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경찰이 발표한 '어머니 청부살해' 사건은 양아들의 철없는 도박 중독이 길러준 양어머니를 살해하는 데까지 이어진 비극이었다.
사설 경마에 빠져 유산을 노리고 양어머니인 유모(70)씨를 청부 살해한 혐의로 이날 구속영장이 신청된 이모(34)씨는 경찰 조사를 받던 중 눈물을 쏟아내며 후회했지만 이미 돌이킬 방법은 없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975년 경기도 하남시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던 유씨는 어느날 가게 문 앞에서 갓난애 상태로 버려진 이씨를 발견했다.
아이가 없던 유씨는 '이 아이는 하늘이 보낸 것'이라고 생각해 이씨를 호적에 올리고 부모로서 돌보기 시작했으며, 이씨가 중학교에 다니던 1989년 남편과 이혼하고서도 혼자서 점포를 늘려 재산을 모으면서 지극정성으로 이씨를 키웠다.
이씨는 유씨의 뒷바라지 속에 서울의 한 명문대에 체육특기생으로 입학할 수 있었고, 유씨는 이씨가 결혼을 할 때는 따로 살 수 있도록 하남시에 빌라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
하지만 친부모와 자식처럼 사이가 좋았던 이들도 이씨가 대학시절 경마장 아르바이트를 계기로 사설 경마에 빠져들면서 갈등을 겪기 시작했다.
계속 돈을 잃고 돌아오는 이씨를 어머니인 유씨가 여러 번 꾸짖었으나 이씨는 경마를 좀처럼 끊지 못했고, 결국 학점 미달로 대학에서 제적됐다.
이후 어머니의 도움으로 중고차 매매업을 시작했지만 벌이는 시원치 않았고, 그런 상황에서도 이씨는 계속 사설 경마장을 출입했다.
보다 못한 유씨는 "경마로 재산을 탕진하는 아들에게 유산을 줄 수는 없다. 유산은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말했고, 이씨는 지난해 5월 유산을 받아내기 위해 인터넷 게시판에서 만난 공범 박모(31)씨 등을 교사해 유씨를 살해했다.
이씨는 범행으로 약 20억원의 유산을 받아내고 나서도 15억5천여만원을 사설 경마에 쏟아붓는 등 도박 중독을 끊지 못하다 결국 유씨의 갑작스런 죽음을 이상하게 여긴 지인들의 신고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씨는 경찰에서 "어머니라면 정말 사회에 기부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유산을 빼앗기면 안된다는 생각에 범행을 저질렀다"며 "잘 키워주셨는데 죄송하다. 후회하고 있다"고 뒤늦게 참회의 눈물을 쏟았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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