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시장 개방을 요구하며 한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던 캐나다가 9일(현지시간) WTO에 '분쟁해소패널' 설치를 요청했다.
10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캐나다는 9일 스위스 제네바의 WTO에 분쟁해소패널 설치를 요청했다.
분쟁해소패널은 WTO 제소 절차의 2단계에 해당하는 과정으로, 일종의 통상 재판부다.
제소 절차의 첫 단계인 '협의'가 분쟁 당사국 간 협상을 통해 해법을 찾는 절차라면, 분쟁해소패널은 제3자가 구속력 있는 판단을 내려주는 WTO 분쟁의 '메인 게임'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한국이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문제는 한국-캐나다 간 협의 대신 분쟁해소패널을 통한 법정 공방을 통해 시비가 가려질 공산이 커졌다.
이번 캐나다의 요청에 따라 패널 설치 여부는 20일 열리는 WTO 분쟁해결기구(DSB) 회의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일단 패널 설치를 거부한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리는 기본적으로 한국의 모든 법이나 규정이 WTO 규정에 합치한다는 입장"이라며 "따라서 패널 설치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WTO 규정상 허용된 것으로 분쟁 당사국은 한 차례 패널 설치를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다음번 DSB 회의(8월 31일 예정) 때는 자동적으로 패널이 설치된다.
캐나다의 패널 설치 요청은 본격적인 분쟁 절차를 통하지 않고서는 한국의 쇠고기 시장 개방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은 그동안 공식.비공식 경로를 통해 쇠고기 시장 개방 문제를 협의해왔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캐나다가 "구체적인 수입 재개 일정을 제시하라"고 요구한 반면 우리는 "광우병(BSE) 발생국으로부터의 쇠고기 수입 재개는 국회 심의를 거쳐야하는 사안이어서 행정부가 재량적으로 일정을 밝힐 수 없다"고 맞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쟁해소패널 절차에 들어갈 경우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2년가량의 시간이 소요되고 그동안에는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재개가 불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캐나다로서도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따라서 캐나다의 패널 설치 요청은 이 같은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국제적 구속력이 있는 결정을 끌어내 한국 쇠고기 시장 개방을 압박하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패널 절차 진행 중에도 양자 협의는 언제든 할 수 있다"며 "중간에 한국과 캐나다가 합의하기만 하면 패널 절차는 종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기존 태도대로 당당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한국의 법.규정이 WTO에 합치된다는 우리 입장을 적극적으로 방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쇠고기는 2003년 5월 캐나다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서 중단됐다. 캐나다는 2007년 세계동물보건기구(OIE)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획득한 이후 한국 시장 개방을 요구해왔다.
양국은 2007년 11월 전문가 기술협의를 여는 등 두 차례 협상을 벌였으나 작년 11월에도 15번째 광우병 감염 소가 발생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었고 이에 따라 캐나다는 올해 4월 9일 한국을 WTO에 제소했다.
캐나다는 광우병 발생국에서 쇠고기를 수입할 때 국회 심의를 거치도록 한 한국의 가축전염병예방법 규정이 WTO 규정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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