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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1천명 염습한 26살 장례지도사

을지병원 영안실 조지현씨 "무료 장례 해주는게 꿈"

"지금까지 제가 염습한 시신만 1천명이 넘습니다. 1천명 모두가 저마다 사연을 간직하고 영안실에 왔지요."

가녀린 외모의 조지현(26.여.을지병원 영안실)씨는 누가 봐도 '영안실'에 근무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 듯한 외모를 가졌다.

하지만 그녀는 대뜸 자신이 지금까지 1천명의 시신을 염습했다면서 주저없이 자신의 베타랑 '장례지도사' 경력을 자랑했다.

"고등학교때 진학할 과를 찾다가 장례지도학과가 있는 것을 알고 지원했어요. 고등학교때까지 장례식장 한번도 가본적은 없었고, 그에 대한 관심도 없었죠. 하지만 그런 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남들이 가보지 않은 것을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보람도 있을 것 같았죠."

요즘 새로운 직업으로 떠오르는 장례지도사는 시신에 옷을 입히는 '염습'과 관에 시신을 넣는 '입관' 등에서부터 발인에 이르는 모든 장례서비스를 맡는다.

요즘이야 장례지도사가 어엿한 직업으로 자리 잡았지만, 초창기만 해도 어려움이 있을 법했다.

더욱이 여성 아닌가. 아니나다를까 그녀는 부모의 반대가 심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어머니와 할머니가 크게 반대했어요. 어머니는 '시집 못가면 어쩔꺼냐고' 극구 말리셨고요. 그런데 제가 고집했어요. 자신있다고. 그렇잖아요? 태어날때 모두가 똑같이 태어나듯이, 죽을 때도 부자나 가난한 자나 모두 똑같은 모습이잖아요. 힘들게 사시다가 다시 태어나기 전으로 돌아가시는 분들을 배웅하는 직업이 괜찮을 것 같았어요."

똑 부러진 그녀의 설명에 아마도 어머니나 할머니가 설득당하지 않을 재간이 없어 보였다.

그녀는 2003년 1월부터 최근 사무직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자신이 염습한 1천명 중에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2005년 추석에는 재산문제로 삼촌이 흉기를 휘둘러 부자가 같이 들어왔어요. 아들은 결혼식을 불과 1주일 남겨놓고 일을 당했었죠. 이외에도 신혼여행 갔다가 남자만 죽어서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고요. 시신 한 구마다 별의별 사연이 다 있어요."

당연히 이렇게 많은 시신을 대하다 보면 몸이 많이 훼손된 경우도 접하게 된다는 게 조씨의 설명이다.

때문에 이들을 생전의 모습으로 돌려놓은 일도 그녀의 몫이다.

"특히 자동차 사고로 오신 분들은 시신이 많이 훼손돼 있어요. 그런 분들을 생전의 모습으로 돌려놓으려고 더 노력하죠. 시신을 보면 유족들이 얼마나 충격을 받겠어요. 유족들에게는 생전의 그분이 좋게 기억되도록 하기 위해서, 그리고 가신분도 마지막으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갈 수 있도록 돕는거죠. 완벽하진 않겠지만, 그런 분들에게 시신처리나 메이크업으로 생전모습을 만들어 드리려고 노력해요."

그녀는 시신을 보면서 그 사람의 생전모습을 상상한다고 말했다.

"황달 끼가 있으신 분들은 간이 안 좋아서 고생하신 분들이고요. 그리고 목에 자국이 깊은 사람은 목매 자살하신분이고, 몸에 문신이 있으신 분은 좀 놀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매니큐어를 하신 노인을 보면 생전에 참 깔끔하신 분이셨겠구나 하는 생각도 합니다."

그녀는 주변의 편견에 대해 "이제는 없는 것 같다"면서 "지금은 자기 부인이나 어머니가 돌아가신 유족들이 여자인 제게 직접 염을 부탁하기도 한다"고 만족해했다.

그녀의 남자친구도 이런 직업에 별로 별로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조씨는 앞으로 무료로 장례를 해주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메이크업을 더 배우는게 꿈이다.

조씨는 요즘 영안실에 들어오는 시신들의 특징으로 '나이드신 분들의 자살'을  꼽았다. 혼자 사는 노인은 물론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분들도 자살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치매 초기로 생활에는 별지장이 없으신 분인데, 어쩌다가 실수로 변을 보고는, 혹시 자녀들에게 부담될까봐 목숨을 끊으셨더라고요. 그런 거 보면 참 안타까워요. 많이들 외로워하시는 것 같은데, 부모에게 자주 연락하고, 다정한 말을 건네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두 돌아가시고 난 뒤 많이 울고, 후회하지만 살아계실 때 효도하는 게 가장 중요하잖아요?"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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