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 빼앗기고 이혼…"대리모 약정 효력없다"

<8뉴스>

<앵커>

두 딸을 낳자마자 빼앗기고 이혼까지 당한 베트남 여성에게 전 남편이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는 법원판결이 나왔습니다. 이른바 대리모 약정을 했다는 남편의 주장 역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참 어처구니가 없는데요.

이승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26살의 베트남 여성 W 씨는 지난 2003년, 한국 남성인 47살 박 모 씨와 결혼했습니다.

W 씨는 한국에 와서 딸을 낳았지만 남편 박 씨는 아이를 전처에게 데려다 키웠습니다.

박 씨는 둘째 딸도 역시 낳자 마자 전처에게 보냈고, 이번에는 이혼까지 요구했습니다.

자녀가 필요해서 결혼했기 때문에, 더이상 혼인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W 씨는 결국 이혼당했고, 박 씨는 전처와 재결합해 두 딸을 키우고 있습니다.

W 씨는 자녀조차 못 만나게 되자, 박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박 씨와 전처인 선 모 씨가 W 씨에게 2,5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김성수/서울중앙지법 공보판사 : 엄연한 인격체인 여성을 단지 출산의 도구로만 이용하는 대리모 약정은 그 자체로서 인격권에 대한 침해가 되기때문에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재판부는 또, W 씨와 대리모 약정을 맺었다는 박 씨의 주장에 대해 증거가 없고, 약정이 있다고 해도 선량한 풍속을 위반하는 대리모 약정은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원고가 친딸들을 키울 수 있게 해달라며 낸 별도의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