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두 나라 정상은 2008년 4월과 2009년 6월 회담을 가졌습니다. 두 정상회담 사이에는 1년 2개월의 시차가 있습니다. 그러나 회담 뒤 두 정상이 밝힌 내용은 작년 봄이나 금년 여름이나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지난해의 정상회담을 올해 다시 시청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전략적 동맹관계가 그렇고, 한미 FTA 의회비준 노력을 다짐한 것이나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단호한 목소리가 그렇습니다.
2008년 4월 20일 SBS 뉴스는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21세기 전략 동맹으로 한 단계 격상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16일 뉴스는 한미 두 정상이 한미관계를 전략적 동맹으로 발전시키기로 합의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작년에 합의 한 것을 이번에 또 합의한다는 것입니다. 17일 뉴스는 '포괄적'이라는 단어를 덧붙여, 두 정상은 한·미 관계를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1년 2개월 전 전략적 동맹으로 격상된 것과 이번에 포괄적 전략 동맹에 다시 합의 한 것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습니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두 정상의 목소리도 비슷합니다. 지난해에는 '대충 넘어가지는 않겠다.', 이번에는 '북한의 핵개발을 용납하거나 핵보유를 인정하지 않겠다' 입니다. 표현만 달라졌을 뿐 내용은 같습니다.
한미 FTA에 대한 두 정상의 입장도 작년 그대로입니다. 지난 해 4월 회담에서 FTA 연내 비준을 위해 총력을 쏟겠다는 다짐을 했는데, 이번에도 FTA의 진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다짐한 것입니다. 그러나 1년 이상의 시간 간격이 있는 두 회담이 뉴스의 보도대로 같은 내용을 되풀이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두 회담에서 지속되고 있는 흐름과 변화된 흐름을 가려 분석적인 보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착시현상일 뿐입니다. 예를 들어 남북관계와 한미관계, 그리고 북미관계라는 3각 구도 속에서 한국의 역할을 모색하던 과거 우리의 입장은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부시와는 달리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한미 FTA에 대한 입장은 부정적이라는 것이 이번 회담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미국의 ‘핵우산 제공’ 선언은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핵 보유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한미 정상의 단호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 보유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는 현실을 생각하게 됩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보상을 제공하는 과거의 방식을 답습하지 않겠다고 거듭 다짐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미국의 대안이 무엇인지가 뉴스의 초점이 되어야 합니다. 대안이 없다면 미국의 입장은 자칫하면 북한 핵을 인정하지는 않더라도 방치하면서 한반도의 긴장만 높여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쌍용자동차는 지금 어떻게 되었습니까? 시청자들의 이와 같은 궁금증은 언론에 그 책임이 있습니다. 쌍용차 관련 소식은 요즘 뉴스에서 사라졌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소홀히 다뤄지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SBS 뉴스는 정리해고를 면한 직원들이 공장으로 출근을 시도하다가 파업 중인 직원들과 실랑이가 벌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메인 뉴스인 8시뉴스에서 쌍용사태를 보도한 것은 지난 8일 이후 처음입니다. 정리해고 강행에 반발하여 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간 5월 21일 이후 8시뉴스에서 쌍용 소식을 만나는 것은 노조가 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시작한 22일, 쌍용자동차 회사가 직장폐쇄를 단행한 31일, 회사가 공권력 투입을 요청했다는 6월 7일 뿐이었습니다. 진행되고 있는 노사분쟁을 사건 중심으로만 보도하는 한국 언론의 한계가 SBS 뉴스에도 그대로 드러난 것입니다. 쌍용차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문제를 풀기 위해 양쪽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으며, 무엇을 어디까지 양보해야 하는가를 모색해 보는 적극적인 보도가 필요합니다.
지난 11일 6.15 선언 9주년 기념행사에서 나온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은 뉴스 제작진의 시국관에 따라 보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12일 SBS 뉴스는 김 전 대통령의 발언보다는 이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러면서도 뉴스는 청와대와 여권이 그의 발언에 대해 보인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에는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발언의 파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것은 바로 현 시국의 역동성에 대한 이해의 부족을 드러내는 태도입니다. 그 이후 뉴스가 보도한 속보는 지난 14일 보수단체들의 비판 시위밖에 없습니다. 김 전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을 독재자에 빗대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냈다고 보도한 12일 뉴스도 구체적인 내용은 부족했습니다. 그의 발언에 대한 다른 매체들의 보도를 보면 발언의 초점은 독재자라고 비판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재에 대한 국민의 저항권을 강조한 점에 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청와대와 여권의 격렬한 반응 속에 담겨 있는 진짜 걱정이 무엇인가는 김 전 대통령 발언의 내용이 충분히 소개되었을 때 비로소 드러납니다. 뉴스는 그의 발언을 평지에서 돌출한 사건으로 다뤘습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은 서울대 교수들에 이어 전국의 여러 직종으로 번지고 있는 시국선언과 관계가 있습니다. 그는 이 발언을 통해 시국선언 흐름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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