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해 온나라를 달구었던 촛불집회를 분석해 백서(白書)를 발간했습니다.
이른바 '美쇠고기 수입반대 불법폭력시위사건 수사백서'.
'공안통'으로 알려진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은 발간사를 통해 "지난 수십년간 우리 사회는 제반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어 왔으나, 집회시위 문화는 아직도 폭력이 사라지지 않고 기본적 법규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라며 "국가의 품격을 높이고 세계 속의 선진 법치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후진적 집회시위 문화가 필히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의 백서 발간 취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집회 참가자 1.3명당 경찰 1명?
백서에서 검찰은 '촛불시위' 기간을 지난해 5월2일부터 8월15일까지 106일 동안으로 설정했습니다.
실제 촛불집회는 5월2일 이전에도, 또 8월15일 이후에도 있었지만 '5월2일 본격적으로 시작돼 8월15일 사실상 종결된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라는 것입니다. 검찰의 표현을 빌리면, 5월2일은 'MBC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성 보도를 계기로 시위대가 증가하기 시작한 시점'이고 8월15일은 '검찰의 전국 부장검사 회의 이후 불법과 폭력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이 이루어져 대규모 폭력시위가 소멸된 시점'입니다.
검찰은 이 기간 동안 촛불집회가 전국적으로 2,398 차례 열렸고, 연인원 932,000여명이 참석했다고 서술했습니다. 그러면서 폭력 시위를 제지하기 위해 동원된 경찰력은 7,606개 중대 684,540명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집회의 규모나 성격에 따라 그때그때 경찰의 대처도 달랐겠지만, 단순히 숫자만 놓고보면 촛불집회 참가자 1.36명당 경찰 1명이 투입된 셈입니다. 집회 현장에서 실제로 지켜본 상황과는 많이 달라 보입니다. 오히려 경찰이 '과잉 대응'한 것처럼 비쳐지기도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검찰은 집회 참가자 숫자를 경찰 추산에 근거했고, 경찰은 참가자 숫자를 세는 데 인색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지난해 6월10일 서울광장 집회. 당시 서울광장은 물론, 태평로에서 남대문 근처까지 뒤덮은 촛불행렬을 놓고, 집회 주최측은 70만명이 참석한 것으로 봤지만 경찰은 8만명으로 추산했습니다. 무려 9배에 가까운 차이가 났습니다.
경찰은 집회 공간 3.3㎡(1평)당 5명에서 최대 8명이 들어가는 것으로 봤고, 주최측은 15명에서 최대 20명까지 들어가는 것으로 계산했습니다. 집회 행렬이 어디까지 늘어섰는지, 즉 집회 공간을 놓고도 양측의 견해는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한쪽은 의도적으로 참가자 수를 줄이고, 다른 한쪽은 늘리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참고로 당시 한 네티즌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촛불행렬 사진에 찍힌 불빛 수를 세어 설득력을 얻었는데, 이때 나온 숫자는 최소 26만명이었습니다.
◆ 실형 선고율 5%에 그쳐
이렇다보니, 형사 입건자 수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검찰은 연인원 932,000여명 가운데 서울에선 580,0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 중에 서울지역 검찰(서울중앙지검, 서울남부지검, 서울서부지검)이 입건한 집회 참가자는 1,408명. 집회 참가자 411명 중 1명이 입건된 꼴입니다.
불법·폭력 시위 혐의로 기소된 사건 가운데 1심 선고가 끝난 사건을 분석해 보면, 전국적으로 실형 5%, 집행유예 55%, 벌금형 40%였습니다. 이는 검찰도 백서에서 밝혔듯이, 다른 집회·시위 사건에서 실형 23%, 집행유예 69.2%, 벌금형 7.6%가 선고된 것과 비교할 때, 실형 선고율은 낮고 집행유예와 벌금형 선고율이 높은 것입니다.
이와 함께 검찰은 한국경제연구원의 발표를 인용해, 지난해 촛불집회로 모두 3조 7,513억원의 피해가 났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따른 생산손실이 356억원이었고, 경찰의 관리비용 등 공공지출 손실이 840억원, 시위 장소 부근의 영업손실 등 제3자 손실이 9,378억원이었습니다.
또, 촛불시위로 인한 사회 불안정으로 GDP 1조 8,378억원 감소, 특히 이익단체의 압력과 국회 개원의 지연 등으로 공공개혁이 늦어져 GDP가 8,561억원이 감소한 것으로 봤습니다.
이 역시 100% 신뢰할 만한 수치로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화합과 통합이 필요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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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03년 신문기자로 시작해 2007년 SBS에 입사한 김지성 기자는 사회2부 법조팀에서 검찰 출입기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뚝심있고 끈질긴 기자정신으로 현장을 누비는 김 기자는 정치부에서도 활약했으며, 2003년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숨겨놓은 비자금'과 관련한 특종보도로 큰 반향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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