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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면허 시리즈

-치과기공사 편-

여러분... 치과 갈 때 담당의가 무면허일지도 모른다는 사실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이상하게 가기 싫은...괜시리 무서운 치과를 갈 때면 공포심 때문인진 몰라도 내 담당의가 면허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을겁니다.

치료를 하고 났더니 어라? 치료를 했는데도 왜 이가 아픈거지? 하긴... 한 술에 배부르랴. 다음에 치료하면 낫겠지 뭐... 라는 생각을 하다가 피해를 본 분들이 한두명이 아니란 말씀.

내 담당의가 의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런 생각으로 시작한 취재가 무면허 시리즈를 만들게 한 원동력이었죠.

에피소드 1 - 잠복의 추억

담당 치과의사가 면허가 없는 것 같다는 얘길 정보원(?)으로부터 듣고 가장 먼저 시작한 일.

우선 정보원에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를 물었습니다.

정보원의 말인즉슨, 진단서를 끊었는데 담당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 이름이 적혀있었다는 것.

데스크에 항의했더니 뭘 그런 걸 트집잡느냐며 오히려 핀잔을 줬다는 겁니다.

아!! 느낌이 온다. 뭔가 구린(?) 냄새가 난다~~~

정보원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일단 취합한 후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현재 치과의사 면허는 2만번대까지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 치과의사는 5만번대의 번호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이것 자체가 일단 말이 안되는 겁니다.

게다가 진단서를 끊었는데 다른 치과의사의 이름이 적혀있다는 것도 의심할 만한 부분이었죠.

관할 보건소로 일단 전화를 걸었습니다.

"보건소죠? 을지로의 모 치과병원에 ooo라는 의사가 있나요?"

"없습니다."

"(아싸라비야!!) 그럼 ooo라는 사람 의사면허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까요?"

"죄송하지만 그건 좀 힘들겠네요"

"(헉...;;) 왜 안되는거죠?"

"개인정보라 개별적으로 가르쳐드릴 순 없네요. 수사 기관에 의뢰를 하시던지요."

그랬습니다.

자신을 치료하는 사람이 면허를 가지고 있는지가 개인정보의 범주에 들어갔던 겁니다.

그래서 병원에 ㅇㅇㅇ라는 의사가 없는 건 확실한데 이 사람이 의사인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 돼 버린 겁니다.

가만히 있는다고 뭐가 나올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일단 병원을 찾아가봤습니다.

환자인척 하고 그 곳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다 얻기 위해서였죠.

특히 진단서가 목적이었습니다.

정말 다른 의사 이름으로 발급이 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해서 동행했던 VJ 황 모군이 실제로 치료를 받게 됩니다. (살신성인! 정말 고마워요 ^^)

역시나 진단서는 다른 의사의 이름으로 발급됐습니다.

면허가 없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래서 경찰과 동행취재를 제안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ㅇㅇㅇ가 치과기공사라는 사실도 드러나게 됐습니다. 

80년대에 취득한 기공사자격증으로 진료행위를 해왔던겁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무면허 진료를 피해를 봤을까요.

보건복지부로부터 의사가 아닌 치과기공사라는 내용이 적힌 공문을 확보하고 피해자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8명의 피해자를 찾아내게 되는데요.

피해자들의 진술이 있어야 압수수색영장이 발부가 되기 때문에 피해자들을 우리 편으로 만드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지만 피해자들과 접촉하면서 기자와 경찰이 뒤(?)를 캐고 있다는 얘기가 ㅇㅇㅇ에게 흘러들어가게 됩니다.

ㅇㅇㅇ가 병원에 나타나지 않게 된 것도 그 날부터죠. 

현장을 덮치기로 한 날은 그렇게 무기한 연기돼 버린겁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날. ㅇㅇㅇ가 병원에 나온 것을 확인했습니다.

급하게 경찰과 함께 병원 근처로 이동했습니다.

이 때부터 잠복의 추억이 시작됩니다.

잠복에 들어간 시간은 오전 9시.

처음 해보는 잠복에 설레는 마음이 든 것도 잠시.

점점 시간이 흘러가자 잠복이 지겨워지기 시작합니다.

병원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진료현장을 포착하려는 형님들의 움직임도 점차 뜸해집니다.

오후 3시가 되고 4시가 지나 5시를 막 향할 무렵.

그렇게 차 안에서 지겹도록 창 밖을 바라보며 하세월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다급한 목소리가 무전기로부터 들려옵니다.

"시작했어!!!!"

잠들어있는 줄로만 알았던 형님들 갑자기 번개처럼 튀어나갑니다.

형님들을 뒤쫓아 가면서 몰카의 전원을 켭니다.

병원으로 진입.

진료실 입구를 가로막은 한 여간호사는 갑자기 등장한 10여명의 장정에게 놀랍니다.

"누구세요?"

"경찰입니다."

그리고 뒤를 이어 제 기억에서 평생 잊?지지 않을 명대사가 들려옵니다.

"ㅇ선생!!!! 경찰 왔어!!!!!!!!!"

계단 쪽으로 황급히 몸을 숨기는 ㅇㅇㅇ와 뒤를 쫓는 형님들.

