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연천의 한 도로.
반바지에 까만 선글라스를 끼고 태극기가 꽂혀 있는 배낭을 맨 건장한 사나이가 햇볕이 내리쬐는 아스팔트 위를 걷고 있습니다.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 자동차가 지나갈 때는 자신을 피해가라고 등산용 지팡이를 연신 휘두릅니다.
햇볕에 그을린 구리빛 종아리가 웬만한 젊은이의 허벅지 만큼 굵은 이 사람은 71살의 남상범 할아버지.
지난 3월 서울을 출발해 서해와 남해, 동해로 이어지는 우리 국토의 외곽 해안길을 석 달째 뚜벅뚜벅 걷고 있습니다.
남 할아버지가 국토 일주에 나선 것은 이번이 8번째.
개인사업을 정리한 뒤 지난 2005년부터 해마다 두 차례씩 대장정에 나섰습니다.
나이 들어서도 뭔가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목표는 내년까지 국토일주 10바퀴.
무려 2만 5천km를 두 발로 누비는 것입니다.
[남상범(71) : 제가 처음에는 한 바퀴 돌아봤어요. 그런데 돌고 오니까 별로 남은 게 없어. 책을 한 권 쓰겠다고 나와서 대한민국을 쓰는데 어떻게 쓸거냐 해서 한 10바퀴를 돌면 뭔가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게 있지 않겠는가.]
남 할아버지는 4년동안 백사장이나 바윗길 같은 걷기 험한 곳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쉬지 않고 걸으며 많은 이들을 만났고 세상사는 얘기도 나눴습니다.
[남상범(71) : 먹고 살만은 하다 이거야?]
[먹고 살만한 게 아니라 힘듭니다. 요즘]
이렇게 길에서 사귄 사람만 7-8백명.
이들은 남 할아버지를 다시 만나면 따뜻한 밥과 간식, 잠자리도 제공하는 든든한 후원자가 됐습니다.
[남상범(71) :걷는 과정을 통해서 아주 내밀하게 모든 것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 또 사람들을 하나하나 아주 가까이 접근해서 정말 그 사람과 대화를 통해서 서로 교감하고 있다는 것, 그거예요.]
남 할아버지는 걷다 절경이나 환경오염 현장을 만나면 사진에 담아 자신의 카페에 올리기도 합니다.
할아버지는 도보 국토 일주를 하며 겪은 일과 느낀 점을 책으로 내 세상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합니다.
[남상범(71) : 지식이 있는 사람, 또 뭔가 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소외되고 약한 이들을 정말 보듬어주는 그런 사회,그런 국가가 되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거듭나는 그런 사회 그런 국가가 됐으면 하는 것이고 우리가 새롭게 태어나는 나라로 일조할 수 있다면 그 이상 희망할 게 없죠.]
남 씨는 내년까지 젊은이도 엄두내기 힘든 두 차례의 국토일주를 완주한 뒤 다시 만나자며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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