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공격을 막기 위해 병든 척하는 식물이 에콰도르의 우림에서 발견됐다고 BBC 뉴스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진화생태학 저널 최신호에 발표된 이런 현상은 식물계에서는 처음 발견된 것으로, 많은 식물에 나타나는 이른바 `얼룩이' 현상을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식물의 잎 표면에 다양한 색깔과 무늬가 나타나는 원인은 여러 가지인데 이 중 하나는 잎 속의 세포들이 엽록소를 갖고 있지 않아 광합성을 하지 못해 흰색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론상 얼룩이 잎을 가진 식물들은 광합성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불리할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으나 이번 발견으로 그 반대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독일 바이로이트 대학 연구진은 에콰도르 남부의 숲에서 하부식생을 연구하던 중 칼라디움 스테우드네리폴리움(Caladium steudneriifolium)이란 식물의 초록색 잎이 같은 식물의 얼룩이 잎에 비해 훨씬 많은 잠엽나방의 피해를 입은 사실을 발견했다.
잠엽나방이 나뭇잎 속에 알을 낳으면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들은 잎 표면을 갉아먹어 꼬불꼬불한 흔적을 남긴다.
연구진은 벌레 먹은 흔적과 얼룩덜룩한 무늬의 유사성에 주목, 무늬가 벌레를 막아주는지 알아보기 위해 건강한 잎 수백개에 흰 수정액으로 비슷한 무늬를 그려넣는 실험을 했다.
3개월이 지나 건강한 초록잎과 원래의 얼룩이 잎, 수정액을 칠한 잎을 비교했을 때 원래 얼룩이 잎이나 수정액을 칠한 잎은 모두 초록잎에 비해 나방의 피해를 현저히 덜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초록잎은 8%가 벌레에 먹힌 반면 얼룩이 잎은 1.6%, 수정액을 칠한 잎은 0.4%만 벌레에 먹힌 것이다.
연구진은 이 식물이 얼룩이 잎을 만들어내 이미 벌레에 먹혀 병 든 것처럼 보이도록 함으로써 나방이 더 이상 알을 낳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들은 또 이 식물이 초록색 잎과 얼룩이 잎을 모두 갖고 있다는 것은 종의 장기적인 생존 성공에 둘 다 쓸모있기 때문일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얼룩이 잎의 광합성 능력이 떨어지더라도 벌레에 먹히지 않는 이점이 더 큰 선택적 이점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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