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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떤 생수를 마셔야 할까 (2)

그 두 번째 이야기

"이제 어떤 생수를 마셔야 할까"라는 이야기로 처음 취재파일을 쓰며 여러분을 만난 설레던 시간들이 벌써 두 달이 훌쩍 흘러갔습니다.

보도가 나간 뒤 "그럼 어떤 제품이 안전하나요?"부터 "어떻게 브롬산염을 빼고 안전하게 마실 수 있을까요?"까지 먹는 샘물에 대한 다양한 질문세례를 받았지만, 저도 명확하게 답해드릴 수 없어 안타깝고 답답했죠.

그런데 어제 또.다.시.

먹는 샘물과 발암가능물질로 알려진 브롬산염에 대한 악몽이 되살아 났습니다. 바로,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지난 5월부터 약 한 달간 서울 시내에 유통되고 있는 먹는샘물 47종 107개 제품에 대한 수질 검사를 실시했는데 그 가운데 23종 제품에서 브롬산염이 검출됐고, 18종은 국제기준 리터당 0.01mg을 초과해 나타난 것이죠.

38.3%

무려 40%에 가까운 제품이 브롬산염 국제 수질기준을 초과했습니다.

엥? 여기서 잠깐!

지난 번 6월 18일에 나간 보도를 보면 환경부에서는 8.9% 해당하는 제품만 브롬산염이 국제기준을 초과했다고 발표했는데 그럼 환경부에서 축소 발표? 덮기 의혹?

"38.3"과 "8.9"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누가 봐도 의혹의 눈초리가 가는 부분이죠.


그래서 저도 의혹의 눈을 크게 뜨고 어제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으로 달려가 하나하나 따져보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무얼 하는 곳인지 부터 알아야겠죠?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서울특별시 산하기관입니다. 중앙 정부 행정부처인 환경부와는 소속이 좀 다릅니다.

환경부가 정책부서라면, 보건환경연구원은 서울 시민들의 보건증진과 쾌적한 환경 조성에 사명을 띠고 여러 실험과 안전성 검사, 조사,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이죠. 서울시에 보건환경연구원이 있다면, 환경부에는 '국립환경과학원'이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먹는 물에 관한 검사와 연구를 실질적으로 수행하죠.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하고 정책을 수립한다고 보면 됩니다.

그렇다면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과 환경부의 국립환경과학원이 실시한 먹는 샘물 내 브롬산염 검사결과는 왜 다르게 나온 것일까요? 환경부가 결과를 의도적으로 축소해 발표한 것일까요?

가능한 대답은,

"조사대상"이 달라서 입니다.

서울시에선 서울시의 25개 자치구가 의뢰한 시중에 '유통(판매)되고 있는' 먹는 샘물 제품들을 수거했고, 그 대상이 모두 107개 제품 47종이었습니다. 107개 제품은 상품명이 겹치는 제품도 있었으니, 원수(소독 전 암반수나 지하수)를 채취한 장소나 제조시기, 업체별로 분류해 47종으로 묶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6월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에서 대상이 된 79개 제품은 전국 시도 지자체에서 생산업체에서 '생산되고 있는' 제품들을 수거한 것들이었습니다. 또 79개 제품 모두 서로 다른 제품이어서 서울시의 분류 개념에 비춰볼 때 "79종 = 79개 제품"이었죠.

서울시의 조사대상에선 서울시 이외에서 판매되는 제품이 포함되지 않을 수 있고 유통 중(판매되고 있는)인 걸 수거했기 때문에 제조시기가 환경부 조사대상 제품보다 훨씬 과거일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제조시기가 왜 중요하냐구요?

A라는 업체에서 똑같이 B라는 먹는 샘물을 제조할 때 어떤 B는 과거에 브롬이온이 많은 상태의 원수를 채취하고, 때마침 더운 시기라 물에 미생물이 많을 것 같아 오존 살균을 평소 때 보다 세게 했을 수도 있습니다.

반면, 나중에 만들어진 B는 브롬이온이 없는 상태에서 원수를 채취하고 날씨가 서늘해 오존 살균을 적게 했을 수도 있어 전자의 경우에만 브롬이온과 과도한 오존이온이 만나 브롬산염이 생성될 수 있다는 거죠! (** 브롬산염의 생성과정에 대해선 "이제 어떤 생수를 마셔야 할까"로 지난 6월에 올린 제 첫 취재파일을 참고하시면 이해가 좀 더 쉬우실 겁니다.^^ ☞ 이제 어떤 생수를 마셔야 할까(1) 바로보기!)

이렇게 여러 경우의 수와 조사대상이 갖는 변수, 제품이 각각 다르니 환경부와 서울시의 브롬산염에 대한 검사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럼 두 번째 의혹.

환경부에서 지난 6월 바로 문제가 된 제품에 대해 회수와 폐기 조치를 하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서울시에서 검사한 제품에 브롬산염이 검출될 수 있는 걸까요?

이미 회수조치 했으면 해당 제품이 조사대상으로 쓰일 수가 없는데. 저도 이 부분이 처음엔 이해가 안 됐죠. 그런데 조사 시기를 보고 '아하!'라고 외칠 수 있었습니다.

환경부는 6월 18일날 관련 발표를 하며 바로 회수조치에 들어갔는데, 서울시의 조사는 6월 중순 이전에 이미 끝났고, 이번에 그 조사 결과를 정리해 보고한 것이었죠.

그러나 저러나.

환경부가 축소 발표한 게 아니라고 해도 찝찝함은 여전합니다. 여전히 국내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업체명과 제품은 공개하지 않고 있으니깐요. 이제 어떤 물을 믿고 마실 수 있을 지.ㅠㅠ

환경부는 빠르면 다음 달 초에 먹는샘물의 브롬산염 국내 수질 기준을 국제 기준인 0.01mg/L로 설정하는 개정안을 공포한다고 합니다. 이제 법으로 단속한다는 거죠.

참, 그리고 이번에 서울시의 조사결과 '천연 광천수'에서도 브롬산염이 검출됐다는 건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 부분입니다.

'천연(Natural)"이란 단어는 살균 소독 공정을 거치지 않은 원수 그대로의 먹는 샘물 제품에만 붙일 수 있는 명칭입니다.

엥? 그럼 오존 살균 과정을 거치지도 않았을 터인데, 어떻게 브롬산염이!!

이유는 두 가지.

업체가 다른 일반 먹는샘물처럼 소독처리를 했으면서 '천연'이란 명칭을 몰래 사용했거나, 물은 천연광천수가 맞는데 샘물을 담는 용기인 '플라스틱 병'을 오존 소독하는 과정에서 일부 성분들이 안쪽 표면에 남아 물에 섞이게 된 거죠. 이 부분은 정책부서인 환경부에서 철저히 확인해야 할 부분입니다.

어쨌든 서울 시내에 유통되고 있는 먹는 샘물 가운데 38.3%가 브롬산염 국제기준을 초과했다니.ㅠㅠ

이번에도 별로 유쾌하지 않은 내용이지만, 보도를 보고 놀라신 분들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수 있도록 긴 이야기를 담아봤습니다. 앞으로도 기사에 미처 다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가지고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쭈욱-! :D

  [편집자주] 사회 1부에서 환경과 보건복지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안서현 기자는 2008년 SBS에 입사한 새내기 기자입니다. 사건기자로서 수련 과정을 거치고 신선하고 당찬 시각으로 현장의 이야기들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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