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입주기업인 의류업체 S사가 8일 입주기업(현재 106개) 중 처음으로 철수를 결정함에 따라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최근 개성공단 기업들의 철수설이 나돌았고 실제로 일부 생산라인을 남쪽으로 이전하는 것을 신중히 검토 중인 업체도 있었지만 전면 철수를 결정한 기업이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예상하기 어렵지만 S사의 철수는 개성공단이 한계 상황을 향해 몰리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현지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육로통행 시간대와 시간대별 통행 인원·차량 수를 대폭 축소한 북한의 작년 12.1 조치로 1차 타격을 입었다. 당시만 해도 생산품 반입과 원부자재 반출 등 물류 상의 피해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 3월9~20일 '키 리졸브' 한미합동군사훈련 기간 북한이 통행을 전면 차단했다가 풀기를 세차례 반복함으로써 물류난을 극대화시켰을 뿐 아니라 현지 체류자가 유사시 북에 억류될 수 있는 개성공단의 '취약점'를 부각시켰다.
통행이 차단되는 동안 현지 주재원들이 귀환하지 못했던 상황은 향후 남북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고, 그에 따라 북한이 군사분계선을 전면 차단할 경우 평소 1천명 안팎에 달하는 개성공단 상주인력들이 꼼짝없이 피억류자 신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킨 것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전면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공단의 장래는 불투명하다는 인식이 급속히 확산됐고 이는 바이어들의 주문 취소 등 입주기업들의 영업 피해로 직결됐다.
결정타는 지난 3월 30일부터 72일째 북한 당국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 모 씨 사건이다.
북한이 유 씨에 대해 체제비난, 탈북책동 등 혐의를 두고 있긴 하지만 장기간 접견조차 허용하지 않은 채 유 씨를 구금함에 따라 현지 기업인들은 '나도 제2의 유 씨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실제로 철수를 결정한 S사 대표 김 모 씨도 9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철수 결정의 배경에 대해 "유 씨 문제가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이런 상황 속에 개성공단의 침체는 수치상으로도 확연하게 드러났다.
통일부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업체 수는 작년 4월 69개에서 지난 4월 현재 104개로 51%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4월 입주업체들의 총 수출액은 715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1천 627만 달러)에 비해 56.1% 감소했고 총 생산액도 7천 454만 달러로 작년 동기(7천 983만 달러) 대비 6.6% 줄었다.
남북 합의사항인 개성공단 숙소 건설이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개성 주변에서 고용할 수 있는 인원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함에 따라 북측 근로자 수도 지난해 12월말 이후부터 4월말까지 3만 8천 명대에서 멈춰서 있다.
결국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2단계로의 확대는커녕 1단계 부지에 입주 예정이던 250개 업체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개성공단은 진퇴양난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이번 철수사태가 어느 정도의 파장을 야기할지 아직은 단정키 어려워 보인다.
다만 수십억원대 이상 투자해 단독공장을 지은 업체들은 북측의 공단 폐쇄 또는 가동 불능 상황이 오기 전에 자체 판단에 따라 철수할 경우, 경협보험 보장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극한 상황'이 오기 전에는 쉽게 철수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S사처럼 소규모 투자를 한 아파트형 공장 입주업체들을 중심으로 철수 기업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특히 11일 개성공단 실무회담때 북한이 임금 인상, 토지사용료 조기 징수 등과 관련해 무리한 요구를 할 경우 업체들의 철수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게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그런 점에서 11일 개성실무회담은 개성공단 존폐에 대한 북한의 의중을 읽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간의 군사·정치적 긴장 관계 속에서도 개성공단은 끌고 갈 의지가 있는지, 아니면 자기 손으로 폐쇄하는데 따른 책임은 피하면서 기업들로 하여금 스스로 사업을 접게 하려는지가 11일 윤곽을 드러낼 것이란 예상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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