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한 뉴스에는 '화해'라는 표현이 넘쳤습니다. 또한 고인의 뜻을 이어가자는 다짐들이 여기저기서 나왔습니다. 김 전 대통령이 간절히 원하고, 줄기차게 추구했던 화해와 평생을 싸워왔던 대의가 그의 삶을 마감하는 순간 한꺼번에 이뤄진 것입니까? 진정한 화해란 무엇이며, 뜻을 이어간다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 보도들이었습니다.
지난 18일 SBS 뉴스는 김 전 대통령이 투병했던 마지막 며칠 동안은 병상을 찾은 각계인사들이 지난 세월의 갈등을 정리하는 화해와 포용의 자리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날 뉴스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화해를 선언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14일 뉴스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문병 소식을 전하면서 "5.18 유족단체 회원들도 이제는 전 전 대통령을 용서할 때가 된 것 같다며 포용의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오랜 정치적 동지이면서도 경쟁자였고, 나중에는 정치적 입장 차이와 개인적인 서운함이 겹쳐 반목과 갈등을 거듭해온 YS와 DJ. 그렇기 때문에 YS의 화해선언은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화해가 단순히 묵은 감정을 푸는 차원을 넘어 진정한 평화에 이를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뉴스는 평소 민주주의와 남북관계에 관한 DJ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격렬하게 비판했던 시국관에 대해 YS에게 질문하고 대답을 들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5.18 유족단체 회원들이 가해자 쪽인 전 전 대통령을 용서한다고 말했다면 이것은 뉴스입니다. 그러나 용서한다는 말을 듣고, "포용의 뜻을 밝혔다"고 한 뉴스의 해석은 확대해석입니다.
18일 SBS 뉴스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의 뜻이 남북화해와 국민통합으로 이어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단순히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말이라면 뉴스가 안 됩니다. 기사의 머리 부분에 내세울 이야기가 아닌 것입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말을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의 실천적인 의미를 가진 것으로 해석할 경우 어느 정도의 진정성을 가졌는가를 분석해야 합니다. 그러면 이 대통령이 이어지기를 기원한 김 전 대통령의 뜻은 무엇입니까? 두 마디로 줄이면 남북화해와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의 시국 인식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는 것입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6월 15일 사실상 마지막 연설이었던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식' 연설을 통해 이 대통령을 독재자에 빗대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일 이명박 정부가 현재와 같은 길로 나간다면 국민도, 이명박 정부도 불행할 것이다." 김 전 대통령도 국민통합을 원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국민통합과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도 남북화해를 추구하지만, 김 전 대통령의 남북화해 정책과는 다릅니다. 김 전 대통령의 남북화해 정책은 '햇볕정책'에 농축되어 있습니다. 햇볕정책이 꽃피운 구체적인 열매가 김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만나 합의한 '6.15선언'입니다. 뉴스는 김 전 대통령의 뜻을 남북화해로 이어가자는 이 대통령의 말이 실천적인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가를 분석하고 이에 따라 적절한 뉴스가치를 매겼어야 합니다.
SBS 뉴스는 지난 13일 남아돌아 창고에 쌓여있는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쌀 가공식품에 공급되는 정부 보유 쌀값을 30% 낮추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정부의 노력을 통해 쌀 소비가 늘어나고, 밀가루 수입이 그만큼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면 다행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쌀 소비를 늘인다는 정책이 빈번히 나왔지만 여전히 원점에 서 있는 것은 길들여진 입맛을 바꾸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입니다. 남아도는 쌀을 처분하는 방식은 국내 소비를 늘이는 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세계에는 식량부족으로 굶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남아도는 쌀을 이들에게 원조함으로써 국내의 쌀 과잉문제를 해소하면서 세계의 기아문제 해결을 도우는 길도 찾아보는 것이 뉴스의 역할입니다.
SBS 뉴스는 지난 19일 나로호가 예정시간을 불과 7분 남짓 남긴 상태에서 발사가 중지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습니다. 뉴스는 발사가 중단된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정부가 러시아 쪽 말을 빌려 수일 내에 재발사가 가능하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SBS 뉴스는 그동안 나로우주센터 소개, 로켓 추진력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1단계 추진 로겟은 러시아제를 도입한 배경, 첫 발사의 성공률은 세계적으로 27%밖에 안 된다는 기술적 문제들, 그리고 나로호 발사에 대한 온 국민의 뜨거운 관심들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뉴스는 정작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몇 가지 문제들에 대한 추적보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나로호 발사 과정에서 나누어 맡고 있는 한국과 러시아 기술진의 역할과 번번이 문제가 된 1단계 추진 로켓에 대한 전문적 평가, 그리고 발사의 전 과정을 통제하는 쪽이 한국인가 러시아인가 하는 궁금증들입니다.
나로호 발사가 계속 연기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불신이 퍼지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왜 이미 검증된 1단계 추진 로켓이 아니라 새로 개발한 로켓을 우리에게 팔았는가? 이번 발사 과정에서 우리가 이전받은 핵심기술은 무엇인가? 그리고 성공률이 낮다는 뉴스의 되풀이 된 강조가 러시아 쪽의 책임문제를 희석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에 대한 뉴스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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