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은데 뺨 때려주는 격이 아닐까요?"
경기 침체로 감세 드라이브에 급브레이크를 거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원칙적으로는 "감세 유지"를 외치고 있는 정부의 속내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5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지난해 단행한 감세정책의 핵심인 소득세와 법 인세율의 인하를 유보하자는 법 개정안 4건이 제출됐다.
지난 3월 민주당 김효석 의 원에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무소속 강운태 의원 등이 개정안들을 낸 것이다.
◇ "감세 유보" 목소리 거세다
김효석 의원이 낸 개정안은 소득세의 경우 내년부터 33%로 2%포인트 낮춰야 하 는 최고 과표(8천800만원 초과)의 세율을 35%로, 법인세는 내년에 20%로 2%포인트 인하되는 높은 구간(2억원 초과) 세율을 22%로 각각 유지하는 게 골자다.
이대로라면 소득세의 경우 최저 구간(1천200만원 이하)에서는 올해 2%포인트 낮 춰진 6%가 유지되고 1천200만원 초과~8천800만원 이하의 중간 2개 구간은 올해 1%포 인트에 이어 내년에도 1%포인트 낮아져 예정대로 2%포인트를 모두 내리지만 최고 구 간만 2%포인트 인하 혜택을 못보게 된다.
요컨대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위한 감세는 예정대로 이뤄지지만 부자들에 대한 감세는 없던 일이 되는 것이다.
강운태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들은 더 강력하다.
소득세의 경우 최고 과표에 대한 2%포인트 감세계획을 철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바로 밑 과표(4천600만~8천800만원)도 내년에 1%포인트 추가 인하 계획을 폐지, 지 금처럼 25%로 가자는 것이다.
법인세율에 대해선 높은 구간은 물론 낮은 구간(2억원 이하)에 대해서도 내년부 터 시행될 추가 감세를 하지 말자고 했다.
감세 유보의 필요성은 지난달 29일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도 여당 의원 으로부터도 지적됐고 2009~2013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을 위해 지난달 22일 정부 와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제기됐다.
이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은 "글로벌 경제위기로 예정된 감세조치를 연기할 필요 성이 제기되고 있다"(고영선 KDI 재정.사회개발연구부장), "법인세 등 감세조치를 유예할 필요가 있다"(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 "기존 감세조치 유예 등을 검토해야 할 것"(전영준 한양대 교수), "조세부담률을 완만하게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황 성현 인천대 교수) 등으로 감세 유보를 놓고 사실상 공감대를 형성했다.
◇ "감세 유지" 고수..속내는 다를까
이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 입장은 명확하고 단호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3일에 도 "2008년도 세법개정 내용과 같이 소득세율과 법인세율 인하를 당초 계획대로 일 관성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법을 뜯어고칠 의사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난 29일 국회 재정위에서 법인세.소득세 인하 유보 필요성을 묻는 질 문에 "상당히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답한 윤증현 재정부 장관의 입장을 놓고는 아직도 해석이 엇갈린다.
윤 장관이 같은 날 만찬 강연에서 소득세와 법인세를 예정대로 인하할 것이라는 원칙을 확인하면서 수습하긴 했지만 국회 답변 중에 나온 '상당히'와 '긍정적으로' 라는 표현은 정부의 입장에 대한 의구심을 낳게 한다는 것이다.
빈틈없는 윤 장관의 평소 스타일에 비춰볼 때 엉겁결에 속내를 드러낸 게 아니 냐는 해석인 셈이다.
게다가 세수 감소로 정부가 나라살림 걱정에 머리를 싸맨 상황 임을 점을 감안해 보면 이런 해석에 더욱 무게를 실린다.
아울러 대표적 '부자 감세'로 꼽힌 상속.증여세 개정안은 감세 유보를 둘러싼 정부의 모호한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방증이 되고 있다.
연초만 해도 관철 의지를 다 지던 재정부가 지난달 국회에 낸 주요 현안업무 보고자료의 '재정위.본회의 계류법 안' 목록에서 상속.증여세법만 뺐기 때문이다.
의지가 약해진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그렇다면 감세 유지 원칙을 고수하는 이유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우선 경기 위축 우려를 꼽을 수 있다.
지금보다 세율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예고된 감세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경기의 회복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의 일관성, 법적 안정성에도 금이 갈 수 있다.
기조 변화로 시장에 좋지 않은 신호를 줄 수 있는 점도 고민거리다.
아울러 감세정책이 이명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선거공약이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높은 구간의 법인세율을 25%에서 20%까지 낮추겠다는 것은 수차례 확 인된 공약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감세 유보 기류가 생각보다 강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입장이 내심 감세 유보에 호감을 갖고 있는지 아니면 겉과 속 모두 감세 기조를 사수하겠다는 것인지에 관계없이 소득세와 법인세율 문제는 국회에서 큰 쟁 점이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감세계획의 유보 내지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이를 수용할 수 없 다는 정부의 입장이 충돌할 경우, 소득세.법인세율의 추가 인하의 시행시기를 2~3년 정도로 특정해 유예하는 절충안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감세 기조도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있고 세수 감소에 대한 우려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감세 기조 유지를 고집하는 정부의 겉모습이 향후 국회 논의에서 정부 체면을 살리고 세수 고민도 해결하는 동시에 국회의 입장도 반영해줄 수 있는 절충안을 염두에 둔 전략적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감세 급제동...울고 싶은데 때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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