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에서 숙소관리 업무를 하던 40대 초반의 현대아산 주재원 유모 씨는 3월 30일 오전 개성공단 현지에서 북측 당국자들에 의해 체포됐다.
북측 당국자들은 당시 유 씨가 북한 체제를 비난하고 여성 종업원의 탈북을 책동했다는 등 혐의가 적힌 '포고문'을 낭독한 뒤 유 씨를 데려갔다.
정부는 남북간 출입·체류 합의서에 명시된 피의자 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며 유 씨 접견을 하려했지만 북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은 채 신변과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답만 되풀이했다.
4월 3일 유씨 회사 책임자인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이 개성으로 건너갔으나 북측은 '조사가 끝날 때까지 접견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4월13일 "(피조사자에게) 접견권과 변호인 참관 등 기본적인 권리도 보장하지 않는 북한의 조치는 남북 합의서와 국제관례를 위반하는 매우 부당한 것이며 비인도적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북한에 대사관을 둔 영국, 중국 등에 유 씨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대신 전달토록 부탁하는 등 외교적 노력도 병행했다.
조용하던 북한은 4월 16일 문무홍 개성공단관리위원장에게 "개성공단 관련 중대 사안을 통보하겠다"며 정부 당국자와 함께 4월 21일 개성공단으로 들어오라고 제의했 다.
그럼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던 북측은 4월 21일 유 씨 문제와 관련, 진전된 입장을 내 놓으리라는 일반의 기대와 달리 '남한에 제공했던 개성공단 관련 기존 혜택을 박탈하겠다'고 윽박질렀다.
북측은 이어 5월 1일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하 총국) 대변인을 통해 유 씨가 "( 북한)체제를 악의에 차서 헐뜯으면서 공화국의 자주권을 침해하고 해당 법에 저촉되는 엄중한 행위를 감행했다.
해당 기관에서는 현재 조사를 계속 심화하고 있다"며 유 씨 체포 후 처음 입장을 밝혔다.
이어 총국은 같은 달 15일 대남 통지문에서 유 씨에 대해 "현대아산 직원의 모자를 쓰고 들어와 우리를 반대하는 불순한 적대행위를 일삼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조사를 받고 있는 자"라고 주장, 유 씨의 행위에 우리 당국이 개입돼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정부는 6~7월 세차례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 당국간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 유 씨 문제를 계속 제기했고 북측은 개성공단 토지임대료, 임금 등의 인상을 요구하며 유씨문제는 의제로 삼으려 하지 않았다.
다만 7월 2일 열린 3차 실무회담에서 북측 대표단은 유 씨 문제에 대해 우리 측 대표단에 "인차(곧) 해결될 것"이라며 우리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반응을 처음으로 보였다.
이때를 즈음해 현대아산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북측과 유씨 석방 문제를 본격적 으로 협의하기 위해 현대아산 서예택 관광경협본부장 일행이 7월 초 중국 선양(瀋陽 )에서 북측 인사들과 접촉을 가졌다.
현대아산을 매개로 한 유 씨 문제 관련 협의에서 남북 양측이 입장차를 좁혀 나가던 와중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 4일 금강산에서 열린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6주기 행사때 평양에서 온 리종혁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부위원장과 만나 "여러 현안을 협의하기 위해 평양에 갔으면 한다"고 먼저 제안했다.
이에 대해 리 부위원장은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 돌아가서 연락해 보자'는 취지의 답을 줬다.
특히 4일 전격 방북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날 북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여기자 2명과 함께 귀국한 것을 계기로 유 씨 석방을 위한 행보는 더욱 바빠졌다.
현 회장은 7일 북한 아태평화위로부터 방북 초청장을 받았고 10일 방북길에 올랐다.
현 회장이 방북길에 오르기 직전 남북간에는 8.15 이전에 유 씨를 석방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으며 택일과 형식만 남겨뒀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유씨는 현 회장 방북 나흘째인 13일 전격 석방돼 억류된지 137일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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