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경기 침체를 불러온 미국발 금융위기의 신호탄인 리먼 브러더스 파산이 1년이나 흘렀지만 시민들의 체감 경기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오히려 사정이 악화했다며 시름하고 있고, 취업 준비생들도 여전히 좁은 취업문을 뚫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광진구 화양동에서 15년간 식당을 운영해온 김모(55.여)씨는 2일 "작년에 무슨 위기인가가 지나고 올해는 주식이 얼마를 돌파했네 하는데 그건 주식시장 얘기고 우리는 별로 좋아진 것을 느끼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1998년인가 IMF도 겪어봤는데 요즘 상황이 더 안 좋다. 손님도 많이 줄었고 다들 주머니를 열지 않으려는 분위기"라며 "보통 경제가 어려워도 단골은 줄지 않는데 요즘은 될 수 있으면 밥을 식당에서 먹으려는 눈치가 아니다"고 전했다.
그는 직장인 점심·저녁은 물론 가족 단위의 주말 외식도 크게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역시 식당을 하는 이모(52.여)씨도 "리먼 사태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작년 이맘때 미국에서 경제위기가 난 것 아니냐. 아무튼 그때부터 손님이 급격히 준 것은 사실이고 요즘도 별로 회복될 기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기업은 모르겠지만 우리처럼 장사하는 사람들은 정말 힘든 1년이었다. 하지만 손님들도 식당에 와서 매번 `어렵다'고 푸념을 하니 그들 앞에서 내가 힘들다고 대놓고 말도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파구 가락동에서 식자재 도매업을 하는 윤모씨도 "길거리 식당들이 많이 문을 닫았고 덩달아 우리도 매출이 줄었다"며 "월요일 아침에 식당 업주들이 주문하는 양을 보면 아는데 주말에 장사가 잘 안됐다는 것이 확연히 보인다"고 전했다.
취업 준비생들도 막막함을 토로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초 대학을 졸업한 한모(27)씨는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던 경기가 미국 금융회사들이 무너진 뒤 더 나빠졌고 취업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사정이 나아질 분위기가 아니어서 눈을 낮춰 취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역시 취업을 준비하는 박정훈(27)씨도 "취업은 매번 어려웠던 것이라 피부로 느껴지지 않지만 이론적으로는 리먼 사태가 국내 취업에도 더 큰 어려움을 줬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일반 직장인 등도 리먼 파산 이후 생활상에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다고 전했다.
백모(26.여)씨는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물건을 수입해서 파는 작은 사업을 했는데 환율이 오르고 이윤이 안 맞아 수입이 어렵기도 했지만 외국 제품을 사려는 사람도 없어 파는 것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에 다니는 김모(26.여)씨도 "회사 수익이 줄어드니 각종 비용을 줄이려 사소한 사무용품을 포함해 뭐든 절약을 강조한다. 인건비도 많이 줄여 일이 밀렸는데도 야근을 못하게 하고 보너스도 줄고 직장 분위기가 삭막해졌다"고 전했다.
대학생 권오성(24)씨는 "연봉을 많이 줘 금융권에 들어가면 최고라고들 하던데 작년 이후에 이런 말들이 근거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금융권 취업에 회의가 생겼다"고 했다.
하지만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이 체감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공무원 정부용(36)씨는 "애초부터 경제가 어려웠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라며 "다만 주식투자를 하거나 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돈을 묻어뒀던 사람들은 아마 이자 부담 등 자금 압박에 시달리며 힘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모(50.회사원)씨도 "IMF때는 주위에 실직하는 사람도 수두룩했는데 이번에는 해고당한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을 보면 고용 측면에서는 별로 영향이 없는 것 같다"며 "한번 큰 위기를 겪은 이후라 내성이 생겨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한국은 충격이 좀 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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