하토야마 정권의 성패가 관료와의 전쟁에서 이기느냐 아니냐에 달렸다고 말하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닙니다.
뉴스는 관료와의 전쟁 자체에 대한 전망에까지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토야마와 관료집단이 전쟁에 동원할 수 있는 자원들을 검토해야 합니다. 하토야마는 노 전 대통령에 비해 어떤 무기를 더 가지고 있으며, 일본의 관료집단은 한국의 경우와 어떤 차이가 있는가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관료와의 전쟁에서 일본의 언론들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SBS 뉴스는 8월 31일 아주 특별한 한국인을 소개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문맹퇴치운동을 벌이고 있는 윤주홍 씨입니다. 뉴스에 따르면 말이 있으면서도 글이 없던 아프간 북부 파사이족 마을에 정착한 윤 씨가 하나의 글자에 하나의 소리가 있는 한글의 원리에 따라 부족문자를 만들어, 아프간 정부로부터 정규교육과정으로 인정받았고, 지금은 백 여 명의 파사이족 교사가 윤 씨가 만든 문자를 부족민 22만 명 전체에게 보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윤 씨와 같은 동족이 있다는 것에 가슴 뿌듯한 감동을 느꼈던 뉴스였습니다. 지난 8월 28일 뉴스는 한승수 총리가 이상희 국방장관을 질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날 뉴스는 이 장관과 장수만 국방차관이 최근 내년도 국방예산 책정과 관련해서 청와대에 직접 보고하거나 서한을 보내 파문을 일으킨바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뉴스는 한 총리의 질책이 사건의 초점인 것처럼 다뤘지만, 중요한 것은 국방부의 장관과 차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루 이틀 전에 이 문제를 자세히 보도한 다른 언론들과는 달리 SBS 뉴스는 이를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총리 기용문제를 둘러싼 청와대와 자유선진당의 진실게임을 보도한 지난 2일 SBS 뉴스는 "지금 상태로는 어느 쪽 말이 맞는지 알기도 어렵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별로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 눈치"라는 클로징 멘트를 달았습니다. 별일도 아닌 것을 가지고 양 쪽이 입씨름을 하고 있다는 말로 들립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충청지역에 정치적 기반이 약한 이명박 정부와 충청지역을 기반으로 재기를 노리는 이회창 총재가 이 지역에 상당한 연고를 가진 심대평 대표를 두고 벌인 싸움입니다. 만일 이 대통령이 충청지역민의 최대 관심사인 세종 시 문제에 대한 최종적인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면 심 대표는 결정적인 카드가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지역의 반발도 있어 세종 시 문제를 현 단계에서 명쾌하게 매듭짓는 것에는 위험부담이 따릅니다. 만일 31일 뉴스가 전한 대로 이 총재와의 협상을 결렬시킨 쟁점이 '강소국 연방제' 뿐이라면 심 대표 총리 기용에 대한 이 총재의 거부는 설득력이 없습니다.
심대평 대표의 경우 사실상 이미 이 대통령 진영으로 옮긴 셈입니다. 지금 이 대통령이 보는 심 대표의 가치는 그가 이 대통령 진영에 들어가면 세종 시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 충청지역 유권자들이 얼마나 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뉴스가 이와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표면상의 입씨름이 아니라 진행된 협상의 주요한 흐름을 붙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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