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8.15를 앞두고 도쿄 신주쿠에 있는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 자료관>에 다녀왔습니다.
혹시 야스나리군도 거기에 가 본 적이 있는지요?
<위안부 박물관>으로 많이 알려져 있고 일본에서는 영어 머릿글자를 따서 와무(WAM)로 불리는 곳입니다. 기독교 관련 단체들이 주로 모여있는 건물의 2층에 자리잡고 있는데 규모는 크지 않습니다. 와타나베 사무국장의 설명에 의하면 100평방미터가 조금 넘는다고 합니다.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그 안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자료들이 가득 모아져 있습니다.
종군 위안부 관련된 자료는 거의 다 있더군요. 눈에 익은 할머니들의 영상자료,사진,연구 책자는 물론이고 일본 영화와 문학 작품속에 그려진 위안부 관련 내용이 전부 수집돼 전시 중이었습니다.
위안부 관련 만화도 있더군요. 저는 처음 봤습니다. 제한된 취재 시간 때문에 그런 자료들을 꼼꼼이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대단한 열정과 정성,그리고 사명감이 아니면 모을 수 없는 자료들임에 틀림없습니다.
<위안부 박물관>은 지난 2005년 7월 말에 문을 열었습니다. 아사히 신문 기자 출신인 마쯔이 야토리 씨등이 중심이 되어서 2001년부터 박물관 건립 기금 모금 운동이 시작됐고 2002년 마쯔이 씨가 타계하면서 약 1억 엔의 유산을 박물관 건립에 사용해달라며 기부한 것이 큰 힘이 됐다고 합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박물관이 문을 열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하더군요.
준비를 제대로 해서 번듯하게 출발을 하자는 주장과 일단 시작이 먼저다라는 주장이 맞서기도 했던 모양입니다. 모금 대상과 관련해서는 기업들의 도움을 받자는 쪽과 순수 개인 회원들의 성금으로 국한해야 한다는 의견의 대립도 만만치 않았고 말이지요.
그런 길고 지루한 논쟁의 끝에 모금 운동이 시작된 지 4년 만인 지난 2005년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 자료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일단은 시작이 먼저라는 주장이 우세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처음에 계획했던 번듯한 4층짜리 박물관의 꿈은 조금 뒤로 미루고 일단 30평 정도의 작은 규모로 문을 열게 됩니다.
외진 골목길에 자리잡고 있는 이 곳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지 궁금했습니다. 와타나베 사무국장은 1년에 3천 명 정도가 온다고 했습니다. 일주일에 5일 문을 여니까 하루 평균 10명 정도가 오는 셈입니다. 하루 10명 정도의 관람객으로 운영이 가능한지 궁금했습니다.
상근 직원이 두 명이던데 급료만으로도 빠듯하지 않을까 싶어 지난 5월부터 여기에 상근하고 있다는 야마시타 씨에게 살짝 돈 문제를 물어봤습니다. 처음 모은 기금에 1천5백 명의 회원들의 연회비,그리고 입장료만으로 운영한답니다. 입장료는 18세 이상 성인은 5백 엔,학생들은 3백 엔이라고 합니다. 정부 지원은 물론 기업들의 성금도 일체 받지 않는답니다.
1천5백 명의 회원들이 내는 연회비가 주수입원이라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얼마나 되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재정 상태를 설명하면서 개관 때부터 거기에서 일하고 있다는 와타나베 사무국장은 1천5백 명의 회원은 도쿄만이 아니라 일본 전국에 있는 회원이라며 회원 수가 너무 적어 부끄럽다는 표정이었습니다만 종군위안부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박물관 건립과 운영 취지에 찬성해서 암만의 돈을 기꺼이 내는 사람이 1천5백명이라면, 저는 많은 숫자라고 했습니다.
와타나베 사무국장은 1억이 넘는 일본 국민 가운데 1천5백명은 극히 적은 숫자지만 자신들이 보내주는 뉴스레터만을 받아보면서 꼬박꼬박 정성어린 후원금을 내주는 사람이 1천5백 명이라면 그 숫자는 적은 것도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저도 그 말에 동의합니다.
야스나리君.
저는 이 자리에서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인 야스나리君에게 종군위안부의 실상이나, 교과서를 비롯한 일본 정부의 그 동안의 대응에 대해서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거기에 한 번 가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거기에 가서 종군위안부의 실상을 제대로 알기를 바라기도 하지만 많지는 않지만,그렇다고 결고 적지도 않은 양심적인 일본 사람들이 자신들의 앞세대의 부끄러운 범죄 행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거기서 무엇을 배우고자 하는지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저는 한국에도 없는 종군위안부 박물관이 도쿄 한 복판에 있다는 것에 솔직히 놀랐습니다. 제가 주목하는 일본 시민단체의 저력이랄까요,그런 것을 다시 한 번 느낀 것이지요. 거기에는 관람객들이 박물관을 둘러본 소감을 적는 노트가 있습니다. 그 노트가 이제 여덟 권째던데요, 몇 줄 읽어보면서 저는 잠시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이름 모를 일본인 관람객의 짧은 몇 줄의 반성의 글이 참으로 진솔한 사과와 반성으로 다가왔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그 글을 보신다면 평생의 한이 조금은 풀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자료관의 존재 의미는 이런 식의 반성과 용서와 화해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한가지만 더 이야기하고 글을 맺겠습니다.
위안부 박물관은 적지않은 언론사가 그동안 취재를 다녀갔답니다. 우리 SBS에서도 제가 세번째인가,네번째인가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일본 언론은 위안부 박물관을 단 한 번도 취재, 보도한 적이 없답니다!
저는 그 말을 들었을 때 순간적으로 제가 잘못 알아들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물었습니다.
"아사히 신문이나 NHK같은 언론사도 보도를 한 적이 없느냐"고 말이지요.
없답니다.!!
단 한 번도 일본의 일간지나 방송에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의 자료관>이 보도된 적이 없답니다. 와타나베 사무국장 말에 따르면 아사히 신문은 개관기념일에 기자가 취재를 나오긴 했는데 기사화되지는 않았답니다.
야스나리君.
저는 평소에 일본이 작은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일본이 작게 느껴졌습니다. 제 생각이 지나친 것일까요?
|
|
[편집자주] 일본 사회를 관통하는 깊이있는 시각과 연륜이 느껴지는 윤춘호 기자는 2007년부터 SBS 도쿄 특파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1991년 SBS 공채 1기로 입사해 사회부와 정치부, 국제부 등에서 일했고 특히, 북한 관련 취재와 통일안보분야, 국회 정당팀에서 오랜 기간 활약했습니다. |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