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처음으로 지난 23일 연명치료 중단 방식의 존엄사가 공식 시행된 김모(77) 할머니가 인공호흡기를 뗀 뒤에도 안정적인 호흡을 유지하면서 존엄사의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김 할머니 사례를 두고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측은 김 할머니가 '사망 임박 단계'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잘못됐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존엄사가 너무 성급히 시행됐다는 생각이 깔려있는 것이다.
반면 김 할머니의 가족들은 애초부터 연명치료 중단을 원한 것이었기 때문에 자발호흡이 이뤄지고 있는 현 상황을 "좋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병원 측의 호흡기 부착이 과잉진료였다며 위자료까지 청구했다.
예상과는 달리 김 할머니가 호흡기를 뗀 뒤에도 자발호흡을 계속하면서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논란에 다시 불이 붙을 조짐이다.
대법원의 판결을 계기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데 대해서는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졌지만 구체적 적용기준에 있어서는 확실한 가닥이 잡혀있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환자와 그의 가족들이 당하는 고통을 덜어주고 의료현장에서 더 이상의 혼돈을 막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세브란스 병원과 서울대 병원이 각각 자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긴 했지만 그 내용이 달라 의료계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공통의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의료계는 대한의사협회를 주축으로 대한의학회, 병원협회, 국립암센터, 서울대병원 등이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 공통의 존엄사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의료계는 8월 말까지는 초안을 마련하고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법조인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어 9월께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의료계의 움직임과 맞물려 국회에서의 입법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과 같은 당의 김세연 의원이 각각 '존엄사 법안'을 발의했고 민주당 전현희 의원, 자유선진당 변웅전 의원 등도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종교계를 비롯한 시민사회에서 존엄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소 차이가 있어 사회적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총무인 이동익 신부는 "환자가 생명의 존엄성을 존중받는 마지막 배려가 가이드라인에 나타나야 한다"면서 "환자의 죽음을 전제로 하는 존엄사가 아니라 환자에 대한 배려와 생명존중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공보담당 박승철 목사는 "치료중단 의지가 서면형태로 있어야 하고 담당의사와 다른 병원의 의사, 종교인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치료중단 여부를 심사하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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