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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도 걸어도'는 부모님께 드리는 진혼곡"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방한 인터뷰

"부모님에 대한 회한이 없었다면 아마 '걸어도 걸어도'와 같은 영화를 만들지 않았겠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말이다. '걸어도 걸어도'는 '원더풀 라이프' '아무도 모른다'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고레에다 감독이 부모님 영전에 바치는 진혼곡이다.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인 고레에다 감독은 실제 사건에서 영화의 모티브를 따오는 경우가 많다. 이번 영화 '걸어도 걸어도'도 그렇다. 자신의 체험을 영화에 오롯이 담았다.

8일 오후 '걸어도 걸어도'의 언론 시사가 끝나고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고레에다 감독은 "대사 중 절반은 실제 어머니께서 하신 이야기"라며 "어머니가 했던 말을 남기고 싶어 만든 매우 개인적인 영화"라고 소개했다.

대부분 사람에게 가족은 양면적인 존재다. 때로는 기쁨을, 때로는 상처를 안겨주기 때문이다. 기쁨과 슬픔 사이에 계속되는 변주는 일반 가족에게 보이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고레에다 감독도 마찬가지다. 디테일한 측면에서 일본적 요소가 다분하지만, 영화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처럼 보편타당한 주제를 건드리기 때문이다.

"가족이란 참 성가신 존재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중에 누군가가 없어지면 매우 섭섭하죠. 그런 점에서 이율배반적인 것 같아요. 이 영화는 제 이야기인 동시에 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가족에 대한 개인의 경험에 따라 영화를 받아들이는 태도도 제각각이겠죠."

영화는 큰아들의 죽음을 매개로 파편화한 가족의 일상을 묘사한다. 40대를 넘긴 둘째 아들은 아버지와의 관계가 자꾸 엇나가고, 어머니의 충고도 잔소리로 들릴 뿐이다. 불혹(不惑)이라는 마흔. 이쯤이면 부모님과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30대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부모님에 대한 반항은 줄어들지 않는 것 같아요."(웃음)

영화를 보면 죽은 아들을 기억하는 방식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는 차이를 보인다.

"어머니는 아들 무덤으로 가서 이야기하고, 날씨가 더우면 덥다고 비석에 물도 뿌려주지요. 반면 아버지가 표현하는 방식은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아들이 죽은 바닷가로 홀로 가서 조용히 죽은 아들을 생각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죽은 아들을 기리는 방식은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오즈 야스지로(1903-1963)의 '도쿄이야기'와 '걸어도 걸어도'가 조금 비슷한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노'(No)라고 답했다.

"오즈의 다른 영화에서도 계속 반복되는 테마, 즉,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아들'이라는 측면에서는 비슷하지요. 하지만 오즈 영화보다는 나루세 미키오(1905-1969)의 영화와 유사해요. 비열하고, 칠칠찮은 다양한 인간 군상이 나오는 영화들인데, 이번 영화를 통해서 그런 인간들을 그리고 싶었어요."

한국 영화를 물었다. 존경하는 감독으로 이창동, 차기 작품이 기대되는 감독으로 봉준호, 현대적인 작가로 홍상수 감독을 거명했다. 같이 작업하고 싶은 배우로는 설경구와 송강호를 꼽았다.

'공기인형'(2009)으로 호흡을 맞춘 배두나는 "매우 대단한 배우다. 축구 선수로 치자면 지네딘 지단과 같은 존재다"라고 극찬했다.

그는 끝으로 '걸어도 걸어도'에 대해 "너무 무겁지 않다는 전제하에서 이 영화를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진혼곡이라 볼 수 있다"며 "관객들이 이 영화를 통해 가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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