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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도 이념갈등 조짐

"객관적 서술기준 마련" vs "사실상 국정교과서"

정부가 4일 '대한민국 정통성' 등을 강조한 새로운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제시했지만 학계에서는 이념적 성향에 따라 상반된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해묵은 이념적 갈등이 재연될 조짐마저 보인다.

현재 사용되는 역사교과서의 좌편향성을 지적해온 학자들은 "기준을 제대로 잡아줬다"고 새 집필기준을 반겼지만, 자유로운 역사서술을 강조해온 학자들은 "사실상 국정교과서를 만들자는 것이냐"며 큰 우려를 나타냈다.

교과서포럼 공동대표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집필기준은) 대한민국이 대한제국과 임시정부를 계승했다는 점을 밝히는 등 대한민국 건국에 대해 제대로 기준을 잡아줬다. 현대사 서술에 관한 논란과 시비를 정리하고 좌우를 아울렀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승만 정부에 대한 새로운 집필기준과 관련, "잘한 점은 잘했다고 평가하고 독재에 대해서는 비판하도록 하는 것이 균형성이다. '우편향이다'하는 비판도 이제 수그러들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는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가 편향됐다는 말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모임의 또다른 공동대표인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논란이 됐던) 지난번 역사교과서의 편향성을 시정해야 한다는 개정 취지나 방향은 옳고 크게 동감한다. 다만 세계사적 보편가치에 대한 강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안병직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현행 교과서가 좌편향적이므로 정부가 새로운 지침을 발표한 것을 이해는 한다"면서도 교과서 서술 방향에 대해 강제성을 띤 지침을 내놓는 방식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기도 했다.

특히 진보진영 역사학자들과 전국역사교사모임 등은 "창조적이어야 할 역사서술을 획일화하고 오히려 왜곡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반발했다.

한철우 동국대 역사교육학과 교수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과를 다 다루라고 하지만 사실 현재 교과서들도 공과를 함께 다루려고 애써왔다. 지금 이걸 (기계적으로) 반반씩 다루라는데 그게 가능한 일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교과서들의 관점은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것을 억지로 뜯어고친다면 교과서가 오히려 균형을 잃을 수 있다"며 우려된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의 박태균 교수도 "대한민국 정부가 친일파 청산에 노력했다는 등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이데올로기적 서술을 벗어나겠다고 하면서도 또다른 이데올로기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역사교사모임 윤종배 회장은 "현재 정부의 집필기준은 객관성을 강조하지만 사실상 집필자가 아는 역사적 사실을 기준에 맞춰 바꿔쓰라고 강조하는 인상이 짙다"며 "집필기준 심의기구인 교육과정심의회가 아직 구성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절차적 문제도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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