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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붉은 색에 바친 30년' 명장 임항택

<8뉴스>

<앵커>

외국인들은 경탄하는데 정작 한국인들은 그 아름다움을 잘 모르는 게 한국의 도자기입니다. 오늘(27일) 주말 인터뷰에선 겨우 명맥을 이어오던 우리 도자기의 '진사기법'을 30년 넘게 연구해 명장의 반열에 오른 도예가 임항택 씨를 만났습니다.

이주형 기자입니다.



<기자>

[임항택/도예 명장 : 이런 게 진짜 제대로 된 진사가 나오는 거에요.]

진사기법이란, 산화구리 등을 써서 청자나 백자에 붉은색을 내는 겁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여러 조건이 딱 들어맞아야 하는 지난한 작업입니다.

[임항택/도예 명장 : 그날의 기압이나 장작의 마른 상태, 불을 때는 사람의 컨디션, 바람까지 전부 영향을 미치니까.]

전통가마 속에서 붉은 꽃이 이처럼 아름답게 발색하는 건 아주 드문 일입니다.

임항택 명장이 34년 전 처음 도자기를 시작할 때는 성공률이 2%밖에 안 됐습니다.

고려 때 처음 나타났지만 400년 이상 자취를 감췄다가 17세기에 다시 나타나 끊어질 듯 이어질 듯 겨우 명맥을 유지하던 진사기법.

[임항택/도예 명장 : 그때 박물관에서 본 그 붉은색,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빨간색이 나올 수 있었을까, 이거를 정말 안정적으로 내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백자에 빠져 도공이 된 임 명장은 30년 연구 끝에 성공률을 종래의 5배인 10%까지 높였습니다.

최근엔 명지대 연구팀과 함께 금을 소재로 옅은 붉은 빛을 내는 이른바 황금 진사에도 도전해 성공시켰습니다.

[임항택/도예 명장 : 자기가 속한 일에 정말 이론이나 실제를 같이 연구하지 않고 매달리지 않으면 한계가 있죠. 한계는 빨리 온다는 거죠. 공부해야죠.]

1883년 국가에서 운영하는 관요가 폐지되면서 하락했던 한국 도자기의 운명은 근래엔 경기도에만 9백 곳의 요장이 있을 정도로 부흥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천을 제2의 고향으로 삼은 임 명장도 다른 명장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임항택/도예 명장 : 수공으로 처음서부터 끝내야 되는 도자기는 어쩔 수 없이 최고로 비싼 도자기라 해서 돈을 부르겠다는 게 아니라, 한국적인 그런 가치를 가지고 최고의 도자기를 만들어서 최고의 부가가치가 높은 도자기가 국익에 부합되도록 만드는 거에요. 그게 결국 도자기를 대표하는 일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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