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초반전에서는 [해운대]의 기세가 더 셉니다. 주말 예매 율에서 이번 주 개봉한 [국가대표]를 누르고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해운대]와 자꾸 비교가 되는데요.
[해운대]는 우려했던 것만큼 나쁘지 않아서 좋았다면 [국가대표]는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다소 아쉬운 느낌입니다.
다시 말하면 [해운대]는 한번 확 몰아쳤다 가는 쓰나미를 소재로 어떻게 두 시간을 풀어 나갈까 하는 우려 섞인 의문을 잘 풀어준 반면, [국가대표]는 처음 시놉시스를 접했을 때, '웃음과 감동을 겸비한 한국판 [쿨러닝]이 나오거나 [우생순]을 뛰어넘는 웰메이드 스포츠 영화가 나오겠구나'했던 기대를 다소 감소시키는 것 같습니다. (예고편을 처음 봤을때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했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압권은 후반부 동계올림픽 경기 장면입니다.
와이어에 카메라를 달고 시속 100킬로미터로 점프대를 내려가는 선수와 함께 질주하며 담은 장면과 다양한 각도에서 여러 대의 카메라로 잡아낸 점프 장면은 스포츠 경기 자체의 생생한 긴장과 속도감, 영화적인 가공을 통한 비주얼이 주는 쾌감의 극대치를 뽑아냈습니다.
특히 점프하는 선수 발 아래로 펼쳐지는 눈 덮인 건물이나 관중들의 모습은 어떤 피서와 비교할 수 없는 시원함과 짜릿함을 선사합니다. 점프장면이 여러번 반복되도 전혀 지루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분명 경기 장면은 어떤 할리우드 스포츠 영화보다 정교하고 스케일도 만만치 않더군요.
초반부 다양한 사연을 지닌 젊은이들이 국가대표가 되는 과정과 그 인물들에 대한 배경 설명, 열악한 여건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개발하는 기발한 훈련 모습은 간간이 터지는 코미디와 조화를 이루며 잘 흘러가고 하이라이트의 감동과 이어 따르는 눈물까지 전체적인 만족도는 괜찮은 편입니다.
눈물이 찡해지는 장면의 끝을 가벼운 코미디로 마무리하는 템포 조절도 좋고,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정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박수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교훈도 좋고 경기 결과에 대한 감독의 선택도 상투적이지 않아서 좋습니다.
손범수, 이금희, 김성주 등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들도 등장해 방송 프로그램과 경기 중계 장면을 실감나게 전달해 줍니다. 가장 인상적인 배우는 김성주 씨와 함께 경기 중계를 하는 해설자로 호흡을 맞춘 조진웅씨인데 그런 연기는 잘해야 본전이고 조금만 잘못하면 어색하기 짝이 없어 욕먹기 십상인 무척 어려운 배역인데 훌륭하게 잘 소화해 내더군요.
그러나 좀처럼 흠잡을 데를 찾기 어려웠던 [미녀는 괴로워]와 비교해 보면 몇몇 부분에서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137분의 긴 상영시간 가운데 초반 상당 부분이 5명 선수 개개인의 사연과 선수들과 코치, 그 딸이 얽히는 과정에 할애됩니다. 이들의 사연과 복선을 통해 막판에 감동 지수를 끌어올리려는 전략인데 너무 구구절절 늘어놓아 다소 산만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영화 중간을 지탱하는 등장인물들 사이의 갈등 부분에서 부녀지간의 문제나 미국 선수단과 패싸움을 벌여 벌어지는 우여곡절 등은 생략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몇몇 영화적 장치와 복선은 일반 관객이 보아도 그것이 그런 의도를 가진 장치라는 사실을 눈치 챌 만큼 얕게 묻혀 있어 몰입에 방해 요소로 작용합니다.
감동이나 슬픔 등 특정 정서를 강조할 때 인물들의 리액션 샷도 너무 남발하는 느낌입니다. 이런 장치는 쓰면 쓸수록 효과가 떨어지는데 말입니다.
하정우의 생모를 괴롭히는 젊은 여성은 현대판 팥쥐인가요, 눈물없인 볼 수가 없더군요.영화에 등장하는 유일한 스타인 하정우는 기대만큼의 연기력을 발휘하고 신인급 주인공들 사이에서 안정감을 잡아주는 기둥 역할을 합니다.
무엇보다 코치로 등장하는 성동일의 역할이 큰데요. 영화의 웃음과 울음, 감동까지 다양한 감정을 마치 '변검' 공연자처럼 수시로 표정을 바꿔가며 영화 전개에서 가장 큰 엔진 역할을 합니다.
저는 이것이 야구 경기에서 마무리 투수나 중간 계투가 선발 등판해 완투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동일의 순발력 등 연기력을 탓하자는게 아니라 성동일의 폭넓은 연기력에 너무 의존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입니다.
[디워]의 아리랑을 떠올리게 하는 마지막 부분, 태극기와 애국가 장면에서는 코믹과 진지, 가슴을 조용하게 때리는 순수한 울림과 애국주의를 강요하는 듯한 억지 감동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가 아닌가 느껴졌습니다.
전체적으로 하나의 장치로 밀어붙일 수 있는 자신감이 부족했는지 자꾸 이런 저런 장치들을 끌어다가 화려하게 장식했는데 그게 넘쳐서 부족하고 썩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 2004년 [태극기 휘날리며]이후 할리우드로 건너가 영화 준비 중인 강제규 감독이 카메오로 깜짝 출연하고, 얼마전 불미스러운 사건의 주인공이 된 오광록씨가 그 사건을 암시하는 듯한 역할(?)의 약사로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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