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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거북이 달린다

거북이 달린다 (감독: 이연우, 주연: 김윤석, 정경호, 15세 관람가)

[거북이 달린다]는 배우 김윤석씨가 [추격자]로 지난해 각종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쓴 직후 선택한 작품이어서 촬영 시작할 때부터 화제가 됐습니다.

[타짜]에서 '아귀' 역할로 소름끼치는 악역을 해낸 김윤석 씨는 [추격자]에서는 상대배우 하정우와 호흡을 맞추며 연기 에너지의 120%를 쏟아 부으며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고, 무더기 상도 받는 배우로서의 최고의 영광을 누렸습니다.

저는 지난해 7월초 김윤석 씨를 바로 이 영화의 촬영현장인 충남 예산으로 찾아가 인터뷰를 했습니다.

무척 더운 날씨 속에 초등학교 영어 어학실을 빌려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현장에서 촬영현장을 지켜보며 둘러보았던 예산읍의 학교와 찻집, 골목길 등을 영화에서 다시 보니 반갑더군요.

형사와 탈주범의 이야기라서 얼핏 보면 [추격자]와 비슷할 거라고 예상하기 쉬운데, 비슷한 면도 있지만 지금 이 시대를 사는 가장의 눈물겨운 분투기와 거기에 끼어드는 우연찮은 사건이라는 측면에서 송강호 주연의 [우아한 세계]와 더 비슷하다는 생각입니다.

강력반 형사 조필성(김윤석)은 강력사건이라고는상상하기조차 힘든 시골마을 예산 경찰서에 근무합니다.범인 검거보다는 소싸움 대회 섭외와 진행이가장 시급한 현안일 정도입니다. 어려운 생활형편에 다섯 살 연상의 부인은 만화가게를 하며 양말 포장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보탭니다.

그러던 어느 날 흉악무도한 탈주범 송기태(정경호)가 다방 종업원인 옛 애인(선우선)을 찾아 예산으로 찾아듭니다. 조 형사는 마누라가 숨겨놓은 비자금 3백만 원을 소싸움에 걸어 6배인 1천8백만 원을 따 희희낙락하는데 그만 그 돈을 송기태에게 빼앗깁니다. 거기다가 어수룩한 대처로 송기태로부터 '형사 맞냐?'는 놀림까지 당하고 직장까지 잃을 위기에 처합니다.

빼앗긴 돈을 되찾아 마누라와 아이들 앞에 체면도 세우고 송기태를 잡아 포상금과 특진까지 한다면 그야말로 인생역전인데 신출귀몰하고 무술실력까지 뛰어난 송기태를 잡기에는 모자라도 한참 모자랍니다.

영화는 [추격자]처럼 놀라운 속도로 질주하는 액션과는 거리가 멉니다. 또 이야기 구조의 짜임새도 그리 정교하다고 할 수 없고 속도감도 별로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의 무대가 충청도이기 때문이죠.

느릿느릿한 말투와 옆에 벼락이 떨어져도 절대 놀랄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득실대는 그런 곳이죠. 이런 곳에 성질 급한 사람이 들어온다면 속이 터져서 두 손 두발 다 들고 나오기 십상이죠.

주인공 조형사의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폼 나게 용돈도 줘보고, 만화가게에 딸린 지하방을 벗어나 높은 아파트에 살아보고 싶은데 그게 그리 쉽지 않습니다.

[우아한 세계]의 송강호가 독수리가 못되는 기러기 아빠였다면 조 형사는 펭귄보다도 못한 서민층입니다. [우아한 세계]의 송강호가 이 영화를 먼저 봤더라면 대형 TV에 먹던 라면을 집어던질 수는 없었을 겁니다. (^^).

이 영화는 김윤석의 힘뺀 생활연기가 단연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형사로서 탈주범을 잡는다는 이야기는 서브플롯 격이죠. 신세한탄하다가 자리에 누운 아내 옆에서 어떻게 좀 해보려는 연기와 동료 형사들과 또 동네 친구, 후배들과 주고받는 대사나 상황에서 철저하게 이전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김윤석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은근히 정겹습니다.

아내의 낡은 팬티나 아빠에게 점잖게 훈계하는 딸, 또 비참한 상태의 아빠를 측은하게 여겨 용돈을 끝내 안 받는 장면에서는 괜스레 마음이 짠해집니다. 비정하게 말하자면 영화 마지막, 학교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폼 나는 장면(이 장면에서는 전혀 의식하지 않았는데 가슴에 뭉클한 게 치밀어 오르더군요. 비슷한 처지의 동병상련 때문이었는지 원…….)은 조 형사 가족이 절대 이룰 수 없는 판타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현실이 팍팍하게 돌아가고 있어, 그 가정의 수입이 많고 적음을 떠나 남편과 아내, 자식들 등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행복지수와 가족 구성원 사이에 형성되는 애정 지수가 점점 낮아지는 상황이 서글플 따름입니다.

  [편집자주] '영화를 보는 편안한 시선'  남상석 기자는 2002년부터 영화계를 출입해 온 베테랑 문화 담당 기자입니다.  1993년  공채로 입사해 사회부와 정치부 등을 거쳐 오랜 기간 보도국 문화부에서 내공있는 필력을 과시해 왔습니다. 영화와 영화인들을 좋아하며  '평론가처럼 어렵지 않은.. 관객의 한사람 같은 친근한 눈높이의 영화평'으로 개인 블로그도 큰 반향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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