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은 가장 중요한 언론 기능 중의 하나입니다. 언론의 예측은 결과에 못지않게 논리적 전개과정도 중요합니다. 점을 치는 일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예측은 틀릴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뉴스를 통해 진행 중인 상황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다음 단계를 생각해보는 방법을 배웁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북한과 미국관계에 관한 SBS 뉴스에 무슨 문제가 있는가를 살펴봅니다.
지난 16일 SBS 뉴스는 북한이 6자회담 종료를 선언하며 대화 복귀를 거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날 뉴스는 북한의 주권이 존중되지 않는 상황에서 핵 억지력 강화를 위해 결정적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뉴스는 당분간 북한과 미국이 대화 재개의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말은 대화거부 선언과 북한의 주권이 존중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전제 등 두 대목이 중요합니다. 그의 말을 뒤집어 보면 주권이 존중된다면 다른 선택도 가능하다는 뜻이 됩니다. 하지만 뉴스는 대화 복귀 거부라는 결론만 부각시켰습니다. 그 결과 비관적인 예측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이틀 뒤인 18일 한국을 방문한 캠벨 미 국무부 차관보가 한 말은 미국이 북한의 속내를 읽고 있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18일 SBS 뉴스에 따르면 캠벨은 “북한이 확실한 조치를 취하고, 진지하게 협상에 임한다면 미국 한국 등 관련국은 북한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포괄적인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캠벨의 말을 전한 이날 SBS 뉴스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해 확실한 조치를 '취해야만' 상응한 대가를 줄 수 있다는 것이 미국의 방침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캠벨은 북한이 확실한 조치를 '취해야만'이 아니라 '취한다면'이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취한다면'이라는 조건은 '취해야만'에 비해 훨씬 열린 태도를 보여줍니다. 북한이 대화에 복귀하는 것 자체만으로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것이 미국의 태도라는 21일 SBS 뉴스의 분석도 상황을 너무 부정적으로 본 것입니다. 캠벨은 비핵화를 위한 확실한 조치와 함께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는 것을 포괄적 패키지 제공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습니다. 미국이 만일 '비핵화 조치의 완료'를 고집한다면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라는 조건을 달 필요조차 없을 것입니다. 캠벨의 말만 면밀히 분석해도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국면으로 들어가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과 이에 따른 새로운 예측이 가능합니다.
SBS 뉴스는 지난 21일 포괄적 패키지가 '한미 두 나라의 새로운 접근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에서 인용한 캠벨의 발언에 따르면 포괄적 패키지에서 한국의 역할은 400억 달러로 추산되는 대북 지원금 중 일부를 부담하는 일입니다. 이런 역할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무엇이며, 정부는 이 새로운 접근법 구상에 어떤 방식으로 참여했기에 '한미 두 나라의 새 접근법'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 언론의 역할입니다.
최근 SBS 뉴스는 시청자들과 함께 생각해볼만한 흥미로운 주제들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뉴스는 병원 간호사의 실수로 신생아가 바뀌면서 16년 동안 가족으로 살아 온 모녀에게 병원이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그러나 병원에게 당시 신생아의 출산기록의 공개를 요구한 어머니 박 씨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아 박 씨가 친딸을 찾을 수 있는 길이 막혔다고 전했습니다. 뉴스는 법원 판결에 대해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말로 끝났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지 말고, 출산기록 공개에 대한 법률가들의 찬반론을 소개했어야 합니다. 이날 뉴스는 또 앞발 질병으로 안락사를 당할 위기에 빠졌다가 1년 3개월 만에 재기한 경주 말의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인간승리' 스토리의 경주 말 버전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정 경주 말의 재기’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경마장의 경주 말들이 얼마나 혹독한 훈련과 실제 경주의 과정을 겪고 있는지, 경주 말로서의 생명이 끝난 말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지...이와 같은 부분에 대한 심층보도가 이뤄졌다면 시청자들이 경마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었습니다.
지난 20일 SBS 뉴스의 클로징 멘트는 "개인정보 유출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 수사기관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있다"는 말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클로징 멘트가 말한,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에 해당되는 것은 인터넷 등을 통해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일반인들의 신상정보 유출입니다. 반면에 이날 클로징 멘트의 소재가 된 뉴스는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 청문에서 진실을 가리기 위해 제시된 면세점 구매 내역의 유출경위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뉴스에 따르면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으며, 검찰은 국가기관의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된 사안이라 수사대상이 된다고 반박했습니다. 양쪽이 자기주장만을 하고 있으니, 일반 개인이 아니라 공인과 관련한 정보의 공개에 대한 법률가들의 견해를 덧붙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사이의 긴장이 악화될 것인지 완화될 것인지를 정확하게 전망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사태가 지금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조차 쉬운 일은 아닙니다. 확실한 것은 그들의 관계가 매우 유동적이라는 사실뿐입니다. 이럴 때 기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변화하는 관계를 읽지 못하는 것입니다.
[뉴스비평] 최근 북한과 미국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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