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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청사는 공회전 천국?

<관용차는 '공회전' 중> 취재 뒷 이야기

저는 환경 담당이라, 주로 과천 정부종합청사에 있는 환경부 기자실로 출근을 합니다.

그곳에서 기사도 쓰고, 밥도 먹고, 하루의 반나절을 보내죠.

오후엔 목동에 있는 회사로 다시 들어가기 위해 서둘러 가방을 둘러메고 청사를 빠져나옵니다.

그런데 청사 건물 앞에 서 있는 커다란 검정색 관용차량들이 자주 눈에 띄었습니다.

차가 좋아서가 아니라, '붕붕' 거리는 엔진 켜 놓은 소리가 제 발걸음을 붙잡은 거죠.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어김 없이 커다란 검정색 차량들은 쉴 새 없이 공회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차 안에 아무도 없었다는 점입니다.

'운전기사도 수고가 많으신데, 더운 날 차 안에서 시원하게 쉬셔야 하지 않겠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분명 있겠죠.

하지만 제가 본 대부분의 차량 안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운전을 하시는 분들이 밖에서 담배를 피거나, 다른 분들하고 대화를 나눌 때에도

어김없이 빈 차에 엔진은 돌아가고 있었고, 에어콘 물은 뚝뚝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꼭 그런 경우가 아니라고 해도, 연료낭비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공회전은 지양해야할 대상입니다.

더군다나 국민들의 세금으로 지급되고 운영되는 관용차량의 공회전은 비난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취재가 시작됐습니다.

청사 안에서 장, 차관을 비롯한 직급 높은 공무원들을 기다리며 부릉부릉 공회전을 하고 있는 대부분의 커다란 관용차랑들.

환경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짧게는 10분, 길게는 30분도 넘게 고위 공무원들을 기다리며 엔진을 돌리고 있는 차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장(차)관님이 나오셨을 때 시원하고 쾌적한 차를 타게 해 드리려고."

이번엔 국회로 가봤습니다.


국회의사당 앞 전용 주차공간엔 친절하게도 '국회의장'과 '국회부의장', '국회사무총장' 등 쭈욱 팻말이 세워져 있어 세워진 관용차량이 누구의 차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검정색 차량들은 사이좋게 엉덩이에서 부릉부릉 소리를 내며 공회전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운전기사들은 차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담소도 즐기고, 다른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도대체 왜, 그렇게 긴 시간 동안 빈 차에 엔진을 끄지 않고 에어콘을 틀어 놓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경버스.


                                               


이 부분에 대해선 보도가 나간 뒤 정말 많은 남성 분들이 댓글과 메일을 보내주셨는데요,

제가 지적하고 싶었던 건 전경들 시원한 곳에서 쉬지 말라가 아니라, '집회가 이뤄지는 내내 전경버스의 공회전이 과연 필요한가' 입니다.

보도가 나간 뒤 제게 메일을 보내온 한 남성 분은 더운 날 밖에서 근무를 하다가 교대로 버스 안에서 쉰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100% 공감합니다.

그런데 제가 덕수궁 앞에서 취재할 땐 6대의 커다란 전경버스가 모두 엔진을 켜놓고 있었고, 버스 안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취재하는 동안 가끔 버스 안에 들러 목도 축이고, 휴식을 취하는 전경들도 봤습니다.

그러면 버스 6대 모두 몇 시간 동안 공회전을 할 게 아니라, 교대로 에어콘을 켜 놓고 쉬는 등 융통성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럼, 공회전을 왜 하면 안 될까요?


                                            



기사에도 나갔지만 5분 공회전에 많게는 휘발유가 140cc 낭비됩니다.

휘발유 140cc는 차가 1km이상을 달릴 수 있는 양입니다.

또 10분 공회전에 이산화탄소 1kg 가량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기후변화주간이다, 온실가스감축주간이다 해서 이산화탄소 줄이기에 앞장서자면서 정작 청사와 국회가 공회전을 해도 될까요?

그것도 세금으로 지급된 관용차량들이?

정부는 '저 탄소 녹색성장'을 구호로 내세우며 CO2 줄이기에 너도나도 힘쓰자고 말합니다.

얼마 전, 6월의 마지막 주는 정부가 정한 '온실가스감축 주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정부의 일꾼, 시민의 일꾼인 공무원과 의원들은 CO2 내뿜기에 헛 힘을 쓰고 있습니다.

취재를 하는 내내, 제 마음도 힘이 쭉 빠져 텅 빈 가슴 속에서 심장만 요란하게 뛰고 있었습니다.

  [편집자주] 사회 1부에서 환경과 보건복지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안서현 기자는 2008년 SBS에 입사한 새내기 기자입니다. 사건기자로서 수련 과정을 거치고 신선하고 당찬 시각으로 현장의 이야기들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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