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휴일인 26일도 미디어법 재투표.대리투표 공방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지난 22일 본회의에서의 전자투표 관련 기록을 제시하며 한나라당의 대리투표 의혹을 거듭 제기하는 등 `미디어법 처리 원천무효'라는 입장 아래 재투표 및 대리투표 공세에 주력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민주당발(發) 의혹 제기를 일축하면서 `소모적 정치공세를 중단하라'며 응수했다. 논란 확산을 차단하는 동시에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공세의 초점을 맞춘 모양새였다.
현재 방송법 재투표 논란의 경우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려있는 상황이며, 대리투표 논란의 경우에는 한나라당과 민주당간 `진실게임'식 갑론을박이 진행중이다.
이와 관련, 김형오 국회의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재투표 논란에 대해 "야당이 사법기관에 의뢰한 만큼 법적 판단이 있을 것"이라고, 대리투표 논란에 대해 "용납될 수 없으며, 철저히 조사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은 "방송법 개정안은 이미 부결됐으며, 그 이후 재투표 절차는 표결절차 부존재 또는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반한 무효"라며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는 발언을 해 논란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 민주당의 파상공세에 맞불을 놓기보다는 차분하게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일종의 `무시전략'으로, 재투표.대리투표를 고리로 한 야당의 장외투쟁에 비난의 화살을 집중시켰다.
장광근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면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겠지만, 공리공담에 대해서는 시간낭비를 하고 싶지 않다"며 차단막을 쳤다.
재투표 문제는 헌법재판소에 민주당이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한 만큼 헌재 판결을 기다려야 하며, 대리투표 문제는 민주당 의원들의 역대리투표 및 투표방해가 본질이라는 게 한나라당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재투표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황우여 의원을 단장으로 한 법률팀을 꾸렸다. 여기에는 박민식, 손범규, 여상규 의원 등 율사 출신 의원과 헌법재판 관련 전문 변호사 1-2명이 참여한다.
김정훈 원내 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이 헌법재판소에 이 사건을 가져간 만큼 앞으로 황우여 의원을 단장으로 한 법률팀이 답변서를 작성하는 등 법적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리투표 문제는 적극적인 고소.고발 등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차원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한나라당 의석에 앉아 `반대' 투표를 했거나 투표를 방해한 사례를 수집중이다.
대리투표 의혹 동영상으로 곤욕을 치른 김영우 의원은 "국회방송이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 대리투표 의혹은 명백한 허위사실임이 밝혀졌다"며 이미 경찰에 동영상 제작.유포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한 관계자는 "역대리투표 등의 사례를 취합, 당 차원의 일괄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며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리투표했다는 것은 민주당 의원들의 장난을 바로잡은 정당행위"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비난을 집중했다. 민주당이 10월 재보선을 위해 `미디어법 원천무효'라는 정략적 카드를 들고 나왔다는 게 한나라당의 시각이다.
장 사무총장은 "정국을 극단적으로 끌고가 10월 재보선에서 이득을 취하겠다는 수순에 의해 옮겨가는 것"이라며 민주당의 즉각적인 국회 복귀를 촉구했다.
◇민주당 = 미디어법안 강행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한나라당의 대리투표 의혹을 끝까지 물고 늘어질 태세다.
대리투표의 증거확보를 위해 구성된 민주당 채증반 팀장인 전병헌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전자투표시스템 기록 분석 결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대리투표 의혹이 있는 반복적인 찬성 로그 기록은 17건"이라고 밝혔다.
전자투표 과정에서 재석 버튼을 누른 뒤 찬성이나 반대버튼을 한번만 누르면 투표과정이 완료되는데도 불구하고 찬성버튼을 두번 이상 누른 한나라당 의원이 17명이라는 것.
이는 한나라당의 대리투표자가 일괄적으로 대리투표를 하는 과정에서 이미 투표를 끝낸 자리에서 투표시스템을 재차 가동시켰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란 설명이다.
전 의원은 "전자투표 시스템 기록 분석만으로도 신문법에 대한 대리부정 투표를 사실상 확인한 것"이라며 "신문법도 방송법과 마찬가지로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다만 채증팀 분석 결과, 반대버튼이 눌러진 이후 취소과정을 거쳐 다시 찬성버튼이 눌러진 경우도 17건 존재했다. 이는 민주당 의원들이 한나라당 의석에서 투표방해 행위를 했다는 한나라당 주장을 방증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향후 국회 본청의 CCTV(폐쇄회로화면) 33대의 영상자료를 확보, 전자투표시스템 기록과 대조할 계획이다.
전자투표시스템에 투표한 것으로 기록된 시간대와 CCTV의 시간대별 영상을 대조해 본인이 직접 투표를 했는지 여부를 가리겠다는 것.
전 의원은 현재 국회 사무처가 CCTV 영상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상황과 관련, "사무총장이 한나라당 의원 출신이기 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행정법원에 동영상에 대한 증거보전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미디어법에 대한 직권상정을 결정한 김형오 국회의장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나갔다.
김유정 대변인은 "자질이 안되는 사람이 국회의장이라는 막중한 자리에 앉다 보니 입법부의 수장자리가 얼마나 책임 따르는 자리인지에 대한 인식이 없다"며 "김 의장은 의장직을 사퇴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소속인 문희상 국회부의장은 이날 `국민의 힘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서신에서 "22일 미디어법이 날치기 처리되었을 때 정계은퇴를 했어야 했는데 아직까지도 국회 부의장실에 앉아있는 내 모습에 자괴감만 밀려온다"며 "미디어법 날치기로 현정권에서 부활하기 시작한 권언유착이 본 궤도에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선진당 = 정책위의장인 이상민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재투표 논란이 인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첫 번째 표결에서 부결된 것이고, 이후 재투표절차는 국회법상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절차적 정의도 민주주의의 필수적 요소이고 핵심가치"라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그냥 짓밟고 간다면 엄중한 문책이 뒤따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이 의원의 주장은 정책위의장이 아닌 개인 차원의 주장이지만 전반적인 선진당 내 분위기와 차이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당 중진인 조순형 의원은 최근 "이윤성 부의장이 투표 종결은 선언했지만 가결이나 부결을 선언하지 않았기 때문에 투표 불성립 상태로 볼 수 있다"며 재투표 논란에서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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