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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입학사정관제..모두가 '답답'

대교협 "입시도 정치의 한 형태이다?"

2010학년도 대학 수시모집이 9월 9일부터 시작이니까 이제 꼭 석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올해 수시모집에서는 입학사정관제도가 확대됩니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대학입시 업무를 주관하게 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엉뚱한 시국 탓을 하며 입학사정관제와 관련한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답답해하고 피해를 보는 건 학생과 학부모들 인데 말이지요.

오늘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당초 대교협은 오늘 오전 10시에 전국 대학 총장들 명의로 '대입 전형 선진화를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하겠다고 기자들에게 알려왔습니다.

입학사정관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전국의 대학들이 공동으로 노력하겠다는 내용으로, 사실 그동안 발표했던 이야기들과 크게 다른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입학사정관제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어떻게 확보할지,학생과 학부모들에게는 어떻게 신뢰를 줄 수 있을지,이런 문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과 계획이 나올 것인가에 기자들의 관심이 쏠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자회견 30여분 전에 돌연 회견을 취소하겠다는 메시지가 날라왔습니다.

어찌된 일일까?

취소 소식에 차를 돌리려다 대교협 회견장으로 가봤습니다.

텅빈 회견장에서 기다리다 마침 출근하던 손병두 대교협 회장을 만났습니다.

손 회장에게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시기적으로 입시 문제를 이야기하기가 적절치 않기 때문에.. 논의를 해서 타이밍을 보고..."

입시가 코 앞인데,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니.. 알쏭달쏭, 무슨 말인지 감을 잡기 어려웠습니다.

잠시 뒤 대교협 박종렬 사무총장이 한 브리핑을 통해 대략의 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박 사무총장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질문]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게 현 시국과 관련이 된 것인가?

[답변] "시국과 관계가 있다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만..회장단의 판단에 의해서 결정된 겁니다."

[질문] 입시와 시국이 무슨 상관이 있나?

[답변] "입시도 일종의 정치의 한 형태입니다."

짐작은 가되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내일이 6.10 대회이고, 사회적으로 이른바 진보/보수의 대결이 첨예화하고 있고, 여야의 정쟁이 심화하고 있다해도, 그게 대체 입시와 어떤 깊은 함수 관계가 있는 건지 말입니다.

문제는 앞 머리에 말씀드렸듯이,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되는 수시 전형이 불과 석달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시국 탓을 하며 공동선언을 미루고, 공정성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추진 계획도 밝히지 않으니, 학생과 학부모들은 속만 태울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대교협은 지난 4월 말엔, 입학사정관제 정보를 담은 공식 홈페이지를 만들어, 학생과 학부모에게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개통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시스템은 돼 있지만 내용이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라는게 대교협의 해명입니다.

대교협이 이렇게 제 할일을 못하면, 새 입시제도 정보에 목마른 학생과 학부모들은 비싼 돈을 주고 사교육 업체에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요즘 대형 학원들의 입시 설명회에 가 보면 자리가 꽉 차서복도 바닥에까지 앉아 경청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일선 학교 진학 지도 교사들도 정확한 정보에 목마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정보를 찾아 학원 입시설명회를 찾는 현직 선생님들도 많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사교육 열풍을 대체 누가 만드는 것인지, 대교협의 '행태'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대학들의 협의체인 대교협이 대입정책을 맡았으면 정부나 대학이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에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그런 책임을 지지 않으려면, 차라리 예전처럼 대입 정책에서 손을 떼는 게 옳습니다.

 

[편집자주] 사회1부에서 교육 분야를 담당하는 김정윤 기자는 2003년 SBS 보도국에 입사했습니다.  사건 기자와 기획취재팀을 거쳐 복잡하고 뜨거운 교육 현장에서 발군의 취재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누군가 숨기고 싶은 것을 꼭 캐내는 기자'가 되고 싶다는 김 기자는 최근에는 강남.특목고생들에게 특혜를 주는 유명 대학들의 편법을 고발 보도해 큰 반향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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