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까지 휴가였습니다.
그런데 이날 LG전자가 2분기 실적발표를 한다며, '깜짝'실적이라고 알려왔습니다. 담당 취재처이다보니 다른 기자에게 맡기기도 그렇고, 마침 집에서 빈둥빈둥하던 터라 회사에 알리고 휴가를 취소했습니다.
물론 수요일, 8뉴스에 '대형 IT 기업들의 실적부활'로 리포트를 했습니다.
그런데...갑작스레 20일 경찰 진입으로 불거진 '쌍용차 대치상황'의 현장팀장을 '명'받았습니다.
정말 오랫만에 '현장'으로 투입되는지라 마음의 준비를 열심히 했죠.
23일 아침, 평택 쌍용차 공장 앞은 '시가전장'이었습니다.
사정없이 내리쬐는 여름 햇볕...먼지...여기저리 자리 옮기는 경찰병력…. 통제… 헬멧쓰고 돌아다니는 기자들…. '회유'를 종용하는 사측 확성기.
그리고 저 멀리 건물 위에 깃발과 함께 '살자'고 외치는 점거 노조원들.
정말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경찰 헬기에서 떨어지는 '최루액'과 중계 방송하는데도 여기저기서 '퍽'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볼트와 너트…. 맞으면 큰 일 날 정도입니다.
그리고 저 멀리 안보이는 곳에서 노조원을 향해 볼트와 너트를 날린다는 사측의 대형 새총까지.
회사 살리는데 동참할테니 '자르지'만 말아달라는 노조원들의 절규와 회사를 살리려면 '잘라야만' 한다는 회사.
경찰 고위간부는 공권력 투입에 대해 정말 고민하는 말을 토로했습니다.
용산 참사의 악몽까지 우려되는데다, 정작 이번 사태는 '노-사'간 문제라는 거죠. 오히려 대치하고 있는 노조원보다는 사측을 원망하더군요.
처음엔 공권력 투입을 요청하더니, 이제는 공권력 투입이 늦춰지면서 손해가 늘어간다며 오히려 경찰 탓을 한다는 겁니다.
경찰도 사람입니다. 건물 안에 무리하게 진입하다가는 노조원도 노조원이지만 경찰도 크게 다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공장 안은 화약고니까요.
경찰은 오히려 노조원들이 밖으로 나와서 '투쟁'하면 '손쉽게' 처리할 수도 있다고 말하더군요. 실제 공장 안엔 식수와 식량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태라고 합니다. 위생상태도 안 좋고...노조원들의 건강도 걱정되죠.
오늘(24일)은 20일 이후 가장 조용한 것 같습니다. 확성기 소리도 좀 작아졌고 양측간 물리적 충돌도 어제 오전 이후론 없습니다. 오전에 백기완 선생 등 진보단체 회원 열댓명이 시국선언을 하고 사측도 맞집회를 열었는데 한시간만에 충돌없이 끝났습니다.
12시 정도부턴 햇빛도 구름 뒤로 가렸습니다. 기온도 뚝 떨어진 것 같고 바람도 강하게 붑니다. 뭔가 터지기 전날 같습니다.
지금 이시각(오후 2시 반이군요), 노사정 협의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금속 노조 측에선 내일이라도 4자회담(회사대표 2명+금속노조+쌍용차노조)을 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오늘 오전 수원지검에서 현장을 점검했고 이 보고서를 토대로 2시부터 대검찰청에서 노동부와 경찰 관계자가 모여 향후 방향을 모색하는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2시 방송을 마치고 잠시 쉴 수 있는 시간...폭풍전야일까요. 내일 아침엔 해가 뜰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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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경제부 산업팀에서 활약 중인 홍순준 기자는 삼성.LG등 전자업계와 공정위, 소비자원을 출입하고 있는 고참 기자입니다. 1995년 입사 후에는 사회부, 정치부 기자로 잔뼈가 굵었고 사건팀의 리더인 '시경 캡'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특유의 돌파력과 폭넓은 취재로 보내오는 기업 내면의 깊은 이야기들이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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