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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불신지옥 - 믿음주는 공포영화

불신지옥 (감독: 이용주, 주연: 남상미, 김보연, 류승룡, 15세 관람가)

제목만 보고는 특정 종교에 집중해서 까대는 영화가 아닐까 하는 분들 많은 것 같은데, 감독이나 영화 관계자들은 바로 그 점을 우려하는 것 같았습니다. 특정 종교가 아니라 어떤 종교든지 기복에 치우쳐 생기는 과도한 믿음, 즉 광신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개인 안에서 믿음이 혹은 종교가 형성되는 과정에 관심이 있었는데, 특정 종교 폄하는 전혀 없고요. 제 스스로 관심이 없었고 한 개인한테 이뤄지는 형태 좀 거시적으로 보자면 우리나라 종교들 다 망라해서 기본적으로 기복적인 성격이 너무 강하지 않나, 본질을 오도하는 경우가 있지 않나, 믿음이 있고 거기에 따른 어떤 기복이 아니라 순사가 바뀌어서 기복이 있고 거기에 따른 많은 맞춤형 믿음? 자기 기복이 심할수록 믿음도 강해진 그런 종류의 믿음에 대해서  과연 이것이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그 극단까지 가면 이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맥락이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는데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전체적으로 보면 꽤 괜찮은, 볼만한 공포영화입니다.

허접한 아이디어만 가지고, 천천히 움직이는 카메라에 갑자기 앞뒤 맥락없이 튀어나오는 귀신으로 놀래키려는 트릭으로만 무장한 짜증나는 공포영화들에 실망을 많이 하셨을텐데 이 영화는 그런 쉬운 유혹을 잘 절제하면서 효과적인 공포를 느끼게 해줍니다.

또 초반에 제시된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도 논리적 완결성을 향해 한발 한발 잘 나아가 따라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영화의 무대가 되는 지방 소도시의 아파트라는 공간도 옥상에서부터 지하실까지 구석구석을 잘 활용합니다.

주인공이 휴대폰 불빛에 의지해 들어가는 지하실 장면이 제일 인상적입니다. 초반부 주인공이 베란다에서 목격하는 이웃여자의 자살 장면은 앞에 깔아놓은 트릭을 포함해 리듬감이 좋더군요.

힘 줄때 한번 제대로 힘주고 다른 부분은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전체적인 강약의 조절도 좋습니다. 각종 운동도 그렇지만 초보들이 범하는 가장 흔한 오류가 몸에 잔뜩 힘을 주는 거잖아요. 주인공 남상미는 공포영화 주인공으로 제격인 외모와 분위기를 지녔고, 신들린 소녀 소진을 연기한 심은경도 어린 나이 답지 않은 섬뜩한 모습을 잘 표현합니다.

특히 조연들이 돋보이는데요. 김보연, 류승룡, 장영남, 문희경 등 관록있는 연기가 탄탄하게 주인공을 감싸며 받쳐줍니다. 특히 장영남은 등장부터 퇴장까지 등장씬에서 주인공의 자리를 훔치는 (이런걸 scene stealer라고 한다네요.) 탁월한 연기력을 선보입니다. 특히 파카 뒤집어쓰고 아파트 복도에서 주절거리는 장면은 압권입니다.

결말에서는 나 또는 내 가족만 잘되자는 욕망에서 출발하는 그릇된 믿음이 광신으로 빠지고 그런 개개인이 모여 집단으로 구성됐을 때 초래할 수 있는 비극에 대해 씁씁한 슬픔이 느껴집니다.

재작년 [기담]이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도드라진 독특한 공포영화였다면 [불신지옥]은 탄탄한 기본기에 잘 짜여진 구성, 재미있는 이야기가 돋보이는 공포영화라고 생각됩니다.

  [편집자주] '영화를 보는 편안한 시선'  남상석 기자는 2002년부터 영화계를 출입해 온 베테랑 문화 담당 기자입니다.  1993년  공채로 입사해 사회부와 정치부 등을 거쳐 오랜 기간 보도국 문화부에서 내공있는 필력을 과시해 왔습니다. 영화와 영화인들을 좋아하며  '평론가처럼 어렵지 않은.. 관객의 한사람 같은 친근한 눈높이의 영화평'으로 개인 블로그도 큰 반향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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