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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람들] 83년 전통 만리동 이발사 이남열

서울역 뒤켠 만리동 시장 골목.

신축 건물들 사이로 낡아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단층건물이 돋보인다.

지난 1927년 이곳에 세워진 뒤 지금까지 83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성우 이용원이다.

거기에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방식 그대로 전통 이발을 고집하는 이발 장인 이남열 씨가 있다.

찰칵 찰칵 머리카락을 자르는 가위소리가 이발소 안에 경쾌하게 울려 퍼진다.

규칙적인 가위소리는 늘 자장가로 들리고 손님들은 단잠에 빠져든다.

이발을 시작한지 20분이 훌쩍 넘었지만 이남열 씨의 가위질은 끝날 줄 모른다.

[이남열/83년 전통 이발소 운영 :  윗머리 자르는거, 중간 머리 자르는거, 마무리 하는 가위, 숱가위 두 개. 네 번 내지 다섯 번 바꿔요.]

현란한 가위질이 끝났나 싶더니, 이번엔 머리에 흰 가루칠을 시작한다.

세밀한 가위질을 위한 녹말가루다.

[이남열/83년 전통 이발소 운영 : 층지는게 나타나거든.  가위 자국 이런거 어디에 얼만큼 잘라야 하는걸 나타내 주거든. 그거 보고 잘라내는 거예요.]

손님의 머리를 감길 때도 이 씨는 샤워기 사용을 거부한다.

수십년간 사용해 온 물뿌리개가 손에 익어 편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공을 들여 손님 한 사람 머리를 완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한 시간 남짓.

10여분이면 샴푸까지 마치는 요즘 미용실의 컷트와는 비교가 안된다.

외할아버지에서 아버지에게로 또 이 씨에게까지 전해진 전통 이발 방식은 정교함이 생명인 만큼  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이남열/83년 전통 이발소 운영 : 옛날 전통 이발 기술 그대로 기본대로 하는 거예요. 정교함과 세밀함. 이발을 해도 깎았는지 안 깎는지 모르는거 있죠. 그 정도로.]

일제 강점기에 세워진 이발소 건물은 낡을대로 낡았지만, 83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어지간하면 리모델링을 할만도 하건만 본래의 그 모습을 고집하는 이 씨의 인생철학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남열/83년 전통 이발소 운영 : 비오면 비오는 데로 새면 새는 대로 사는 게 인생인데 뭐 구지 그런걸 생각을 해요. 그냥 생긴 데로 사는 거지.]

그의 도구들 역시 오랜 역사를 간직하긴 마찬가지.

1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 면도칼은 45년전 이발을 처음 시작할 때 구입한 중고품이다.

가위는 45년, 선풍기는 40년, 흔히 조리라고 불렸던 물뿌리개와 이발 의자는 30년이 넘게 자리를 지켰다.

수 많은 손님들이 드나든 문짝 역시 이 씨와 함께 해 온 세월을 엿보기에 충분하다.

골동품으로 가득한 이 씨의 이발소는 한마디로 박물관인 셈이다.

남자 손님들이 빠르고 간편한 미용실을 선호하면서 많은 이발소가 문을 닫았지만, 고풍스런 풍경과 인간 냄새가 풀풀 나는 매력에 만리동 이발소는 갈수록 찾는 손님이 늘어나고 있다.

[김성배/손님 : 여기 오면 일단 훈훈한 인간의 정을 느낄 수 있고 물론 깨끗한 분위기를 찾아다니는 손님들도 많겠지만, 옛 추억이 깃들어 있기 때문에 여기 와서 이발을 하면 마음이 풍요로워요.]

그동안 미용실만 찾았던 남학생이 오늘은 아빠와 함께 이곳을 찾아 이발 의자에 앉았다.

[신상규/손님 : 시골에서 이발을 아버지랑 면 소재지로 나가서 이발을 했어요. 지금 여기하고 이발 도구들이 다 똑같아요. 애들하고 이런 문화도 보여주고 싶어서 마음 먹고 왔습니다.]

난생 처음 경험한 전통 이발.

아이는 100% 대만족이다.

[신종현/손님 : 미용실에서 자른 것 보다 100배 더 마음에 들어요.]

한 차례 손님들이 빠져나가고 한가해지면 이 씨는 어김없이 숫돌을 꺼내 든다.

[이남열/83년 전통 이발소 운영 : 자주 갈고 자주 기름칠 해줘야 해요. 상당히 애지중지 하죠. 이거 가위를 아무도 못 만지게 하잖아요.]

기나긴 세월동안 함께 해온 면도칼과 가위는 이제 그에게 몸의 일부와도 같다.

[이남열/83년 전통 이발소 운영 : 이게 45년 쓴거거든요. 45년 썼는데 지금도 쓴다고 이걸.]

열다섯살에 시작해 예순이 되기까지 한결같은 삶을 살아온 만리동 이발사 이남열 씨.

지금까지의 삶이 그래왔듯이 소박한 그의 소원 역시 정겨운 이웃 아저씨답다.

[이남열/83년 전통 이발소 운영 : 나는 이발하고 드라이하고 면도 세 가지 외에는 몰라요. 건강하게 이발일이나 꾸준히 했으면 좋겠어요. 지금이 환갑이니까 힘 닿는 날까지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하면 더 이상 바랄게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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