그렇게 ㅇㅇㅇ는 현장에서 불법진료행위로 현행범 체포됩니다.

그리고 이틀 뒤 구속영장이 발부돼 유치장에 갇히는 신세가 됩니다.

온유해보이기 그지없는 외모의 ㅇㅇㅇ, 그의 무면허 인생도 끝이 납니다.

그 날 저녁 8시, ㅇㅇㅇ의 이야기는 공중파를 타고 전국에 퍼져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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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2- 면허가 있는지만 좀...

잠복의 추억을 만끽한지 20여일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보도자료 한 부가 회사로 전화선을 타고 날아옵니다.

보도자료 제목은 "알고 보니 '무면허'" 엥? 이거 예전 내 기사의 제목인데? 천천히 보도자료를 살펴보니 내용인즉슨  중국의 한 치과대학에 3학년으로 편입한 뒤 2년 동안 60일만 수업을 받고 중국의사면허를 취득해 국내에서 진료행위를 해온 치과기공사들이 검거됐다는 겁니다.

또 치과기공사?

치과기공사가 치과진료를 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기 때문에 이들은 치과를 개원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형편이 어려운 치과의사들을 대상으로 개원을 제안하고 개원에 드는 비용은 치과기공사들이 댑니다.

그렇게 해서 그 치과에서 원장행세를 하면서 진료를 하는거죠.

여기까지는 경찰 보도자료의 내용입니다.

경찰이 다음날 11시 브리핑을 한다길래 서울청으로 가봤습니다.

지난 번 무면허 치과의사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된 정보들이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다른 기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자칫 평범하게 스트레이트 기사로 끝날 수 있는 무면허 치과기공사들의 이야기를 환자들의 입장에서 접근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그렇게 해서 생각하게 된 것이 환자의 정보접근권이었습니다.

서두에서 제가 말씀드렸던 게 바로 이겁니다.

우리는 치과를 갈 때 진료를 담당한 의사의 면허유무를 쉽게 알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쉽게 알 수는 없다는 겁니다.

자신을 치료한 치과의사가 병원에 등록돼 있는지는 관할 보건소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왜냐면 치과병원을 개원하려면 보건소에 등록해야 하고 의사들의 명단도 등록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문제는 등록되지 않은 의사들이라고 해서 무면허인 건 아니라는 겁니다.

등록돼 있으면 당연히 의사지만 등록돼 있지 않다고 해서 무면허라는 건 아니라는 거죠.

관할 보건소에 등록돼 있지 않은 특정인이 면허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알려달라고 하면 보건소마다 대처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어떤 곳은 보건복지부를 통해 알아보라고 하고 어떤 곳은 경찰에 문의하라고 하지요.

그럼 복지부에 전화를 하면 알려줄까요? 

뭐 대단한 거 알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의사면허가 있는지만 알려달라는 건데 해주겠지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입니다.

기자임을 밝히고 면허여부를 알려달라고 해도 보건복지부에서는 개인정보보호의 법률을 들먹이며 의사면허여부가 개인정보의 범주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한술 더떠 "무면허 의사가 그렇게 많나요?"라며 반문하기도 합니다.

그럼 경찰에 신고를 하면?

아무런 혐의없이 신고를 하면 경찰이 받아줄까요? 그리고 일반시민들이 경찰서에 가서 신고를 하기가 쉬울까요?

그래서 의심은 해도 그냥 지나치기 일쑤인 겁니다.

그러다 무면허 의사에게 진료를 받게 되기라고 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이 지게 되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환자들이 자신을 치료한 치과의사의 면허여부를 알기 힘들다는 리포트를 쓰게 됩니다.

생각치도 않게 무면허 시리즈가 돼 버린거죠.

취재를 해 나가면서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에 얼마나 많은 모순이 내재돼 있고 불합리가 스며들어 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돈을 내고 치료를 받는데도 내 의사의 정보를 모른다?

개인정보라는 틀 속에서 보건소나 보건복지부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해 환자들은 자신을 치료한 의사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도 얻지 못하고 자신의 치아를 내맡겨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겁니다.

보건복지부에다 "도대체 의사면허를 가지고 있는지가 왜 개인정보냐?"라고 아무리 소리를 쳐도 아직은 공허한 외침일 뿐이지만 계속 기사를 내고 보도를 하다 보면 조금씩 변하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희망을 가져봅니다.

말이 길어졌습니다.(정말 기네요;;)

어쨌든 세상에 믿을 게 없다라는 말이 점차 현실화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 얼굴은 10년차 기자지만 이제 기자로서 첫 발을 내딛는 새내기입니다. 세상에 믿을 게 없지만 너 하나만은 믿을 수 있다라는 얘기를 듣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다음엔 더 재밌는 취재 뒷얘기로 컴백하겠습니다. ^^

 

[편집자주] 사진은 고참기차 같은 기운이 풍기지만 사회2부 사건팀의 젊은피, 막내기자인 이영주 기자입니다.  차분한 지성과 뜨거운 감성을 겸비한 이영주 기자는 '바꿀 필요가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불철주야 사건 현장을 누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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